2009-12-29
늦은 오후, 서울의 겨울 거리를 무료하게 걷다가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마른 나뭇가지와 얕게 깔린 눈을 찍다가 이내 지겨워졌다. 동경의 청아한 하늘과 뉴욕의 스산한 바람 그리고 파리의 야경을 보면 나아질까 싶어 포토 다이어리를 꺼냈다.
에디터 | 이안나(anlee@jungle.co.kr)
2010년 다이어리 트렌드 세 번째 이야기는 포토 다이어리 3인 3색이다. 미색 종이에 동경의 사진들이 있는 동경맑음 다이어리와 갈색 종이에 뉴욕의 밤과 낮을 고스란히 담은 뉴욕 스타일 다이어리 그리고 손바닥 한 뼘만한 크기로 파리의 고서점과 에펠탑 등을 선연하게 보여주는 파리그라피 다이어리다. 1년 동안 다이어리를 쓰는 것 만으로도 이국의 도시를 봄 · 여름 · 가을 · 겨울 모두 느낄 수 있다.
작가 밤삼킨별의 동경맑음 다이어리다. 동경의 소소한 사진을 접어 두고라도 작가의 사진은 신뢰가 간다. 월간
종이상자에 담겨 손에 쥐어지는 다이어리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지어진다. 손에 쥐면 합지로 만들어진 표지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든 제본이 종이를 벌어지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펼쳐지도록 만들었다. 물론 종이에 미색으로 패턴 인쇄가 되어 고급스러운 건 사용자를 위한 일종의 선물이다.
장재우 작가가 찍은 뉴욕 스타일 다이어리가 두 번째로 나왔다. 뉴욕의 밤과 낮, 그리고 사계절을 고스란히 담은 작가의 사진은 치우치지 않고 도시 곳곳을 보여준다. 장재우 작가 특유의 빛바랜 듯한 사진은 마치 옛날에 뉴욕을 다녀온 것만 같은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다이어리는 일상생활에서 찍은 듯 보이는 사진을 돋보이게 하려고 앨범처럼 레이아웃을 잡았다. 그러니 여행자의 시선이 곳곳에 베어있다.
다시 밤삼킨별의 파티그라피다. 프랑스의 전통과자 마카롱과 파리의 라탱 카르티에에 위치한 고서점 그리고 퐁네프 다리가 모두 담긴 다이어리를 보다 보면 마치 파리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것 같다. 월간 페이퍼에서 만날 수 있는 그녀의 사진은 아날로그적인 감정이 가득해, 보면 볼 수록 정감이 가는 사진이다. 1년을 오롯이 봐야하는 사진이라면 그녀의 사진만큼 처음 느낀 그대로 오래가는 것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