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1
새롭게 연재를 시작하는 ‘디자이너의 서재’는 디자이너들의 머리와 가슴을 뜨겁게 데워줄 책들을 소개한다. 책장 속에서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소개하는 이 책들은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를 위해 추천한 것들이다. 첫 번째 순서로 디자인 실험 연구실 ‘디자인삶’의 김해민 디렉터가 직접 고른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김해민 디렉터는 시마다 아쓰시가 여러 디자이너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엮으며 디자인에 대해 한 편의 수필처럼 써 내려 간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와 영국에서 건축과 디자인에 대해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에이드리언 포티가 상품디자인의 흐름을 사회사적 관점에서 관찰한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를 추천했다. 한 권만 골라달라는 부탁에도 두 권의 책을 추천한 것은 그녀 스스로 “디자이너라 자기소개를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책”이기 때문이다.
김해민 디렉터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한 번쯤 읽어봤을 책일지 모르나 ‘디자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디자이너라면 또 다른 시각을 열어줄 것”이라며 두 권의 책을 고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디자인 전공 학생들의 경우 이론서보다 이미지 위주의 책을 보며 시각적 체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스스로 정립한 철학과 사고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디자인에 대한 사고 과정에서는 “인간의 감각과 디자인, 그리고 공예와 디자인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고. 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더 발전된 질문을 던져주었던 책이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였다. 디자인에 대한 여러 관점을 열거하고 있는 15편의 디자인에세이가 다양한 창작의도와 개성으로 무한한 작업을 쏟아내고 있는 우리 세대에 진중한 담론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자기검열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지침 아닌 지침서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라고.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는 일상 생활의 사물세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은 디자인의 시작을 산업활동과 공예활동의 근대화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 광의적인 개념까지 포함하여 확대되었기에 한층 어렵게 느껴지는 디자인을 11가지 주제로 우리 삶에서의 디자인을 다각화하여 설명하고 있는 책이란다. 때문에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책이기도 하다.
두 권의 책을 소개하며 김해민 디렉터는 “항상 눈을 즐겁게 하기 보다는 마음을 즐겁게 하기 위한 작업을 위해 디자이너에게 책 읽기는 중요한 활동”이라며, 소개된 두 권의 책을 “아직도 이 책들을 탁상 한 구석에 끼고 여전히 다시 뒤적거리며 위에서 나온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는데 참고하고 있”다고 전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의 생각은 글이나 행동은 물론 그 사람이 만드는 어느 것에나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기에 앞서 걷는 사람들은 늘 책을 읽었고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 이 책을 추천한 김해민은 시간을 다루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tactual[시:각] series의 주 작가이다. 그녀는 서울대학교에서 도자공예 학사와 시각디자인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안에서의 그래픽 디자인과 뉴미디어 인터페이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디자인과 공예에 대한 관심을 가진 후부터 창의적인 전문가들과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실무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최근에는 창의적인 디자인 실험 연구실 디자인 삶을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www.sahm3.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