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5
아이팟의 친구들이야 너무 많지만, 가장 우직하고 믿음직한 친구로는 독스피커(Dock-speaker)만한 게 없다. 아이팟을 위해 한 자리 기꺼이 내주고, 언제 오실까 오매불망 기다리는 모습은 뭐랄까, 청순하기까지 하다. 그 가운데 가장 어여쁘고 성격 좋은 최고의 친구를 찾아 나섰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야마하 TSX-130
어여쁘기론 아마 야마하를 따라올 자가 없을 듯하다. 특히 상단을 원목으로 마무리한 TSX-130의 모습은, 역시 ‘야마하스러운’ 디자인으로 물욕을 자극한다. 듣지 않아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겠다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예쁜 게 성격, 아니 성능도 뛰어나다. 100년 전통의 음향기기 전문회사답게 음질이 군계일학이라고 전해진다. 그 미세한 디테일을 살리기 힘들다는 베이스와 드럼 소리가 선명하게 살아나 전문가들의 추천 제품으로 손꼽힌다고.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가격이 걸림돌이다. 매장가로 60만원. 이쯤되면 남보원의 박성호가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괜히 봤어, 괜히 봤어, 사고 싶어서 큰일 났어.
로지텍 S315i
높은 가격에 놀라 마음 추스르며, ‘가격 대 성능비’를 고려해 선택한 로지텍 S315i. 대략 10만원 중반 가격으로, 장식 없이 심플한 디자인도 썩 훌륭하다. 특히 휴대성이 좋아 집안 어디서든(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널 때 등)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최대 20시간까지 이동 중 재생 가능하다). 또한 독 커넥터를 이용해 모든 iPhone™ 또는 모든 iPod® 모델을 재생 및 충전 가능하며, 표준 3.5mm 스테레오 잭을 이용하면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 및 PC 컴퓨터를 통해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활용도가 높은 제품이다.
알텍랜싱 M402
아이팟과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닐 듯싶다. 전작인 M302 모델은 아이폰 정식 발매 당시 초기 예약자들에게 이벤트용으로 나눠준 바로 그 물건이다. 타 스피커에 비해 아이팟 전용 성능이 많고 출력 좋기로도 유명하다. 작년에 국내에 소개된 M402 모델은, 아날로그 라디오를 꼭 빼 닮은 외형으로 눈길을 끈다. 최근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히 카세트에 테이프를 밀어 넣던 경험이 떠오르는, 제품 중앙 ‘PUSH TO OPEN'을 누르면 혀 내밀듯 나오는 아이팟 거치대가 귀엽기까지 하다. 분위기 살려서 알텍랜싱 M402으로 듣고 싶은 노래를 꼽아 봤는데, 1등은 김완선의 '싫어요'다. "싫어, 이런 손길은. 너무나 뜨거워 싫어요." 가격은 20만원 선이다. 싫어, 이런 가격도.
보스 사운드독 시리즈 2
43년 전통의 미국 보스 사에서 만들었다는 설명 때문인지, 위 세 제품과 비교해 ‘미국적인’ 디자인이 느껴진다. 심플하고 콤팩트하지만, 단단하고 힘이 느껴지는 외모랄까. 말 그대로 '보스'의 위용이다. 외모만큼이 제품 성능도 간결하다. 외부 입력 단자가 추가되어 각종 디지털 장비와 쉽게 연결되어 사용성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아이팟 모든 제품과 호환이 가능하다. 다 떠나서, 미국 NASA에서 우주왕복선을 만들 때 보스 사의 스피커를 사용했다고 하니 품질에 대해서는 의심을 불허한다. 현재 네이버 지식쇼핑에 따르면, 가격은 최저가 45만원 선에서 55만원 선까지 이른다.
EDITOR'S Choice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알텍랜싱 M402을 골랐다. 워낙 아날로그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음향기기의 최신인 아이팟과 구형 라디오를 닮은 독스피커의 조합 자체가 현대적으로 느껴진다. 너무 최신도, 너무 복고도 아닌 그야말로 믹스&매치의 승리다. 가격도 타 제품과 비교해 부담이 적다. 무엇보다 아이팟을 연결하지 않을 때, 라디오를 청취하는 우아한 분위기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 쨍쨍한 음악을 송출하는 아이팟을 꺼두고, ‘싱글벙글쇼’나 들으며 발톱을 깎는 남자. 나도 그런 남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