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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미래를 위한 디자인을 만난다

2012-10-15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서 만나는 미래는 온통 신기한 것들 투성이지만 어쩐지 삭막하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발전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그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파괴된 자연과 힘없이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있다. 디자인을 통해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겉만 화려하고 예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과정과 결과까지 생각하는 의미 있는 디자인이 진정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디자인 퓨처로지(Design Futurelogy)’展을 통해서 현재 상황에서 환경에 대한 문제가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 디자인 분야에서는 어떠한 해결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더불어 미래의 디자인이 환경과 인간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조화를 이루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하며, 예술, 과학, 기술, 정치 등의 다양한 분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환경문제의 복잡성을 인식할 때 디자인의 미래 방향성은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전시는 회화, 영상, 조각, 사진, 가구, 패션, 제품, 건축 작품들로 구성된다.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문제의식을 가지도록 요구하거나 그 의식의 날을 세우고 예민하게 하고자 접근된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를 예술작품을 통하여 순화된 모습으로 이해하고, 인간과 세상을 조화롭게 할 방법들을 제시해 보며 경제, 과학, 디자인과 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보는 것들이라 하겠다.


교토 대학 조형 예술 대학 교수인 신이치 다케무라는 아마존, 티베트, 인디아와 아프리카 등 세계의 곳곳에서 현장연구를 주도한 인류학자 출신이라는 색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와 같은 경험은 일본에 돌아와 문화인류학 뮤지엄의 큐레이터로 일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지구의 현상들과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하였다. 2001년 시작 된 ‘Tangible Earth’ 프로그램은 실제 지구 사이즈의 1/10,000,000로 축소된 1.3 미터 지름을 가진 지구본의 모습으로 Interactive technology를 이용하여 관객들이 실제로 만져볼 수 있으며, 세계 곳곳의 모습을 지구본을 돌려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 측면의 문제들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기후의 변화, 구름의 위치와 이동, 지진과 쓰나미의 발생, 엘니뇨 현상, 철새들의 이동경로, 지구온난화 현상 등 다양한 측면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Tangible Earth’는 기술이 인간에게 환경이라는 문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된 이유로 2005년 일본 Good Design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전시실 한 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전광영의 작품은 우주 같기도 하고 어떤 별의 표면 같기도 하다. 디자인의 미래의 방향성에 대한 주제와 다소 어울리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이고 차가운 시선이 아닌 순화된 접근으로 순수예술에 가까운 몇 가지 작품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작품이다. 한지작가로 알려진 정광영의 ‘집합’은 조각으로 만든 서사를 보여준다. 삼각형으로 자른 스티로폼을 한지로 싸서 차곡차곡 형태를 만드는 형식이다. 자세히 보면 예전 한약방에 쌓여있는 한약 봉지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아픈 누군가를 위해 한약 한 첩 지어주는 심정으로 작업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진기종의 작품들은 작은 미니어처 인형들이 모형 유조차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 언뜻 보기에는 유희적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적 사실을 풍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품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고, 세계를 근대화로 이끌어 내는 데에는 석유자원에 권력의 근원이 있다. 웅덩이에 빠진 유조차와 이를 끌어내려는 무리의 선두에는 부시 전 미국대통령, 사담 후세인, 오사마 빈 라덴의 얼굴이 있다. 비디오 설치작가로 알려진 진기종 작가는 박물관에서 배경의 요소를 바탕으로 전시주제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기법으로 쓰여지는 ‘디오라마’ 전시 방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의 큰 맥락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컴퓨터의 등장에 따라 다소 진부한 설명방식이 되어버린 ‘디오라마’이나 실제상황과 같은 수준 높은 재현방법은 여전히 관객을 상상 속의 장소로 이끈다. 이 작품은 19세기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Ilya Yefimovich Repin)의 ‘볼가 강의 배 끄는 인부들’과도 유사한 설정이 보인다. 선두에 있는 세 사람에게서 석유에 대한 탐욕에 이끌려 다니는 노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회에 열린 눈을 가지고 있는 진기종작가는 환경문제에 대하여 작품의 차원에서 해석하고자 하는 것으로 작품제작 의도가 환경문제를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MINIWIZ는 미국의 하버드와 코넬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한 Arthur Huang이 현실사회에 긍정적이고 즉각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디자이너가 되기를 결심하고 2006년 타이완에 설립한 회사이다. 40여명의 건축사,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첨단의 기술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지속 가능한 디자인 솔루션을 내고 있으며, 있다. 그 결과, 2010년 Earth Awards 의 제품 부분에서 수상하였고 독일과 홍콩 등지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하버드대학과도 환경디자인 관련 수업을 공동 진행하는 등 리서치와 디자인, 생산과 판매 전 과정에서 활약이 두드러지는 기업이다.

전시되는 Polli-Brick Wall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페트병이 Polli-Brick이라는 육면체의 플라스틱 병으로 재탄생 되어 조립 단위로서 하나하나씩 쌓아질 때 원하는 크기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Solution이다. 이 구조물 유니트는 건축물의 외벽, 또는 내부에 사용 가능하다. 실제로 이미 2010년 천오백만 개의 Polli-Bick Unit를 이용하여 130m의 폭과 26m의 높이에 달하는 건물의 외벽을 지어 2010년 타이페이 인터내셔널 꽃 박람회에 이용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벽면구조에 iTunes에서 다운로드 가능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컬러 LED 조명을 조절하는 기능을 선보이는 등 재활용 기술뿐만 아니라, 신기술이 융합되어 심미적인 결과를 더한 예시로 보여준다.


David Trubridge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는 대나무로 만든 우리의 죽(竹) 공예 작품을 연상시킨다. 디자인은 제품의 생산과정에 따라 비용과 부가가치가 달라지며, 효율성은 재료보존의 원칙에서 볼 때 중요해진다. David Trubridge는 Seed system 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Seed system은 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을 마치 하나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떡잎이 자라 나무가 되는 모습과 각 부분이 모듈화된 디자인이 하나하나가 모여 전체의 공간을 이루어내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비유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조명 제품을 포장하는데 드는 공간이 기존의 동일한 제품의 1/40 로 대폭 줄어들어 포장과 운송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이러한 변화는 이윤 창출보다는 물류 이동에 따른 자원의 소용을 줄이고자 연구, 디자인되었다. 디자인이 형태의 장식적인 요소만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지며 생활의 변화까지도 유도해낸다는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를 충족시키는 사례이다. 이러한 디자이너의 의식은 생활패턴의 변화가 다양하게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제품의 소비주기가 더욱 짧아져가는 미래에 있어서도 지켜나가야 할 디자이너의 덕목이다.


서울은 도시공간의 측면에서 끊임없는 변화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도시에 변화를 입하는 방법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주택소유자, 세입자, 철거인, 서울시 당사자는 철거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항상 완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은 아니어서 재개발과정은 순조롭지만은 않다. ‘재개발’은 해당 구역의 건축물을 철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그 곳을 살아간 사람들에게는 시간의 흔적들이 없어지는 반면, 환경적 측면으로는 재개발 현장에서 나오는 건축폐기물은 처치곤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제일모직의 ‘Junkyard Project’는 재개발 지구에 있는 건물의 물리적, 정신적 가치를 인정하고, 기업의 브랜드와 관련되어 현실적으로 건축적 결과물을 제시함으로써 미래의 건축디자인은 지속가능성과 지역성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함을 알린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의 파사드 디자인에서 시작하여 인테리어, 그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디자인에까지 동일한 주제로 접근하여 기존의 재료, 제품들에 대한 재해석을 통하여 새로운 기능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모서리가 닳아버린 탁자들의 해체와 재조립, 물탱크가 공간을 구별하는 형식으로 활용하여 탈의실로 변신하는 과정 등의 다양한 시도들은 물질의 재활용을 위한 디자인 과정의 고민들과 해결방법들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는 우리가 미래에 지켜나가야 할 환경은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자원의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며, 프랑스의 철학가 Gaston Bachelard 가 지적한 대로 인간에게 있어서 ‘불특정한공간(space)이 아닌 의미가 부여된 장소(place)’가 가지는 무형의 가치까지도 포함해야 함을 강조한다.

바람직한 디자인에 대한 시각을 제시하는 이번 ‘디자인 퓨처로지’전은 11월 25일까지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린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http://www.snumo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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