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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타이포그래피와 사인

2012-10-15


아날로그 방식의 디자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많은 일이 간편해지기도 했지만 단점도 존재하는 것 같다. 디자이너들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던 문자에 대한 일들이 그것이다. 또한 디지털로 작업된 문자들은 획일화를 이뤄 공간 배치에 대한 특성이 고려되지 않아 의미 전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디지털로 제작되는 타이포그래피의 장단점에 대한 살펴보도록 하자.

글 | 박희정(광진구청 도시디자인과)(nari@gwanjin.go.kr)


디지털 작업으로 오히려 디자이너들의 업무는 늘어나기도

속된말로 디자이너가 ‘노가다’가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디자인을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면서 디자이너의 일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외주 전문가들에게 맡겼던 일들이 디자이너의 몫이 되면서 충무로의 전문가들도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가사노동이나 업무를 도와주는 많은 기기들이 발명되어 우리의 삶이 좀더 여유있고 편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대인들은 기계 발명 이전보다 왜 더 바빠졌는지 아이러니 하다.

특히 디자이너를 노가다로 만든 몇 가지 요인을 보면 ‘식자’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컴퓨터 없이 대지 작업으로 인쇄물을 만들 때 디자이너는 글자의 서체와 크기를 지정하여 식자 집으로 보내면 식자집에서는 원고에 쓰일 글들을 보내온다. 사진자료도 충무로 분판집에 보내면 사진을 분판해 오는 시스템이어서 디자이너들에게 약간의 여유를 주었다. 그러나 컴퓨터로 디자인을 하게 된 후부터 디자이너는 글을 직접 입력해야 하고 사진도 스캔받아 포토샵을 이용해서 수정도 하게 됨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디자인보다 워드치고 사진 수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다양한 타이포그래피의 가능성 보여

하지만 20세기 후반 디지털혁명은 타이포그래피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특히 한글 폰트디자인에 있어서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한글의 완성형 문자수가 2,350자로 알파벳 26자, 일본어 104자 보다 월등히 많아 폰트 디자인을 하는데 어려움이 컸으나 컴퓨터의 등장으로 많은 어려움이 해소 되어 지금은 한글의 다양하고 많은 폰트들로 인해 어떤 폰트를 사용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특히나 한글은 직선과 사선 원 등으로 구성된 기하학적인 조형미를 갖추고 있어 한글 자체를 조형적 요소로만 본다면 월등히 많은 문자는 다양한 디자인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타이포그래피는 문자의 기능적 요소와 미적인 요소를 함께 지칭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히 폰트 디자인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옥스포드 사전에 의하면 타이포그래피는 예술 혹은 화공작업, 고차원의 타이포그래피 경향으로서 인쇄매체의 양식 혹은 연출로 정의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주어리(David Jury)는 시각 언어(Visual Language)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한마디로 정의 하자면 글자를 가지고 하는 모든 활동을 타이포그래피라고 볼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는 사진기의 발명으로 인해 새로운 미학을 찾고 있던 화가와 20세기 초반 시인과 건축가들이 글자를 활용수단으로 하여 새로운 시각과 자유로운 표현력을 선보이게 되면서 글자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게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타이포그래피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면서 디자인으로써 문자의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미적인 측면이 결합되어 예술까지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사인에서 사용되는 타이포그래피의 공간도 고려해야

‘사인디자인은 타이포그래피다’라고 정의 해도 될 만큼 사인디자인에 있어서 타이포그래피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로고타입은 정보전달 이외에도 상징과 이미지를 전달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기업의 브랜드 마크가 된다. 사인디자인에 있어서 타이포그래피의 요소들에는 여러 가지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간’이라고 생각된다.

공간은 글자가 가지고 있는 내부 공간과 글자 밖의 외부 공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특히 글자의 내부 공간인 자간은 컴퓨터에만 의지해서는 곤란하다. 컴퓨터에 입력된 자간은 모든 글자가 평균치로 동일하지만 글자의 조합에 따라서는 가로획이 겹치는 글자가 모여서 단어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자면 ‘카커’ 또는 세로획에 겹치게 되면 평균치와 다르게 글자가 붙어 보이고 ‘비니’라는 단어는 자간의 평균치보다 떨어져 보이게 된다. 사인디자인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강제적으로 공간을 조정해 주지 않을 경우에는 전달하려는 의미와 다르게 읽히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빠르게 지나치면서 순간적으로 사인을 읽다보면 이상한 단어의 조합이 되기도 한다.

컴퓨터로 간판을 만들기 전에는 사실상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 디자인을 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간판제작자들이 자신의 눈을 믿지 않고 컴퓨터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글자의 외부 공간은 시각적인 안정감을 제공하기 위해 비워 놓은 공간으로 여백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여백을 통해서 가독성과 시인성이 달라지게 되는데 여백이 많을수록 오히려 가독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많은 플렉스 간판들이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여백은 최대한 줄이고 글씨만 키우다 보니 가독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글자들이 간판 밖으로 튀어 나갈 듯해서 이런 간판들이 몇 개만 모여 있으면 정말 간판의 글자들이 ‘악’을 쓰는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플렉스 간판의 퇴출 원인 중에는 이런 디자인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타이포그래피 사인물 기대

디지털혁명으로 인한 타이포그래피의 발달은 사인디자인에 중요한 부분인 로고타입의 제작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컴퓨터 시스템 속에 있는 폰트로 상호만을 적어 놓은 간판이 아니라 글자들을 다양하고 재미있게 리터치하고 배치하여 디자이너의 생각을 읽어 낼 수 있는 간판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자들을 가지고 노는 작업이다. 컴퓨터 화면 안에서 글자들을 가지고 재미를 느끼며 즐길 줄 아는 많은 사인디자이너들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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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POPSIGN
SP, Sign, Lighting Design 전문 매거진 월간 <팝사인> 은 국내 최초의 옥외 광고 전문지로, 국내 사인 산업의 발전과 신속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또한 영문판 잡지인 발간을 통해 국내 주요 소식을 해외에 널리 소개하고 있으며, 해외 매체사와의 업무제휴 들을 통한 국내 업체의 해외전시 사업을 지원하는 등 해외 수출 마케팅 지원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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