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윤, 안애경 | 2015-09-30
‘북유럽 디자인’. 세련되고 ‘고급진’ 이미지를 풍기는 이 단어는 오랜 시간 디자인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가구부터 주방용품, 각종 소품, 의류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니 북유럽 디자인, 이 정도면 우리 삶 전반에 스며들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식지 않는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열기. 도대체 북유럽디자인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이토록 열광할까. 우리는 그것을 잘 즐기고 있는 걸까.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 | 김도윤, 안애경 제공
북유럽 디자인 전문가라 불리는 안애경 씨는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로 2000년대 초반부터 북유럽 디자인 전시기획을 통해 북유럽 디자인을 국내에 선보여왔다. 그가 오랜 시간 핀란드에 머물며 몸으로 느껴온 북유럽 디자인은 수차례의 전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다. 그가 말하는 북유럽 디자인은 무엇일까.
북유럽 디자인은 그들의 삶
북유럽 디자인을 말하며 그는 가장 먼저 한국과는 반대되는 북유럽의 사회 분위기, 그리고 어떠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익숙해있는 그들의 모습에 대해 말했다. “북유럽 여러 나라의 삶을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은 건드리지 않고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스스로 지키면서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요.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자기가 가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그렇다면 그들에게 디자인은 무엇일까. 안애경 디자이너는 그 답으로 ‘생활을 더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사치품이 아닌, 생활 속에서의 변화를 통해 즐거움을 주는 것 말이다.
그들의 삶에 있어 자연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자연 그 자체가 그들에겐 매우 중요해요. 조상들에게 받은 귀중한 이 자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개념도 확실하죠.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를 많이 합니다. 재료도 자연에서 찾지요.” 그들이 나무를 잘 사용하는 것은 ‘어떻게 자연을 자연 그 상태로 두고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나무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무를 더 단단하게 잘 사용하기 위해 쪘다 말렸다 하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과정을 통해 가공기술이 발달한 거예요. 디자이너, 테크니션, 과학자 등이 함께 연구를 하고 그 과정을 즐기죠. 그런데 이러한 작업은 누군가의 이름을 알리거나 특정한 디자인을 알리기 위한 작업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그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인 겁니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생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북유럽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한 것들을 몸으로 체험한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한 것을 가르치죠. 몸살하는 지구, 베어지는 나무, 그러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도록 합니다. 그러한 생각들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고 그렇게 자란 디자이너는 최대한 디자인 속에 환경에 대한 철학을 담는 것이죠.”
북유럽 디자인의 문화와 철학
우리가 궁금해하는 북유럽의 문화와 북유럽 디자인의 철학에 대해 그는 명료하게 답했다. “그곳의 문화와 철학이라고 해서 굉장히 특별한 것이 아니에요. 그들의 사고방식, 생활방식인 거예요.” 그것은 바로 조금 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 모든 사람들과 나무그늘을 함께 즐길 줄 아는 것이라고. 그러한 배려심을 가진 사회이기 때문에 좋은 디자인, 인간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가 북유럽 사회와 북유럽 디자인의 근간으로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배려’였다.
오랜 시간, 수많은 북유럽 디자인 전시를 기획했던 그가 선보이고자 했던 것은 눈에 보이는 북유럽 디자인이 아니었다. “난 변한 것이 없어요. 처음부터 같은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있죠. 디자인 오브제를 가져다 놓는 것은 내가 아니어도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어떤 디자인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특정한 디자인 회사 혹은 브랜드를 부각시키는 일보다는 전시장에 사람사는 마을을 연출했어요. 나무로 지은 집안에 응접실도 있고 생활에 필요한 디자인 요소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그것이 그들의 일상적인 삶이에요.”
사실 처음 그가 전시에서 보여준 북유럽 디자인은 생각 이외의 것이었다. 무언가 새침할 것 같은 비주얼을 예상했지만 그 대신 얻은 것은 친근한 감성이었다. “마치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보았던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런 걸 일부러 전시 안에서 연출해요. 올드 앤 뉴(old and new)가 함께 공존하죠. 그것이 바로 유럽 사람들의 디자인이에요. 항상 생활 주변에 있는 것, 옛날 것을 버리지 않고 계속 쓰면서 낡은 것들을 소중해서 버리지 못하죠. 우리가 빈티지라고 하는 것이 그겁니다. 오래오래 쓰다가 낡은 것.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빈티지는 좀 다르죠.”
정작 우리의 옛날 것은 다 버리고 남의 것을 비싼 값에 가져다가 빈티지로 ‘모시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그는 ‘디자인은 생활’이라고 강조한다. “디자인을 어느 한 부분으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디자인적 요소 안에는 경제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최소한의 비용으로 디자인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 조립과 DIY가 바로 그러한 작업에 대해 고안된 방법이죠.”
디자인은 이미 사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띄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운반되는 과정까지 생각되어야 하는데 어떠한 방법으로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냐에 대한 구상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바로 ‘배려’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디자인 교육의 바탕, ‘배려’
그는 이러한 ‘배려’는 북유럽의 교육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직접 무언가를 만지고 만들어보는 것은 실질적인 것을 배우는 거예요. learning by doing, 무언가를 하면서 배우는 것이죠. 직접 무언가를 가지고 재료를 만지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것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만든 무언가를 존중하는 태도가 생기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그들의 교육이에요.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인은 디자인을 하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을 쓰는 사람의 태도의 문제인 것이죠.”
그러한 그들의 교육이 지금의 북유럽을 이끌고 오늘날의 북유럽 디자인의 근간이 된 것이라고. “예술교육은 일정한 틀이 없어요. 재료를 마음껏 만지다 보면 호기심이 생기고 다음 단계를 알게 되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절대 평가하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디자인 교육의 바탕이자 그들의 삶의 방식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북유럽 디자인 NORDIC SPIRIT>전을 준비하며 아이들과 함께 아트캠프 ‘Children & Space: to be free and creative‘를 진행했다. “뙤약볕에서 엄청나게 일했어요. 직접 나무를 자르고 톱질도 하고 망치질도 하고. 하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어요. 캠프는 결과물을 가져가지 않는 것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변화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했어요. 결과물을 검사받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과정이었어요.”
그의 계획대로 아이들은 정말 신나게 캠프를 즐겼고 함께 공동작업을 진행, 어린이 갤러리와 야외공원에 멋지게 협동작품을 설치했다. 아이들이 함께 만든 작품에는 그 흔한 플래카드 하나 없다. 보여주기 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가 ‘멋지게’ 반영됐다.
그는 전시를 통해서 외국 사례를 찾고 발견하는 것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것,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서 가치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바로 북유럽에서 디자인을 배우기 전에 받는 교육이자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물음이다.
“우린 너무 성급하게 일자리를 찾고 경쟁하면서 불안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의 내적인 실력을 먼저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긴 여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해요. 젊은이들이 더 많이 아픈 시간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완성품을 내놓기 전에 많은 재료들을 만져보고 실패하면서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는 디자이너는 ‘사회를 책임지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막중한 임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디자인을 진심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생각이다. “사회가 건강해야 나 자신도 안심하고 즐기게 되죠. 사회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NORDIC SPIRIT provides a journey into the Nordic wellbeing through craft, art and design. The museum has invited curator Amie Ann(AeKyung An), who has prolonged experience in introducing Nordic design to the Koreans. Participating designers, design companies and artists come from Norway, Finland, Denmark and Sweden, presenting very wide array of Nordic design.
Sustainability and recycling are seen as essential ways of Nordic life throughout the whole exhibition.
Urban Gardening is a tactic for more sustainable, inclusive cities. The Nordic light-filled, warm summer is ideal for independent gardening. Neighborhood gardens, pop-up farms and participatory gardening projects bring nature to our doorstep. During an art camp that was organized before the exhibition, the participating children created a small urban garden outside in the museum yard.
The exhibition will show how the design items are used in everyday life, which will help in understanding the daily experience and fundamental role of design.
Following the theme of sustainability, Amie Ann( AeKyung An) is organizing workshops throughout the exhibition using recycled and natural materials in cooperation with NORDIC Working group and C Program. Kids, and adults alike, will have a lot of fun creating art from recycled materials, helping them to learn to be innovative and creative.
Participating Designers and Design Companies
Aalto University(Wood program), Katriina Nuutinen, Mikko Laakkonen, ISKU, Jyrki Valkola, Iittala Jouko Järvisalo, Sara Pereyra, INNO, Artek, Fiskars, Antti Nykyri, Brynhildur Pálsdóttir, Gudfinna Mjöll Magnúsdóttir, Puríður Sigurþórsdóttir, Arne & Carlos, Vestre, Tapio Anttila, Merja Winqvist
Rodeo chair, Northern Lighting, Michael Daae Christensen, Happy Sthlm, Henrik Enbom, Atle Tveit, Panphonics, Alma Jantunen, Johannes Rantasalo,PiretKändler, Madebymemm, Lars Tornøe, Pietari Kärki, Lampi Joonas Oskari, Sigrun Gilje Hindal, Anita Nalchen, Juha Ilmari Laine, Sofia Pali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