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8
당신은 어린 왕자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는가? 바오밥 나무가 있는 행성 B612에서 장미를 키우고, 화산을 청소하는 어린 왕자.
지구의 사막에서 여우와 어린 왕자가 나누는 한 줄 한 줄의 대화를 눈으로 들으면서 그 이야기에 빠져들 때, 우리는 이미 어린 왕자가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벌써 길들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흙을 소재로 한 공예품 및 각종 도자기를 제작하는 나니쇼에는 우리를 길들였던 어린 왕자가 있다. 그리고 어린 왕자가 지금도 살고 있을 작고 예쁜 별이 있다. 나니쇼는 그 별을 통해 사람들과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 생기는 설레임. 나니쇼의 작업실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그런 설레임이 두근두근 소리를 내며 따라왔다.
취재 | 김유진 기자 (midi@yoondesign.co.kr)
길거리든 인터넷이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발견의 기쁨이 있다. 인사동 쌈지길에서, 홍대 주차장 골목의 가게에서 아니면 웹에 떠 있는 나니쇼의 집(www.nanishow.com)에서 하얀 도자기 옷을 입은 나니쇼의 제품들을 만났다면, 분명 당신은 얼굴에 기쁨의 미소를 띠었을 것이다.
나니쇼의 작업실을 방문한 것은 그 미소의 시작을 찾고 싶어서다. 그 깜찍하고 재미있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다. 그러나 흥미로운 반전. 나니쇼를 만들어 낸 김란영씨는 엷은 미소보다는 얼굴에 한 가득 웃음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작업실이 포근하게 꽉 차도록 그 웃음을 흩뿌리는 사람이었다.
나니쇼의 매장과 나니쇼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사무실이 사이 좋게 공존하는 것은 그 웃음을 함께 나누고, 몇 배로 즐기기 위해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작업실 문을 열면 가마가 열을 내며 도자기를 구워내고 있고, 그 옆에서는 새로운 상품이 될지도 모를 시안들이 그려지고 있고, 그 너머에는 가마 안에 넣을 물건들이 정리되고 있고,
그 옆에는 타타타탁 컴퓨터 키보드 소리가 들려온다.
그뿐인가. 사무실을 지나쳐 나오면, 그렇게 만들어진 완성품이 적당한 조명 빛을 받고 살포시 앉아있는 것이다.
나니쇼의 제품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은 무엇일까. 핵심은 익숙함과 생소함의 공존, 전통과 현대의 교차지점에 있다.
우리에게 도자는 흙으로 만들어진 매우 전통적인 매체이다. 국사시간에 주관식으로만 가끔 출제되었던 도자기들을 떠올리면, 가끔은 그 아름다움보다도 보수적이고 답답한 기운이 먼저 느껴질 때도 있다.
나니쇼는 이 전통적인 질감에 지금, 현재의 모습을 담았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이는 일상을 담은 공예를 추구한다는 나니쇼의 철학이 귀결되는 지점이다.
전통과 일상이 교차하는 생소함이 시선을 끌고, 생소함을 담고 있는 익숙한 물건에 발길이 멈춰진다.
나니쇼의 모든 제품은 디자인을 스케치하고, 시안을 만들고, 제품화가 결정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디자인에 따라 흙으로 작업하고 그것을 가마에 넣고 처음 굽는 것이 초벌, 반짝 반짝 유약을 발라서 재벌, 색깔을 넣어서 삼벌, 다이어트 밥그릇처럼 ‘과식금지’ 같은 글씨가 들어가는 경우에는 사벌까지 한다.
어린왕자와 여우, 목금토, 해달별 그 이후 나니쇼에서 준비한 제품들은 어떤 모양일까?
나니쇼는 김란영씨의 가운데 글자 ‘란’의 발음과 ‘쇼’를 결합하여 만든 브랜드 이름이다.
나니쇼를 만든 김란영씨는 어떤 사람일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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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담겨있는 제품 나니쇼. 그 이야기에는 꿈과 상상이 있다. 그 상상은 계속된다. 해, 달, 별, 구름, 외계인까지 세상의 모든 자연과 만물… 모든 것이 깃들어 있다.
나니쇼는 이렇게 계속 된다. 나니쇼 머스트 고 온. 상상은 꿈이 있는 사람만의 특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