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19
15년전쯤 ‘한지붕세가족’이라는 일요아침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
만약, 기억이 난다면, 어떤 게 가장 기억이 남는지..
‘순돌이’라고 하는 뚱뚱한 꼬마아이, ‘만수야~’하고 부르는 만수아빠 등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삼촌’도 생각이 나는가?
세가족 중 주인집에 사는 만년 백수 ‘삼촌’ 말이다.
일류대학을 졸업했으나 면접가는 곳마다 죽죽 떨어지고, 하는 일마다 사기당하고, 설상가상 노총각인데다가, 누나집에 언쳐사는..
누가봐도 인생이 걱정스러웠던 그 삼촌!
그당시 나는 솔직히 그 삼촌의 백수생활을 사회의 낙오자로 보고 있었다.
사회심리학자인 에릭슨은 인간의 발달과정을 8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마다 발달과업을 제시하였는데, 이 중 20대에서 40대까지인 6단계인 “가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때”라는 발달과업을 구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직장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더욱이, 그 당시 나는 중학생이 아니었던가..
때가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또 졸업하고 의심없이 그 다음과정인 중학교를 입학하고..또 졸업하고 입학하고.. 이러한 절차와 단계를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였던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 직장을 다니는 것이고, 그에 반하는 경우인 ‘백수’는 상상조차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쩜, ‘백수’란 나에게 아니 안정된 사회에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치부처럼 강요되고, 자신만은 피하고 싶은 그런 것으로 순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아니라니까.. 백수도 직업이라니까..”
라고 외치며 나에게 돌을 던졌다.
너무 깜짝 놀라 보니.. 내게 중지손가락을 내밀고 있는 백수가 서 있다.
그리고는 자신의 파티로 초대한다.
파티장소는 100sparty.com이다.
공짜로 해결할 수 있는 모든 일들, 백수로서 해야 할 일들, 백수가 지녀야 할 자세 등 백수지침에 대해 논하고, 직접 라디오 방송도 하고, 남들이 보기에 늘 똑같을 것같지만 다른 백수일기도 꼭꼭 쓰고, 여러 가지 사업(?)도 나름대로 구상중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직장이 없다고 해서, 돈을 벌지 않는다고 해서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백수도 직업이다”
라고 외치고 있는 백수’파리’
기성질서나 고정관념, 또는 버거운 시선에서 거의 질식상태에 빠져 있는 우리를 향한
백수’파리’의 뻔뻔한 외침!
그 외침의 현장을 다녀왔다.
+ 이정현 기자 / tstbi@yoondesign.co.kr
100sparty의 주인공인 ‘파리’는 가상의 캐릭터이다.
이를 제작하고 있는 숨은 일꾼들은 시너지그룹 ‘opt0401’이다.
‘opt0401’은 오랫동안 캐릭터, 애니메이션, 방송분야에서 각기 활동하던 젊은 일꾼들, 유대성, 강민규, 전태완이 뜻을 모아 조직한 팀이다.
자금 한푼 없는 백수들의 100sparty 운영스토리는 거이 코믹에 가깝다.
아직까지 사업자등록을 한 것도 아니고,
번듯한 작업실이 있는 것도 아니라.. 다들 각자의 집에서 각자 맡은 부분의 업데이트를 책임진다.
(그래서, 백수‘파리’의 모태인 ‘전태완’씨의 작업실만 취재할 수 있었다.)
월드컵대표선수 유니폼을 공짜로 준다는 이벤트에 무작정 부산을 향하기도 하고(물론, 교통비도 공짜), 제일 아끼는 가방도, 벽에 걸린 포스터도, 방에 있는 몇 개 없는 가구인 작은 상도.. 모두 공짜다.
유일하게 크게 투자한 것은 웹호스팅서비스!
이것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공짜로 FTP를 조금씩 떼어주는 사이트에 몽땅 가입해서 사이트를 운영하고자 했다. 그러나, 난국에 봉착하게 되었다. 방송분이 2매가를 조금 넘게 제작되었는데, 일반 무료계정은 한번에 2메가 이상 파일을 못올리기때문이다.
부득이한 투자였다.
이처럼 빈곤하기 그지없는 백수생활의 그들이지만, 그들의 작업이 궁색해보이지 않는 것은, 앞으로 다양한 캐릭터사업을 펼칠 포부와 좋아하는 작업이라는 유쾌함, 그리고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번뜩이는 재치 때문이 아닐까
그들을 소개한다.
‘opt0401’은 시너지 그룹으로서 각자의 필드에서 커리어에 맞게 프로젝트화시켜 일을 같이 추진하자는데 뜻이 있었습니다.
생계를 위한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누구나 갈등하실 겁니다. 물론 둘 다 추구하는 일을 하시는 행복한 분도 있을 거구요.
opt0401이 만들어진 데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충동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네이밍을 할 때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지만, 듣고 나면 허무하실 것 같아서 따로 설명을 달지않겠습니다. (4월1일날 조직해서?)
백수파리 사이트로 처음 인사를 드렸구요.
아직까지는 이 사이트에 공을 더 많이 들일 겁니다.ㅋㅋㅋ
[컨피덴셜--->앞으로도 이런(생활속에 살아있는) 캐릭터 사이트를 한 두 개 더 기획 중입니다.]
+ 유대성 (닉네임: zozo)
- 디자인
- 백수 6개월
- 1998~2000 뉴욕라이센스쇼를 위한 Smiley(프랑스캐릭터) Style Guide 제작
- 다래판다, 마일로의 대모험, 태권왕 강태풍, 황비홍 등의 Style Guide 제작...(기억도 안나네)
+ 강민규 (닉네임: artmad)
- 캐릭터, 아트웍
- 백수 6개월
- 영상을 전공했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플레셔
- 아직 영상작은 없지만 opt0401에서 피를 토해낸다고 하는군요
- 동양오리온즈 홈페이지, 파라누리 홈페이지...
+ 전태완 (닉네임: jtfly)
- 방송DJ
- 백수내공으로 따지면 왕고다
- 딴따라에서 디제이로 전전긍긍하다가 백수파리의 역할을 자처한다
- 제3회 하나은행 캘린더공모전 대상, 마구리닷컴 홈페이지
- 그룹 "해체위기"의 보컬리스트(진짜 해체되었다), 마구리방송국
01. 작업실
작업실에 있는 모든 가구, 소품의 90%는 여기에 있다
딱 필요한 것들만 있다.
불필요하거나 있으면 좋을 무언가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정말 이게 다다.
02. 작은 상
친구에게서 얻어 온 작은 상.
작업을 각자 하다가 가끔 한번씩 모일 때는 이 상앞에서 모인다고..
옹기종기 모여서..
스케치하고.. 아이디어내고..
모두 이 상위에서 이뤄진다고..
03. 100sparty ‘파리’의 방
실제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파리’의 방.
어쩜, 파리의 방이 더 뭔가가 많은 듯이 보인다. ㅠㅠ
01. ‘파리’ 스케치
벽에 붙여놓은 ‘파리’스케치
별다른 낙서도 없이, 빈종이도 없이..
이 종이들은 어디서 구하냐는 말에 근처 선배한테서 웃으며 가지고 온다고..
(역시.. 백수의 생활은 빈곤하다)
02. 생각하는 파리
파리의 캐릭터 작업 중의 하나로, 봉제인형이나 피규어 등으로 제작을 시도해보고 있다.
3D로 표현되는 ‘파리’는 기존의 ‘2D’의 이미지와 비슷하게 유도되어야 함으로,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고 있다고 한다.
03. 제법 완성된 ‘파리’얼굴
말그대로 제법 완성된 얼굴이다.
왠지 더 잘생겨보인다.
04. 봉제인형 ‘파리’
덩치 큰 남자 셋이서 조그만 봉제인형제작하면서 앉아있을 모습을 상상해보니..
‘파리’만큼 엽기적이다.
100sparty 에서는 ‘DJ party’라 하여 게시판에 올라오는 신청곡이나 신변잡기적인 내용의 라디오방송을 하고 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성이 깨끗하여, 작업실에 엄청 좋은 음향시스템이 있는 줄 알았다.
“라디오 녹음은 어디서?” 라고 묻자
“이 마이크에 손으로 소리를 모아 녹음하죠.”
8천원주고 산 마이크, 별 녹음시스템없이 주변의 잡다하고 미세한 소리가 다 녹음되지 않는 이유는 성능이 그리 좋지 않은 값싼 마이크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그들의 이야기.
어릴 때 준비물 좋은 걸로 사가려고 하는 나에게
“준비물이 좋다고 해서 과제를 잘하는 게 아니다”
라고 하셨던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수단이 무엇이든지 간에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100sparty의 라디오 스튜디오다.
전에는 미쳐 보지 못했던 꾸질꾸질한 작업실이 뒷편에 보인다.
이 라디오 스튜디오의 비밀이 또 한가지 있다.
라디오방송을 하려면 스트리밍서버를 이용해야 하는데, 스트리밍서버를 이용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녹음도 8천원짜리 마이크에 대고 하는 이들이 그런 거금을 투자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스트리밍서버에서 운영되는 듯한 인터페이스를 지니고 있지만, 알고보면 플래시로 작업한 무비파일이다.
듣고 나면 별것도 아닌 것같지만 이런 생각은 사실 ‘콜럼버스의 계란’에 비견될만한 것이다.
맨땅에 계란을 세운 콜럼버스처럼 기존 사고의 틀을 깨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즉, 방송은 스트리밍서버를 통해 방송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떼어내기 힘들다.
01. 02 뜻밖의 장난감
작업실에 있는 물건 중 컴퓨터를 제외하고 가장 비싼 것들이 아닐까?
무엇보다 공짜로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다.
03.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
너무도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유니폼
100sparty의 다이어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축구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그들이다.
이 유니폼은 부산까지 가는 이벤트에 참여하면 주는 상품이었다고 한다.
자랑스럽다.
04. 상품
공 앞에 새겨진 브랜드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도 공짜로 얻은 것
어디서 공짜정보를 다 얻어오는 것일까.
신기하다.
05. 로모카메라
온라인상의 사이트를 운영할 때는 무엇보다 디지털카메라가 편리할 것같은데, 의외로 로모카메라다.
알고 보니, 백수가 아닐 때인 학생 때 산 카메라다.
알다시피 필름카메라는 필름값, 인화값, 그 이미지 스캔비까지 해서.. 비용이 이만저만 드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주아주 신중을 기해 한 컷! 찍고, 두고두고 모아서 현상한다고..
06. 애장품 – CD player, 해드폰
너무 오래되서 제품의 칠이 다 벗겨졌지만, 세상 속에 이거 하나 들고 다니면, 세상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된 것 같은 기분..
07.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
동생이 여행갔을 때 받은 가방
직접 만든 가방이라 세상에 하나뿐이라고..
정글: 100sparty 소개 부탁합니다.
Opt0401: 눈치채셨다시피 100s+party는 백수캐릭터 파리 와 백수(조)들의 파티로 두 가지 뜻을 가지고있죠. 즉, 가상백수캐릭터 파리의 살아가는 공간이자 100s님들과 만나는 공간이죠
정글: 100sparty 제작동기
Opt0401: 동기는 아주 단순해요.
백수? 지금 백수인 사람도 있을테고 백수를 거쳐간 사람도 있을테고..
앞으로 백수일 사람도 백수와 생활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들의 아니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그 이야기를 같은 처지에 처한(처했던) 사람들과 공유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정글: 캐릭터 ‘파리’는 어떤 인물인가요
Opt0401: 백수 파리는 가상캐릭터로서 온라인에 존재하는 이웃이죠.
유저들의 이야기로 구성되기 때문에 한편으로 내면은 유저들을 내포하기도 하지요.
다른 캐릭터와 차별이 있다면 일방적인 캐릭터이기보다 커뮤니케이션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이름에서의 어감때문에 흔히들 곤충 파리와 비교하시는데...
곤충 파리와 백수파리의 공통점은 잘 앵겨 붙는다는 것,
다른점이 있다면 백수파리는 그래도 의리파입니다. 쏠땐 쏩니다.
곤충 파리하고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만 파리는 파리일뿐 ~
정글: 앞으로 100sparty의 운영방향
Opt0401: 커뮤니티 공간인만큼 에니메이션, 방송 등의 내용은 유저들의 사연이나 글들로 구성을 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게시판 등을 돌아다니다 내공(?)만땅인 분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더군요.
이런 분들과 접속에서 접촉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죠.
앞으로 오프라인에서의 만남(누가 쏘나?)도 유도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노는 백수보다 쓸돈은 버는 백수(프리터족)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차후 알바 정보를 제공하는 코너도 넣을 생각입니다.
정글: 정글인에게 인사말 남겨주세요
Opt0401: 우리 작업실을 취재당해서(!?) 무척이나 영광스럽습니다(ㅡ.,ㅡ;;)
이쁘신 기자님이 왕림을 다 해주시고....(기자님 잘했죠? *^O^*)
정글지인들과 만나서 기쁩니다.
우리 백수파리 사이트에 놀러오셔서 사는 얘기도 듣고 조언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