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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인터뷰

세자매.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 도시 뉴욕에 서다. Namoo.

2004-08-30

막내 윤해진씨가 직접 디자인 한 캐릭터로 만든 상호배너와 명함.
Newyork chelsea의 창고형 gallery들 틈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가 그려진 깃발.
‘일본 캐릭터 샵인가?’라는 생각도 잠시.
캐릭터 위에 쓰여진 알파벳을 조용히 읽어보았다.
Namoo. 나무? 낯익은 음을 주절거리며 조심스레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 안의 분위기는 동양적임에 틀림없는데, 단번에 국적을 알아내기 힘든 묘한 분위기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무작정 입을 열어보았다.
“Are you Korean?”
“Yes.”
“Design jungle에 호재희라고 합니다.”
이렇게 흥미로운 이 곳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인터뷰 | 호재희 정글에디터 (lake-jin@hanmail.net)

윤용인, 윤해영, 윤해진 세자매가 운영하고 있는 이 곳 ‘Namoo’는 꽃과 옷을 위한 공간이었다.
디자인하는 세자매라...
서로 의지하고 도움이 되리란 생각의 작은 부러움도 잠시.
다섯 자매 중 셋만 이곳에 와 있다고하여 더욱더 놀라웠다.
다섯 자매 중 넷이 예술쪽에 몸담고 있다 함은 어린시절 집안의 분위기 뿐만 아니라 유전적인 요소도 있으리라 감히 짐작해본다.
큰언니 윤용인은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순수 국내파이고, 윤해영과 윤해진은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각각 패션과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막내인 윤해진은 잠시 한국에 있던 시절 시각적 흡입력이 강한 ‘쌈지’의 지면 광고도 손수 디자인했을 정도로 실력파이다.
이렇듯 디자인과 순수 미술을 전공한 세자매의 상상력이 결합된 공간이어서인지 ‘namoo’에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조형적으로 균형있게, 아름답게 놓여져 있었다.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넉넉한 공간이었지만 리드미컬하게 디스플레이된 꽃과 옷은 공간을 위해 존재한다기보다 공간이 꽃과 옷들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namoo’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공간은 ‘자연’을 추구하고 있었다.
공간의 일부가 아닌, 공간 전체가 자연을 노래하고 있었다.
여기서 나무는 단순히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나가는 식물을 통틀어 말하는 사전적 의미 뿐만 아니라, 땅과 우주의 매개체로써의 주술적 의미 또한 가지고 있단다. 이러한 주술적 의미를 반영이나 하듯, 나무를 대표하는 이들이 직접 디자인한 어떤 형체의 조형물들이 공간의 여기 저기에 놓여 묘한 힘을 갖은 나무만의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었다.

일년 육개월 동안의 사업구상. 이천사년 칠월 십오일 오픈.
오픈한 지 한달 남짓.
아직 ‘namoo’만의 색을 갖기 위해, ‘namoo’만의 색을 내기 위해 세자매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신흥 예술인들의 작품이 들고 나는 chelsea에 자리잡은 ‘namoo’는 뉴욕 문화의 한복판에서 동양의 선을 뽐내고 있었다. Naturalism, modernism, orientalism등. trend를 무시하지 않은 채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그녀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namoo’의 스타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디자인 하지만, 결코 남들과 똑같지 않은 디자인. 그런 실험적 디자인을 위해 많이 보고 경험한다.
꽃이 주인공인 ‘namoo’는 꽃에서 패션의 모티브를 얻어온다. ‘꽃’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수만가지의 의미와 impression. 그것을 옷에 담아보았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옷들은 여성스러운 라인에 자연의 흙과 생명들로부터 얻어지는 편안한 색채를 갖는다.
특정 대상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지 않았지만,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여성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정형적인 사람이 아닌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객이 되지않겠냐고 윤해영 디자이너는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뉴욕은 패션의 중심 도시로 디자이너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와 선택을 제공한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유럽과 달리 비즈니스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도 이들이 뉴욕을 선택한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문화의 melting pot인 미국에서 뚜렷한 자신의 색을 가지고, 다양한 생각들·다양한 모습들을 접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의 도시라고.
신흥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gallery들과 함께 예술가의 향기가 묻어나는 chelsea에 자리잡은 ‘namoo’는 점점 상업적 분위기로 흘러가는 soho와 달리 자기만의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러한 성향이 ‘namoo’가 지향하는 고객 분위기와도 맞아 떨어졌을 뿐더러 soho에 버금가는 예술 구역으로의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이곳chelsea에 ‘namoo’의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필요 조건이라고 감히 말할 수 없지만, 많이 보고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분야가 발달된 나라를 경험해 보는 것은 보다 나은 디자인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유행이 빠른 서울의 경우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뛰어난 디자인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들의 활동으로 디자인 도시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정형화된 교육으로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끼를 발산하기보다 수렴하게 만드는 약점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뛰어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시류에 따라가기 보다는 자기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고, 많이 보고 느낌으로 자신의 스타일에 살을 붙여 나아가야 한다. 동시에 남 또는 자신의 작품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 특히 자신의 작품에 대해 냉정하고 엄격한 잣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namoo’는 show나 party, 회사 장식을 위한 꽃을 디자인하고, 꽃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옷을 디자인 하지만, 앞으로 어떤 멋진 브랜드로 성장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무엇이든 ‘꽃’과 함께 할 것이라는 것. 꽃과 함께하는 이들 앞에 승리만 있기를.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누군가 나에게 해답을 주듯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었다.

‘namoo’는 이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곳이었다.
연고도·연줄도 없는 남의 나라 미국에서 당당한,대담한,과감한 윤씨 세자매는 미적 감각 하나로 세상과 통하고 있었다.
어떤 의미의 ‘namoo’이든 세계를 향해 우리의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그런 ‘namoo’이기를 바란다.

Namoo.
525 W 23 ST NY NY 10011
tel.212-645-2100
fax.212-645-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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