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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더딘, 그러나 한없이 깊은

2010-10-22


옻칠은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살아있는 나무에서 그 질료를 취한 옻은 웬만해선 자신의 색깔을 작업자 앞에 쉬 드러내지 않는다. 칠을 올리는 과정에서는 단지 그 빛깔을 상상할 수밖에 없고 시간이 흐른 후 그제서야 조금씩 자신을 보여주는 ‘요망한’ 재료이다. 목칠공예가 구은경 작가는 옻의 그런 성격을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성격 때문일까, 옻칠공예의 결과물들은 여타 질료의 결과물과는 다른, 깊은 맛을 지녔다. 작은 아파트 안에 꾸며놓은 구은경 작가의 작업실 또한 그러했다. 겉보기엔 투박하고 간소하지만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작업실에서는 더욱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듯 했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구은경 작가가 목칠공예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교수님의 전시회에 가서 본 목칠공예 작품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라고. 원래 작품 이외에도 혼자 꼼지락거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즐기던 성격도 한 몫을 했다.
“사실 공예가 여자들에게 쉬운 작업은 아니에요. 힘도 많이 써야 하고 이것 저것 품도 들고, 시간도 많이 들어요. 그런데 칠이라는 재료는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도자기는 흙으로 만들면 되고 금속공예는 금속으로 하면 돼요. 하지만 칠이라는 건 주재료가 액체이기 때문에 칠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성립이 안되지요. 안 좋게 생각하면 공부할 재료가 너무 많은 거지만 반면 그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구은경 작가의 작업실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재료에 올린 옻을 건조시키는 건조실이다. 옻이라는 질료는 습도와 온도에 모두 민감하기 때문에 건조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 작업실 한 켠에서 서서히 건조되고 있는 그녀의 작품들은 이미 여러 번 색을 올린 결과물이다. 이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칠공예는 이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일반으로 후지고 더딘 공정을 거쳐야 한다. 만든 이의 손길을 타야 하는 잡다한 도구들도 마찬가지. 그녀는 지금도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직접 깎아 만든다. 얼핏 보면 귀찮기 이를 데 없지만 그녀의 성격에는 딱 들어맞는다고.

작업실 한 켠 벽에는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픽토그램이 한 가득 붙어있다. 구은경 작가의 작품 속에 언제나 등장하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사람. 그녀는 이런 작품의 특징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의 가장 단순화된 모습을 표현한 것이에요. 쉽게 일반화될 수 있는… 저는 인간 자체를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역사를 만든 인물들을 제외하고 사후 50년이 넘도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는 인물들이 얼마나 될까요? 매일매일 변하는 삶 속에서 일반화되고 단순화된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이죠. 그 안엔 저도 포함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의 생활신조는 될 수 있는 한 가볍고, 즐겁게 살자는 겁니다.”

구은경 작가의 작업실은 그녀가 손수 만든 물건들로 가득하다. 직접 만든 잔과 숟가락, 술병과 앉은뱅이상까지 그녀는 이 작은 작업실 안에서 스스로의 세계를 매일 새롭게 만들어나간다. 옻을 부재료에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하며 깊어지는 그녀의 작업처럼, 아주 느릿느릿 천천히… 정신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그녀의 삶과 작업이 눈에 띄는 건, 어쩌면 특유의 그 느릿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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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현
안녕하세요 꽤나 허접한 휴학생임니다 곧 군대 갈꺼구요 생각없이 놀구 있어요ㅡ.ㅡ 음... 누군가의 소개로 여길 가입하게 됐슴다 좀전까지 대학로에 계시던.. 몇몇분들의.... 가입 시켜주세요..ㅠ_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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