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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영화보다 더 유쾌한 디자인 비즈니스, ALLM(오렘)의 이종명

2005-02-02


대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용돈을 모아 겨우 컴퓨터 석대로 자취방에서 회사를 개업했다. 젊음과 열정, 자존심으로 ALLM(오렘)을 창립했고, <취화선> 의 홈페이지가 '깐느 국제광고제'에 은사자상을 수상하면서 회사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이어 2002년 <툼레이더> , <로스트 메모리즈> , 2003년 <장화,홍련> , <네추럴 시티> , 2004년 <인형사> , <하류인생> 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히트작을 내며 업계의 선두주자로 내달리고 있다.
오렘은 그 동안 수많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에 반해 창립자인 이종명 대표는 외부에 거의 드러난 적이 없었다.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도 담당 디자이너를 내보낼 뿐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아 베일에 쌓여 있던 오렘의 이종명 대표를 어렵게 만나보았다.

취재 | 권영선 기자 ( happy@yoondesign.co.kr)


오렘이라는 회사가 생기게 된 동기는 무척이나 독특하다.
대학교 2학년 시절, 외국 기업 현장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인 'LG 21세기 선발대'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벤치마킹 해 오라는 특명을 받았다. 이종명 대표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존중경영(HRM,human RESPECT program)이라는 주제로, 외국의 대기업에서 얼마나 인간을 존중하는 경영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모토로라 본사에서 30년간 회사에서 일을 하고, 퇴직을 하고도 회사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는 일흔이 넘은 가이드를 만나게 되면서 그는 무척이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의 인생은 이 회사를 떠나선 생각할 수 없다. 나에게 너무도 많은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한 곳이기 때문이다’ 라며 회사 자랑을 하는 그 가이드를 보며 우리나라에도 재벌회사는 많은데, 그다지 존경할 만한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가 없다는 것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지금의 김영국 이사에게 기업문화가 제대로 된 세계 최고의 회사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당시 온라인 게임이라고 하면 천리안에서 운영하던, 그래픽이 거의 없는 '쥬라기 공원'이 전부였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었다.
게임 기획은 이종명 대표가 하고, 게임 개발은 김영국 이사가 맡았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를 그릴만한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래서 디자인팀의 권혁 이사를 영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컴퓨터의 '컴' 자도 모르는 그들이 모여 할 수 있었던 것에 한계가 있었다. 배우면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도 않았고, 더디게 개발을 하다 보니 그들이 그토록 만들고자 했던 게임을 후발 업체에서 먼저 만들어 내놓게 된 것이다.


시장의 기회가 있을 때 잡을 수 있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력이었다.
몇 번의 실패를 맛 본 후, 시장에서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하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력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 당시 그들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홈페이지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40만원의 적은 금액부터 시작해서 영화 <비천무> 홈페이지를 만들기 전까지 무척이나 고생을 했다고 그는 회상한다.
<비천무> 홈페이지는 남들과는 전혀 다른 비쥬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 당시 스크립트로 페이지 인 페이지 아웃 효과를 주고, 통자 이미지를 써서 영화관 같은 느낌이 들도록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이런 효과들은 이 홈페이지에 백만 명의 관객들을 불러 들였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2002년도에는 기자들이 뽑은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 홈페이지 10’에 1위부터 5위까지를 모조리 차지하기도 했다.

Art film
인생을 담은 art film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고로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art film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Button
버튼? 난 왜 팀 버튼(Tim Burton)이 생각나는 것일까?

Creative
크리에이티브는 숙련된 프로세스에서 뽑아내는 의도된 의외성이다.

Dislike
신뢰 없는 세상

Experience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존재 목적. 돌아가는 날까지 많은 것을 보고 느끼자.

Fear
갖은 자들이 느끼는 잃어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 마음을 비우는 순간 Fear는 없다.

Gold
영원히 변치 않는 가치 Aurum. 사람들의 금에 대한 열망은 진리에 대한 열망과 다름없다.

Handicap
승부를 재미있게 만드는 리셋!

Introduction
미니스커트와 같이 짧을수록 좋다.

Jump
뛰어오르려면 일단 움츠려야 한다.

Killing time
Killing time 하기엔 인생이 너무나도 짧다. Enjoy time!

Leadership
Emotional leadership > rational leadership

Message
You are never given a wish without also being given the power to make it true. You have to work for it however. [Illusion]

New
새 술은 새 포대에…

Occupation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모든 일은 소중한 의미가 있다.

Partner
기러기의 칭찬! (by 겅호)

Quickness
추진력

Revolution
X10의 기회

Style
기왕이면 다홍치마

Track
Track은 돌고 돈다. 문제는 선순환이냐 악순환이냐는 것이다.

Useful books
앤드류 그로브 , <승자의 법칙> , 원제: [Only the paranoid survive, Andrew S. Grove] 강추!

Vainness
막상 꿈을 달성했을 때 오는 느낌?

Weekend
운동 + 재충전, 가족과 함께…

Xanthippe
악처보단 사랑스런 아내가 좋다.

Young
나이 들어 성공하면 가장 부러운 것.

Zoom
때로는 줌 아웃하여 숲을 보는 습관을…

31세의 나이에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에 앉아 버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대 학생들은 대부분 고시 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의 동기들을 보더라도 컨설팅 회사나 외국계 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평탄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위에는 시기와 질투보다는 걱정과 우려의 시선이 더욱 많다고 한다. 그가 굳이 사서 고생을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IMF가 터졌을 때는 낮에는 (창업자)셋이서 배달을 하고, 밤에는 디자인을 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지금도 평균 수면시간이 다섯 시간이 채 안 될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데코레이션 이상의 비즈니스, 이것이 디자인이다.

경영학과 출신인 이종명 대표는 회사 내에서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강연을 하기로 유명하다. 디자인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디자이너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디자인이라 함은 좁은 의미의 데코레이션이 아니라 모든 문제해결의 과정이고, 비즈니스 자체를 의미한다. 그가 예를 든 것은 외국의 어떤 수도꼭지 회사였다.
그 회사는 너무도 튼튼하게 만들어진 수도꼭지 덕분에 처음에는 판매율이 높았으나 나중에는 오히려 물건이 잘 팔리지 않자 결국 부도직전까지 몰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 기업은 극적으로 살아났다. 디자인의 관점에서 물건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것은 수도꼭지가 아니라 물이었다. 그래서 수도꼭지에 정수기를 달아 팔기 시작했고, 30년에 한번씩 팔던 것을 1달에 한번씩 필터를 바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이것은 다름아닌 바로 디자인의 힘이었다. 그는 디자인을 일컬어 경험을 끌어올려 표현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주관적인 평가로 이루어진 정교한 프로세스라고 말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책들을 통해 알아낸 귀한 교훈들이었다.
남들보다 실전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한시도 손에서 책을 놓는 적이 없다.
실제로 그의 책상에는 수많은 전문 서적들이 가득 차 있었다.

게임 왕국을 다시 꿈꾼다.

오렘은 낙성대에 있는 웹 에이전시와 서울대학교 연구공원에 있는 게임부서가 따로 분리되어 운영 되고 있다. 하지만, 웹 에이전시로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 곳에서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홈페이지 제작을 시작한 것은 실력을 갖출 때까지 연구를 하자는 의미였지 게임 제작에 대한 꿈을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웹 사이트를 꾸준히 제작하면서도 자체적으로는 계속 게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었다. 실제로 오렘은 정보통신부에서 인정한 우수신기술업체로 올 5월에 새로운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종명 대표는 디자인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믿기에 디자인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애를 쓴다. 2년간에 걸친 타임시트 구축과 아침 아홉시에 열리는 Fun break time이 대표적인 예이다.

인재 관리 프로그램 타임시트

대부분의 일들이 인력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인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을 한다. 타임시트를 구축하게 된 것도 모든 자원이 사람이고(사람을 다르게 표현하면 시간이다) 사람(시간)이 관리가 되지 않으면 결국엔 원가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쉽게 말해 무언가를 팔면서 원가가 얼마 나오는지 알 수 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해결책이었다.

디자인은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만족할 정도의 문제 해결과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다. 어떻게 크리에이티브를 하는데 시간 제한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박을 할 수 있겠지만, 한 명 한 명이 CEO로써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과정들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를 하여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제가 적용이 되고 있었다.


아침은 언제나 FUN BREAK TIME

아침 아홉시만 되면 이 곳은 도너츠와 따뜻한 커피한잔이 있는 활기찬 곳으로 변신을 한다.
딱딱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의 즐거운 이야기들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일은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을 쌓아가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늦지 말라'고 말하는 통제적 개념이 아니라 스스로 아홉시까지는 회사에 오게끔 만든 것이다.
오렘은 이렇게 통제와 규율보다는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는 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쇼맨쉽이 강한 CEO이기 보다 제대로 된 기업 문화환경을 조성해 주는 CEO가 되고 싶다는 이종명 대표.
그의 이런 의지로 인해 우리는 이종명 대표를 만나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 동안에 이뤄온 성과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단지 31살의 젊은 사장이라 불리기엔 수식어가 한참 모자란 듯 하다.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보다 회사의 직원들을 먼저 위하는 그를 보며, 오렘의 밝은 미래를 점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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