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8
욕실은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춘 방이다. 욕조나 샤워기가 설치되어있는 욕실과 변기가 있는 화장실은 분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욕실에는 이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화장실’이라는 단어가 ‘욕실’을 대신한다. 화장실과 욕실, 두 가지의 공간 중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화장실’하면 변기가 떠오르는 반면 ‘욕실’하면 샤워시설이 떠오른다. 문화적 차이일수도 있지만 변기가 설치된 곳이나 샤워기가 설치된 곳 모두가 ‘화장실’이라는 말 하나로 통용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에서는 toilet, bathroom, restroom 등 다양한 단어로 그 목적과 공간이 구분된다. 똑같이 용변을 보고 똑같이 씻는 곳이라고 해도 우리는 원한다. 조금 더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세비앙은 1993년부터 욕실을 안락하게 해온 샤워기 전문회사로 우리의 화장실을 욕실답게 만들어주는 일을 해오고 있다. 샤워기 혹은 샤워공간에 초점을 두고 연구와 개발을 계속해온 세비앙은 틀면 물이 분사되는 일반적 샤워기와 달리 심미성과 기능성은 물론 사용자의 심리까지 고려한 샤워기를 선보이고 있다. 세비앙의 샤워기가 좋은 샤워기, 예쁜 샤워기에 그치지 않고 욕실의 전체 분위기를 리드하는 것은 세비앙이 추구하는 이러한 철학 때문이다.
17년간 세비앙이 변화시키고자 한 욕실은 어떤 것일까. 세비앙의 류인식 대표이사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문화’라는 단어를 택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욕실용품 브랜드가 있지만 외국의 브랜드까지 치면 그 수가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잘 만들고 잘 팔리는 브랜드가 많이 알려져 있지요. 그러나 정말 인정받는 욕실용품 브랜드는 잘 만들고 잘 팔리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제품의 종류와 기능을 설명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저 문화를 이야기할 뿐이죠. 욕실은 단순히 씻는 공간이 아닙니다. 욕실은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안락함을 줄 수 있는 공간인 만큼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죠. 바로 문화를 담는 것이 세비앙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문화에는 사회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혹은 생활양식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모든 물질적, 정신적 소득이 포함되니 어쩌면 욕실은 우리의 문화, 그 최전선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던 때만해도 우리나라의 샤워문화는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 우리는 매우 바쁜 일정에 맞춰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일상에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여유롭게 목욕을 즐기기는 쉽지가 않죠. 당시만 해도 사회분위기가 지금과 많이 달랐지만 자연스럽게 저의 관심은 ‘샤워’로 향했습니다. ‘사회가 변화할 것이다’라는 예상에 의해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시작을 한 것이라기보다 육감적으로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사업을 이끌어오며 그러한 변화들을 몸소 체험하면서 문화를 담는 공간으로서의 욕실에 대한 포커스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세비앙이 바디샤워기, 시스템샤워기 등의 영역에 누구보다도 먼저 도전한 것은 류인식 대표의 이러한 직감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문화를 담는 욕실에 한 가지 요소를 더 첨가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문화, 한국의 전통과 예술성이다. 서양에서 건너온 샤워문화에 한국의 정서를 더하는 것이 어떠한 모습으로 어우러질지 궁금했다. “세비앙 사옥이 위치한 이곳은 조선백자의 본산인 경기도 광주와 다양한 작가들이 활동하는 여주, 이천 지역입니다. 유서 깊은 곳에 사옥이 위치한 것은 제품에 전통예술을 스미게 하는 계기가 되었죠. 단순히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욕심이었다면 제품화시키고 현실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문화를 담고자 하는 세비앙의 철학 자체가 그러한 프로젝트와 잘 어우러졌습니다.” 도자기 회화 작가인 청암 김순식 선생, 한국 전통 나전칠기 장인인 김영준 선생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룩스 시리즈에 우리의 문화, 그 자체가 담겨있는 셈이다.
청렴하지만 우리의 삶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해주는 예술을 생활화하고자 하는 그의 모토는 사옥 전체에서도 느껴진다. 실외 공간 곳곳에는 조각품들이 설치되어 있고 실내 공간 또한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디자인경영이라는 말을 많이들 사용하지만 단순히 디자인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현실화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분야와 접목을 이루어야 그 깊이를 더할 수 있죠. 저의 디자인경영은 ‘모험적 아름다움의 발견’이며 이는 세비앙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세비앙은 최근 또 하나의 ‘모험’을 시도했다. 디자인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쥬지아로 디자인사와의 협업을 시작한 것이다. “아시아 중 특히 한국의 디자인에 지대한 관심을 지닌 쥬지아로가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디자인 단체를 통해 디자인경영으로 대표되는 기업들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고 시장성 검토 결과 여러 기업 중에서 세비앙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국의 중소기업 중 가장 먼저 접촉이 되었습니다.” 세비앙은 쥬지아로사가 디자인한 새로운 CI를 선보였으며 이들은 제품 디자인에 있어서도 협업을 이루어나갈 예정이다.
지난 9월 세비앙은 원룸이나 소형주택에 맞춤화된 제품 ‘올인’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고객들이 원하는 공간, 주거공간 전체와 딱 맞추어진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든 세비앙은 새로운 제품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비앙다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샤워기 특화를 통해 철저한 포지셔닝을 이루어온 것처럼 우리만이 갖고 있는 디자인적 상상력과 시장에 대한 유연성을 바탕으로 더욱 세비앙다운 제품을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www.cebi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