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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디자인으로 SMILE!

2011-02-28


세상 어딘가에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들로 가득한 마을이 존재한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주인의 곁을 떠난 물건들과 그들에게 사랑 받지 못한 물건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단순히 동화적인 상상력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상력은 창조의 밑거름이 되기 마련이다. Lufdesign의 대표인 디자이너 왕춘호도 그런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다. 지저분하게 흩어져있는 전깃줄에 나뭇잎을 달아 생명력을 부여한 리프 타이(Leaf tie)는 출시 3일만에 13개국에서 500개가 판매되었으며 이제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 걸쳐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사진제공 │ Lufdesign

Jungle : Lufdesign에서 출시된 제품들은 서정적이고 간결한 정서들로 가득하다. 디자이너 본인의 디자인철학은 어떠한지?

간단하다. 보통 데스크 용품이나 주변기기들이 다 무생물이지 않나. 그런 것들에 감성을 넣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리프 타이 같은 거다. 우리 주위에 전선들이 많지 않나. 그런 것들이 어찌 보면 디자인하기에 좋은 아이템인데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요소들이다. 전선이 나무 줄기처럼 보이면 어떨까 해서 타이에 나뭇잎을 단 거다. 일상에서 소외된 무언가를 우리의 아이디어를 통해 재미있는 오브제로 만들어보는 일 자체가 참 즐겁다.

Jungle : 원래 디자인브랜드 일을 쭉 했었나?

2009년까지만 해도 디자인서비스 쪽 업무들을 했다. LCD를 비롯한 전자제품 등을 주로 만들었다. 디자인서비스라는 것이 한계가 있더라. 해외 쪽 많은 디자인오피스들의 변화를 지켜보다가 우리도 디자인브랜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씩 디자인을 시작했다. 원래부터 이런 일을 했던 것은 아니다. 디자인서비스를 하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작하게 된 거다.

Jungle : 이번 2010 Design for Asia (DFA)에서 Silver Award를 수상했다고 들었다.

우리 회사의 효자상품인 리프 타이가 수상작이다. 반응이 좋다.

Jungle : 제품들 중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시는 편인가?

사무실에서 자전거 타고 5분만 가면 한강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하늘공원도 있고. 그런 데 앉아서 농담을 많이 한다. 이런 식으로 많이 아이디어를 낸다. 플라잉 스틱도 그렇게 착안한 제품이다. 아이들이 잔디밭에 앉아서 민들레 홀씨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잡으려고 하더라. 아이들의 재미있는 표정을 어떻게 캐치할까 했는데 홀씨 밑에 카메라를 달면 어떨까 생각했다. 놀면서 디자인을 하고 놀면서 일을 하는 편이다.

Jungle : 모두 다 소중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애정이 가는 제품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리프 타이일 것이다. 이미 30개국 이상에서 판매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러시아 쪽에서도 연락이 왔다. 중동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륙에서 판매된다고 보면 된다.

Jungle : 본인이 생각하는 굿 디자인은?

모든 디자인에는 조형적인 균형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행하는 디자인은 다른 일을 하기 위한 뒷받침이 되는 작업이다. 이를테면 소외 받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 같은. 그런 작업들이 바로 굿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보다 좋은 상황의 사람들을 위해 조금 더 예쁘고 잘 팔리는 디자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힘든 상황의 사람들을 위한 권리를 고민하고 제품을 통해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 아닐까.

Jungle : 그렇다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이슈가 있나?

어찌 보면 전선의 권리를 되찾아 준 것이 리프 타이였던 것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포크 앤 크림소스 같은 제품의 경우 하나가 팔리면 배고픈 아이들에게 점심한끼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좋은 일을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경우 5살까지만 살 수 있으면 27살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우리의 디자인을 통해 이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Jungle : 작업을 진행할 때 호불호는 뚜렷한 편인가?

작업적인 부분에서는 칼 같은 편이다. 아닌 것들을 빨리 덮어버린다. 아닌 거 가지고 자꾸 하려고 하면 더 힘들어지니까. 직원들과 매일매일 이야기하면서 좋은 거는 가져가고 아닌 것들은 바로 자른다. 우리의 색깔에서 벗어나는 제품들은 절대 하지 않는다.

Jungle : 스스로 생각하는 디자인적 정체성은 어떤 것인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내놓았을 때 한눈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디자인이다. 설명을 해야 한다면 그 제품은 끝난 거라고 본다. 우리의 컨셉트는 ‘스마일’이다. 보는 순간 ‘앗’ 하는 느낌이 들도록 재미있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즐겁게 일해야 하고, 그래서 절대 영업은 하지 않는다. 리프 타이 같은 경우도 입소문을 통해 해외시장까지 진출한 거다.

Jungle : 국내 업체나 디자이너들에게 자극이 되는 말이다.

대기업에서 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걸 보고 부러워하더라. 그 곳에서는 하루 종일 일만 하니까 주말에는 쓰러져 잠만 잘 수밖에 없다고 한다. 힘들더라도 스스로 천천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을 하면서 의외로 해외시장의 문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디자이너들도 순간순간 생겨난 아이디어를 통해 제품을 구상하고 해외의 문을 넘어섰으면 좋겠다.

Jungle : 앞으로 어떤 작업들을 진행할 예정인지.

디자인브랜드 사업을 계속 진행하려고 한다. 올해 안으로 10개 이상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라인업은 진행되어 있고 생산 등의 디테일을 만지는 작업 중이다. 더불어서 사무실을 일본으로 옮기려고 계획 중이다.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위주로 사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디자인이 있다. 보여지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소외 받는 이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디자인적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게 상품이 될 수도 있고. 조금 더 시스템적인 것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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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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