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인터뷰

차은택, 그의 끝나지 않을 호기심

2011-03-08


지난 해, 뉴욕에 위치한 타임스퀘어 광장에서는 이색적인 광고 한 편이 상영되었다. 빨, 노, 파 등의 화려한 색감과 한국의 독특한 문화가 버무려진 아주 맛깔 나는 영상, 바로 MBC 무한도전 팀의 비빔밥 광고였다. 이 광고를 연출한 차은택 감독은 우리나라 CF와 뮤직비디오 계의 신화와 같은 존재이다. 조성모와 이효리, 브라운 아이즈, 이승환, 신승훈 등 국내의 내로라 하는 가수들과 함께 작업을 해온 그는 특유의 크리에이티브한 감각과 완성도로 대중들에게 그 이름을 알려왔다. 기존의 광고와 뮤직비디오 이외에도 영화와 방송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차은택 감독은 디자인정글에서 진행하는 첫 번째 포럼박스의 강연자이기도 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사진제공 │ 아프리카 픽쳐스

Jungle :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이다. 주어지는 수많은 일 중에서 본인의 일을 선택하시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단순한 편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인가, 혹은 아닌가. 그 기준이 모든 일에 적용된다. 광고를 제작할 때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스토리 보드와 기획들이면 주저 없이 하는 편이다. 타 장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방송이든 동화 일러스트든 가리지 않고 한다. 작사까지도 한 적 있다. 일종의 호기심이다. 한 번 부딪혀보고 싶고 공부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일을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이다.

Jungle : 요즘 진행하시고 있는 작업이 궁금하다.

TV광고는 빈폴과 KT, 현대자동차, ING생명 등을 진행하고 있고 뮤직비디오는 가수 양파의 신곡을 작업하고 있다. 영화도 기획하는 중이다. 지금은 시나리오 작업 중인데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Jungle : 디자인정글에서 진행하는 포럼박스의 한 세션을 담당하고 계시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무엇인가?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첫 번째는 광고에 대한 이야기이다. TV광고 보다는 미디어나 광고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0년 전이나 20년 전만 하더라도 온라인, 그 중에서도 태블렛 PC나 모바일 콘텐츠와 관련된 시장은 거의 없었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근 10년 만에 급성장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각이 다차원적으로 변화하면서 미디어들이 다양해졌다. 광고라는 것은 어쨌거나 미디어를 끼고 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변화와 대처방안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생각하고 있는 주제는 저의 전문 분야인 영상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영상을 돌아보면 미디어의 변화로 인해 영상의 문법이 바뀌어가고 있다.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해볼까 한다.

Jungle : 모바일을 비롯해 쌍방향 교류가 가능한 매체들이 많이 생겨났다. 감독님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뉴미디어 분야는 어떤 것인가?

첫 번째는 아무래도 모바일 비즈니스이다. 저희 회사에서도 어플을 제작하고 있고 그 중 한 어플의 경우 KT 콘테스트에서 2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어플은 미국 앱스토어에서 판매 중인데 유료 어플 중 10위권 안에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미디어가 통합되고 단순화되는 반면 콘텐츠는 다양해질 것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하드웨어가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콘텐츠나 소프트웨어가 따라가는 속도는 느리다.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 국내 로컬 브랜드가 움츠러들었던 이유도 소프트웨어의 문제였다. 미래에는 콘텐츠 시장에 주력해야 한다. 콘텐츠는 적어도 미디어와 같은 속도로 발전하거나 그보다 앞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회사 역시 그에 대한 대비를 진행하고 있다. 내 생각에 인터렉티브 미디어는 기술적인 부분만은 아닌 것 같다. 인터렉티브라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온 하나의 작용들이다. 현재에 이르러 마케팅에 활용되고 그러면서 인터렉티브 한 것들이 조금 더 소비자들의 참여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다. 이런 움직임을 가장 크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영상 분야이다. 예전에 나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를 보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기술들이 모두 등장한다.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화되는 기술들. 사실, 인터렉티브를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기 보다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장르도 발견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준비하는 것들도 그런 것들이다. 기술보다는 마케팅적인 접근들. 광고도 그렇다. 그냥 일반적인 TV광고로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것도 일종의 인터렉티브이다.

Jungle : 일인미디어의 발달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양산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무색한 시대이다. 그 관점에서 감독님만의 변별력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지 궁금하다.

나는 절대로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방송 섭외가 들어왔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그들의 재능을 키워나가는 프로그램인데 결국엔 출연을 고사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 관련해서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때와 상당히 다르다고 느꼈다. 우리 어릴 적 꿈은 대통령, 선생님, 과학자 등 좀 모호하지 않았나? 그런데 요즘 애들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패션 디자이너, 연출자 등 그런 식으로 벌써부터 자기 꿈을 좁혀나간다. 어떤 심사에서 본 중학생들의 단편 영화도 조금 놀라웠다. ‘얘들이 벌써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싶어서. 누구나 영상을 다룰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감성을 가지고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다. 작가나 감독들이 감성을 키워나가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그 감성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사회적인 반응과 대중들의 호불호가 갈린다. 단지 툴을 잘 쓴다고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런 얘기들을 자주 하는 편이다. 기술과 크리에이티브와는 별개라고. 예전 저의 스승님에게서 배운 일류와 이류, 삼류의 차이는 이렇다. 일류는 굉장히 새롭고 스킬까지 좋다. 이류는 잘 만들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삼류는 무엇일까? 바로 잘 만들긴 했는데 일류의 모방이라는 것. 창조적인 작업이라는 것은 그런 부분에서의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모두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똑 같이 할 필요는 없는 거다.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그걸 가장 중요하게 본다. 채용의 기준도 많은 툴을 사용할 줄 아느냐 보다는 어느 정도의 감성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Jungle : 차은택 감독님은 청소년들이 가장 닮고 싶은 크리에이터로 뽑힌 사람이다. 포럼박스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창조성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우리나라 말로 ‘창조’라는 단어는 굉장히 힘든 말이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새롭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니까. 이건 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크리에이티브의 실제적인 의미는 창조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크리에이티브는 습관의 문제이다. 제 생각에 크리에이터들이 가져야 할 가장 좋은 습관은 호기심과 관찰력인 것 같다. 호기심은 모든 사물에 물음표를 다는 일이다. 사물을 관찰할 때나 길을 걸어갈 때에도. 호기심이라는 것은 사실 크리에이터 이외에도 언론가, 정치가, 과학자 모든 직업군에 필요한 미덕이다. 나는 디자인이라고 하는 말을 좋아한다. 디자인은 실제적으로 전체적인 설계와 구상까지를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것들에 물음표가 있어야만 진정한 내 것으로 조직할 수 있다고 본다. 관찰력은 사물을 들여다볼 때 남들과 같은 시각으로 보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호기심처럼 물음표를 달면서 눈 앞의 사물을 왜곡시켜야 한다.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필요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한다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크리에이티브 소스가 될 수 있다. 신승훈의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을 작업할 때의 일이다. 아무리 음악을 들어도 콘티가 안 떠오르더라. 그러다가 우연히 테이블 위에 올려진 인형을 봤다. 그걸 가만히 관찰하던 와중에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방 바깥으로 나가서 인형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내가 없어도 인형이 말을 하고 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했다. 하나를 끊임없이 파헤치려고 노력하면 많은 것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늘 사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이용하려고 노력한다면 크리에이티브를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가 쉬워지기 마련이다.

Jungle : 앞으로의 작품 계획이 궁금하다.

우선은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시기는 아니고. 이번 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 3D 캐릭터를 하나 완성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의 곡들도 받아서 음원도 제공할 예정이고 실제로 그 음악들을 가지고 활동도 하게 만들려고 한다. 캐릭터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실제 사람들이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추후에는 홀로그램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facebook twitter

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