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2
친환경적인 종이를 소재로 사용하여 무한한 가능성을 가능성을 전해주는 튜나페이퍼 스튜디오의 오시민 디자이너를 만나다.
기사제공 │ 디자인DB (designdb.com)
취재ㅣ 한국디자인진흥원 정보지원실 김효수
Q. 처음 디자인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참 우스운 이야기지만 고등학교 때 야간 자율학습이 너무 하기 싫어 미술을 시작하게 된 게 여기까지 왔네요. 손재주가 조금 있어 미대에 가보지 않겠냐는 말은 종종 들었지만 깊이 생각해 본적은 없었거든요. 단지 야간자율학습이 싫어 시작된 미래에 대한 고민은 좀 더 진지하게 바뀌었고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 디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단순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끼워 맞춰진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저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다양한 재료가 많지만 특별히 종이를 이용하여 작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종이는 너무도 흔하기에 널리 퍼질 수 있고 너무도 익숙하기에 보다 친숙해 질 수 있고, 너무도 비어 있기에 더 많이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제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상당이 좋아했었어요. 만들기의 재료는 대부분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였고 평면적인 것에 혼을 불어넣어 입체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상당히 좋아했고요. 종이는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칼과 자만 있다면 바로 만들어볼 수 있어요. 종이 이외의 재료들로 구상된 작업들은 컴퓨터상에서 느낌은 볼 수 있지만 실물에서 오늘 진정한 감을 느껴볼 수가 없잖아요. 성격이 급해 빨리 결과물을 보고 싶어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참 적절한 재료라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 작업한 것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이 있다면, 그 이유와 작업과정에 대해 말해주세요.
백+티슈케이스를 가장 좋아해요. 메시지와 기능성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제품은 쇼핑백이 집안에 나뒹구는 모습에 티슈를 넣고 밑으로 뽑아 쓰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되었어요. 쇼핑백에서 티슈가 나오는 것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쇼핑백에 그래픽이 입혀져 티슈와 연결이 되게 해 메시지도 전달하면 더더욱 좋겠다 라고 생각해서 입혀질 그래픽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고민했어요. 기존 제품들은 재미 위주로 접근했던 케이스들이 많은데 저는 좀 진지한 메시지를 담고 싶어서 나무그래픽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죠. 나무뿌리가 티슈가 되어 시각적으로 환경에 대해 한번씩 생각하게 만들어 줬다고 생각합니다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느끼지는 못하겠죠. 몇몇 소비자들만이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제품을 사용한다면 전 만족합니다. 또한 티슈의 하중으로 인해 티슈가 밑으로 잘 빠지지 않는 것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쇼핑백 바닥에 구멍을 뚫는다고 될 문제가 아니에요. 가끔 몇몇 분들이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본인이 만들어 주겠다며...
Q. 디자인을 하면서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가 있나요?
딱히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는 없는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니면서 디자이너에게도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마음디자인스튜디오의 이달우 선배가 지금의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어요. 달우 선배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클라이언트 잡이 전부인줄 알고 살았을 테니까요. 함께 회사 일이 끝나고 본인들의 꿈을 위해 작업했던 밤들이 참 즐거웠습니다.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하라켄야입니다. 그분은 화려하지 않은 절제된 디자인을 보여주시니까요. 밀라노전시에서 실제로 하라켄야를 만난 적이 있는데 긴장을 한 나머지 더듬더듬하다가 보내드린 기억이 나네요.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디자이너가 되어있겠죠?
Q. ‘ 튜나페이퍼 ’라는 스튜디오를 운영중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튜나페이퍼로 이름을 짓게 된 유래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스튜디오는 어떻게 운영하게 되었나요.
튜나는 제 별명이에요. 단순히 참치를 좋아해서입니다. 처음부터 스튜디오를 시작할 생각은 없었어요. 졸업 후 남들처럼 디자인 회사에 입사해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했죠. 하지만 그게 제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들인가에 대해 항상 자신에게 물었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포기해야 할 부분들이 상당히 많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들로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니까요. 회사에 다니면서 제 작업들을 병행했어요.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는 편의를 봐주었기 때문에 개인 작업을 진행하는 데는 힘든 점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 제 작품을 가지고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전시를 통해 제가하고 있는 작업에 조금 더 힘을 쏟는다면 멋진 미래가 있을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멋진 미래를 위해 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Q. 국내, 외 많은 전시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말해주세요.
첫 해외 전시인 밀라노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성과고 뭐고 그냥 나간다는 자체 하나만으로도 무척 설레었어요. 전시에 대한 기억보다는 저보다 오래 전부터 활동해오던 많은 디자이너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의 작품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점이 저에게 큰 경험이었죠. 처음 시작하는 신진디자이너에게 모든 것들이 신세계였습니다. 전시가 끝난 후 한 달간의 여행에서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느꼈어요. 그때의 경험이 아직도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종이를 이용하여 특별히 작업해 보고 싶은 것이나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 있다면?
지금 작업하고 있는 리빙소품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나 종이로 된 가방이나 파우치 등을 만들고 싶어요. 얼마 전 일본에서 디자이너 후카사오 나오토와 제지업체 오나오의 협력으로 나오론이라는 소재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도 한지를 이용해 좀 더 질기고 튼튼한 소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재만 개발이 된다면 나올 수 있는 상품은 무궁무진하니까요. 또, 부피가 좀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테이블이나 스툴을 작업해보긴 했지만 전시용일 뿐이었어요. 제 집을 못 짓더라도 애완용 하우스를 만들어 보고 싶네요. 조립식으로 크기변화가 가능하게 하여 성견이 되었을 때까지 사용이 가능한 좀 더 실용적이고 튼튼한 제품을 생각합니다. 종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면 뭐든지 만들어 내고 싶네요.
Q.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저는 학부시절에 참 폐쇄적인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며 남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제 주장만을 펼쳐왔죠. 디자인은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예술가가 아니거든요.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다른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으면 합니다. 또, 경험이 큰 자산인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나가서 많이 보고 느꼈으면 좋겠네요.
Q.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기능성과 메시지를 겸비한 단순한 디자인입니다. 마이너스 디자인을 사랑합니다.
Q. 앞으로 튜나페이퍼 스튜디오가 나아갈 방향과 올해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현재의 목표는 튜나페이퍼라는 브랜드가 정체되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기를 바래요. 다양한 기법과 새로운 소재접목을 통한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히 작업을 쌓아가려고 하고 있어요. 현재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색다른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제품과 그래픽의 결합으로 시각적인 면과 실용성을 겸비한 제품을 기획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그래픽기반의 라인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올해는 보다 다양한 해외 디자인 페어에 참가하여 튜나페이퍼의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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