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9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디자인과 철학을 추구하는 예술 사이, 그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대중의 취향이나 실용도를 고려해야하는 디자인과 작가 스스로의 견해를 마음껏 펼치는 아트 사이에서 수많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는 고민에 빠진다. 목적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확실한 것은 누구나 이 모두를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를 추구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정확한 목표와 방향성 없이는 말이다. 디자이너 곽미나는 뚜렷한 주관으로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은 똑소리 나는 디자이너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 | 디자이너 곽미나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메시지를 담은 ‘only 1 degree’와 토끼 귀와 꼬리가 앙증맞은 스마트폰 케이스 ‘라비또’가 그가 잡은 두 마리 토끼다. 그 중에서 ‘only 1 degree’를 시작한 시기는 삼성에서 휴대폰 UI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가지고 틈틈이 작업했습니다. 지구환경에 관한 한 논문을 읽고 단 1°C의 차이가 지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고 너무 와 닿았습니다. 그에 대한 제 생각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제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라 재미있게 즐기며 할 수 있었어요.”
환경, 지구, 우리의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티셔츠와 컵, 반지, 목걸이와 귀걸이 등의 디자인을 통해 전해졌다.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수를 놓는 것처럼 티셔츠는 자수로 꾸며졌고, 친환경 세라믹으로 제작된 컵은 해수면 상승으로 잃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좀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됐다. 단추로 만들어진 단추 반지는 only 1 degree의 스테디셀러.
“어느 집에나 사용하지 않는 단추들이 있잖아요. 그것을 활용한 겁니다. 놀고 있는 단추들을 이용해서 반지를 만들고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머리띠도 단추로 만든 것이고요.” 단추에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예쁜 단추 반지는 세계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100% design, CODE 2009, State of Design Festival, Valencia design week 등에 참여해 큰 인기를 누린 only 1 degree의 제품들은 현재 뉴욕 MOMA에서의 판매를 시작으로, 뉴욕, 도쿄, 네덜란드 등의 유명 디자인 샵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특히 영국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only 1 degree가 디자이너 스스로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펼친 작업이라면 라비또는 대중의 코드를 고려한 디자인이다. 쫑긋한 토끼의 두 귀로 대표되는 라비또는 무엇보다 스마트폰에 대한 현대인들의 접근방식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됐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휴대폰의 개념 그 이상의 것입니다. 단순히 전화를 받고 거는 것에서 매 순간을 함께하는 필수적인 장치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치 애완동물을 대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튻히 젊은, 어린 친구들은 아이폰 자체를 좋아하면서도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합니다. 그 지점에서 시작된 겁니다. 휴대폰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못했던, 그동안의 틀에서 벗어난 Fun한 디자인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가볍고 탄성이 좋아 휴대폰 사용에 전혀 무리가 없으면서도 그 자체 하나만으로 휴대폰에 새로운 디자인을 가미할 수 있으니 아이폰을 사용하는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하다. 단순한 휴대폰이 한 마리의 토끼가 되는 순간이다. 뒤쪽엔 앙증맞은 꼬리가 달려있다. 보기에도 귀엽지만 휴대폰을 세워둘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한다. 많은 사람들의 요청에 최근엔 갤럭시 S Ⅱ를 위한 라비또도 제작, 출시됐다.
그런데 디자인이 좋으면 좋은 만큼 모조품이 따르는 법. 디자인은 물론 로고, 디자이너 이름까지 그대로 카피한 라비또 모조품이 판을 치고 있다. 하지만 모조품이 진짜 라비또의 품질까지 따라할 순 없기 때문에 사용을 해보면 무엇이 모조품인지 금방 드러난다. 캐나다의 거주하는 한 미국인은 라비또에 반해 팬이 되었고 진품과 모조품의 차이를 알리는 동영상을 제작해 U tube에 올려 세계인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 있는 라비또를 사랑하는 팬들이 제작한 라비또에 대한 동영상은 그 자체로도 재미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자신의 생각을 요란스럽지 않지만 꾸준히 표현하고, 사회의 흐름과 대중의
요구를 파악해 제품을 출시한 그는 그 두 가지 모두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도 누리고 있다. 당분간 그는 라비또의 브랜딩에 좀 더 신경 쓸 계획이다. 휴대폰 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재미있고 톡톡 튀는 디자인을 통해 라비또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답하고자 한다. “운이 좋게 항상 좋은 바이어를 만났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출 수 없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새로운 디자인을 기대하시는 만큼 더 좋은 제품, 현대인들의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것이 그에 보답하는 길이겠죠.”
only1degree.org
heyrabito.com
www.rabitosh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