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3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어른들 말에 의하면 공부가 그러하고 피 끓는 청춘들에게는 연애가 그러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외치는 젊음들이 있다. 한일 크리에이터 교류전시회를 준비중인 ‘이때다 ETTEDA’의 멤버들이 바로 그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모임 ‘이때다’는 벌써 다섯 번째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이번 년도의 회장과 스탭을 맡은 서동한씨와 송다현씨를 만나 ‘이때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ETTEDA
Jungle : ‘이때다 ETTEDA’라는 모임의 이름이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작명된 것인지요?
‘이때다’는 말 그대로 '지금 이 순간, 이때다!' 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나가기 직전인 예비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때밖에 없다. 라는 의미로 지어졌습니다.
Jungle : 이때다의 멤버들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모임이 어떻게 시작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모임의 역사 또한 궁금합니다.
일본의 학생들이 스스로 만드는 일본미술대학 합동졸업전시회인 ‘Tetsuson’이라는 대형 전시가 있습니다. 우리 모임의 초대 대표인 김준선씨가 2007년에 그 전시를 통해 많은 인상을 받았지요. 그렇지 않아도 학생들의 힘으로 진행되는 전시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와중이었거든요. 이후 한국의 학생들과 그 전시에서 만난 일본 친구들과 함께 학생 스스로의 전시를 만들어 스스로의 가능성과 기회를 찾고자 ‘이때다’를 만들게 됩니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나 수업에만 쫓겨 꿈꿔왔던 자신의 작업 활동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런 환경에서 더 나아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며 다같이 공유하고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예비 크리에이터이다 보니 어찌 보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크리에이터로 다가가고자 하고 있습니다.
Jungle : 이번 전시의 주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등의 공간 및 시간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이’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주제를 정하게 되었나요?
전시 주제는 전시를 처음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결정하게 됩니다. 주제를 정하게 된 이유는 전시에 통일성을 주어 완성도를 높여 관람객들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요.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방법들로 풀어내는 일은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를 ‘사이’로 정한 이유는 이전의 전시의 주제가 ‘연애’나 ‘엄마’ 등의 너무 감성적인 주제여서 참여하는 학생들 사이의 생각의 차이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차이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주제라면 훨씬 다양한 생각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정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대지진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주제이기도 하고요.
Jungle : 멤버들과 함께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했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이번 전시에는 ‘사이’라는 주제를 각자가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해 토론을 많이 했습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업만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고려하여 그 주제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여 참가자 개개인에게 전시 외적으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의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점이 저희 전시의 큰 장점이기도 한데요, 일본 친구들과 언어소통이 조금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화상회의와 여타 프로그램을 통해 거리낌없이 친목을 교류할 수 있도록 준비했지요. 전시 중에는 심포지엄프로그램이 있어 같은 분야를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심오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Jungle : 일본의 학생들과 한국의 학생들의 작품을 비교해봤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일본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차이점은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이며 거리도 가까워 눈에 띄는 차이보다는 개인별 차이만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정말 크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루핑 자체가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다가갈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대체적인 양상은 일본 친구들은 자신들의 생각에 대해 작품에 있어서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입니다. 감정에 치우치기도 하지만 외관적인 표현보다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 깊이 고찰하는 편입니다. 그에 비해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은 감정적으로 치우치기보다 작품의 퀄리티를 더욱 많이 신경 씁니다. 작년 전시에는 한국학생들이 프로페셔널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두 나라 친구들이 서로의 작품들에서 많은 자극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Jungle : 요즘 고조되고 있는 혐한류나 반일 감정이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았는지요?
저희도 사실 그런 부분을 걱정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만나서 작업을 준비하고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그러한 염려가 사라진 게 사실입니다. 나라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입니다. 소소한 일상의 관심사들이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어요.
Jungle :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를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38개의 참가팀들이 '사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각기 다른 작품들을 진행하였습니다. 주제를 알아 두시고 전시를 관람하시면 작품들에 대한 이해가 더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지난 전시들과 마찬가지이지만 다른 전시들에서는 볼 수 없는 세미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전시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있어서 예비 크리에이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려고 했어요. 실무에서 활동하고 있으신 디자이너분들과 교수님들, 전시 활동 중인 작가분을 초대하여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토크섹션시간을 가져 현재 디자인& 아트계의 추세와 관심사 등 선배님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시간 또한 마련하였습니다. 이 이벤트 시간들을 알아두시고 참석하시면 도움이 되는 좋은 세미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Jungle : 앞으로 이때다의 방향성, 그리고 계획들이 궁금합니다.
'이때다’는 계속해서 비영리 단체로 학생들 스스로가 만드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다른 분야보다 더 자유롭고 창조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틀에 박힌 교육을 벗어나 더 큰 경험을 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리라 봅니다. 이 전시를 통해 많은 미술 분야 학생들이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 혹은 국가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색을 확고하게 잡아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때다에는 5년밖에 안되었지만 매회 전시참가자들의 동문회가 있을 정도로 끈끈한 선후배관계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전통이 있는 전시그룹으로 발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교류 전시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