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2
디자이너에게 있어 NHN이라는 회사는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NHN에는 네이버와 관련 서비스를 진행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송병용씨가 있습니다. ‘Haze’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그는 시원시원한 레이아웃 안에 균형 있고 율동감 넘치는 그래픽을 담습니다. 모바일 웹, 광고 등 영역을 넘나들며 네이버의 얼굴을 만들어가고 있는 송병용 디자이너를 만나 NHN에서의 업무와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글 | 이정우 정글리포터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자료제공 | 송병용(thehaze@nhn.com)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송병용입니다. 현재 NHN 마케팅센터 내 BX3팀에서 UI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고, 사랑스런 와이프, 두 아들과 함께 유찬아빠로 티격태격, 오손도손 살고 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사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어야지 하며 준비하는 이가 있을까 싶어요. 데스크톱으로 진행되는 모든 이미지 작업이 그래픽 디자인인데 말이죠. 온•오프라인의 결과물이 달라지는 정도뿐이랄까요? 디자인을 단순히 기술이나 테크닉으로 보았을 때 그렇게 분류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그 둘 중에 딱 집어 택했다기 보다 제가 하는 일이 온라인, 지금 보편적으로 말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인이었던 거죠.
어릴 적 막연히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는 것 외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어느 대학을 가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른 채 진학을 했던 제게 웹 디자인은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인터넷, 특히 웹이란 공간의 가장 큰 선물인 ‘오픈&공유&확산’ 이라는 개념은 가히 충격적이었죠. 컴퓨터만 있으면 나도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실제로 웹 디자인도 더디긴 했지만 소스보기를 통해 하드코딩까지 소화했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발을 담그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히 그래픽, UI, 인터렉션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지금도 이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NHN에서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보통 우스개 소리로 NHN이란 성에 살고 있단 말들을 많이 하는데요. 10시 출근-7시 퇴근, 혹은 야근으로 인해 대부분 주중에는 약속을 잡지 않는 편입니다. 더군다나 아이가 둘이라서 외부 활동은 가급적 피하고 있죠. 보통 아침에 일어나 큰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고 출근한 뒤, 사무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메일을 확인하며 업무를 시작하죠. 디자이너들은 아무래도 제작과 관계된 직군이라 회의가 많지 않고, 자리에서 묵묵히 아이디어를 표현해내곤 합니다. 거의 자신과의 싸움이죠. 진행하는 디자인은 초안부터 결과까지 1,2차 조직장님들, 담당 마케터와의 협의를 통해 최종 결과물을 도출해 냅니다. 중간 중간 4F의 카페테리아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합니다. 퇴근 후에는 어린이집에 가서 큰 아이를 픽업해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뒹굴다가 재우고 잠깐 잠들기 전까지 서핑을 한다거나, 뉴스를 본다거나, 와이프와 대화를 나눈다거나 하는 개인적인 시간을 조금이라도 누리다 잠들곤 합니다. 물론 캔맥주도 필요하고요.
NHN에서 담당하고 계신 업무는 무엇인가요?
NHN의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UI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디지털 사이니지, 모바일 프로모션, DA(Display AD), DM(이메일)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디스플레이되는 모든 그래픽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은 전담부서가 생겼지만, 약 1년간 네이버 스페셜 로고를 디자인했고, 입사 초기에는 한게임 프로모션, 서비스 UI 등도 진행했습니다.
NHN에서 작업하시면서 생긴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작년 12월에 진행한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기억 나네요. 전시까지 2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케팅 센터 내의 각 팀에서 선발된 마케터, 그래픽/편집/브랜드/모션 디자이너, 플래시 스크립터, 외주 프리랜서, 외주 시공업체까지 긴급 소집되었죠. 새롭게 개편된 뮤직 서비스를 가지고 ‘naver future’라는 키워드로 전시 전체를 브랜딩한 프로젝트인데요. 처음 모여 다들 어떻게 하나 서로 눈치만 보다가 의외로 하나 둘씩 자신의 분야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기분을 알아주는 뮤직 플레이어’라는 컨셉을 결정지었죠. 공간부터 플레이어 키오스크 UI, 리플렛, BI, 기브어웨이까지 모든 과정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어 다들 놀랐거든요. 입사 이래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해서 외부에 보여진 프로젝트는 없었던 것 같아요. 결국 오픈 전날까지 빠듯하게 테스트를 진행해서 결국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단한 결과물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NHN 디자이너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NHN 이라는 회사는 디자이너에게 있어 디자인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근무하시는 Haze님은 이곳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가수에게는 무대가 있고, 운동 선수에게는 경기장이 있듯이 제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NHN은 디자이너로서 경험하기 어려운 굉장히 넓은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전국민에게 보여지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그것이 NHN의 가장 큰 매력이죠. 예전에는 멋진 디자인이란 디자이너 세계 속에만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곳이 그 좁은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내부의 많은 디자이너들도 항상 고민에 고민을 하며 오늘도 자기 자신, 그리고 디자인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디자인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하게 되죠. 어떻게 이런 다양한 작업에서 영감을 얻으시고 또한 최상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요?
영역은 다양해 졌지만, 그 본질은 같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 세월이 변했다고 해도 우리는 신문을 읽고, 편지를 쓰고, TV를 봅니다. 신문을 온라인에서 본다고 해서 디자인이 크게 바뀌진 않죠. 매체의 이동이 있을 뿐.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웹에서 모바일로, 앱으로, 디지털사이니지로 플랫폼이 이동하지만 이는 단지 그릇일 뿐입니다. 화면으로 나타나는 모든 것은 같지요. NHN은 내부의 디자이너들에게 항상 새로운 그릇을 제공해 줍니다. 저희 디자이너가 할 일은 그 그릇에 담을 요리를 준비하는 것뿐이죠. 그것이 다양한 디자인 영역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고요. 그런 이유로 가장 큰 영감은 내부의 동료들로부터 얻는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동료로 항상 기억되고 싶고요.
그래픽 디자인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거창할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불과 몇 10년 전까지만 해도 흑백의 텍스트로만 보여지는 플립형 핸드폰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 살짜리 아들도 터치스크린 기반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놉니다. 모니터 속에만 존재했던 디자인은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죠. 저는 그렇기 때문에 그래픽 디자이너는 미래를 만드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고요. 어깨가 무겁네요(웃음).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요즘 들어 그래픽 디자인을 지망하는 인재가 현저히 줄어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아마 선배들이 철야에 개인 생활도 없는 선례를 보여준 까닭인지, 웹이란 절대적인 매체가 힘을 잃어서인지, 자연스레 사양 직군이 되어가는 듯 해서 상당히 아쉽습니다. 인간에게 시각이라는 감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래픽디자이너는 끊임없이 결과물을 창조하고, 또 창조해 내는 과정을 반복해 지금보다 조금 더 가까운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사명감이 있요. 사회적 시선이나 평판. 급여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절실함’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사는 건 선배들이 절실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트랜스포머나 아바타의 컬쳐 쇼크가 이젠 좀 덜하지 않나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딱히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달리는 타입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되는대로 사는 돈키호테 타입도 아니고요. ‘나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도 빨리 다가온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르네요. 그 글을 보면서 무릎을 치며 공감했어요. 선수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지금은 NHN에서 저를 단련하고, 제 힘을 빌려주기 위해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선수가 운동장에서 뛸 때 제일 행복하다는 말은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제가 배운 것을 나눠줘야 할 때, 저 역시 누군가에게 배운 것을 갚아야 할 때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고 싶습니다. 자랑스런 아빠가 되기 위해서라도 그렇고요.
송병용 디자이너는 NHN이라는 기업 내에서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작업을 블로그라는 매체를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을 가지고 다양한 그림을 그려내는 그는 NHN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며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그래픽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작업을 보여주시길 기대하며,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Haze 블로그 blog.naver.com/designbyh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