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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역사, 디자인 그리고 미래 - 국가 예술정책관련 자문위원 “마이클 슈바르츠” 인터뷰

김준수 네덜란드통신원 | 2007-04-24



네덜란드의 작가 윌램 반 토른은 그를 찾아온 중국인 시인을 회상하며 이렇게 서술한다.
“나의 놀란 중국 시인 친구는 한번도 방파제(dike)를 본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날카로운 그의 관찰력은 어떻게 운하의 물이 땅보다 높게 움직이는지 알아냈다. 사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나는 방파제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랬더니 그가 나의 팔을 갑자기 잡으며 내게 말했다. “그건 정말 아이디어다.” 그렇다 네덜란드는 땅부터가 아이디어로 시작한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는 사람 중 자신이 이 컨셉을 인식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네덜란드 사람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난 회에 디자인잡지 ‘프레임’ 편집장을 만나서 네덜란드의 디자인과 네덜란드에서 디자인의 위치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현재 네덜란드는 서스테이너블 디자인 그리고 유토피아 디자인으로 디자인계가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있다. 네덜란드 디자인의 근본적 원인과 앞으로의 네덜란드 디자인의 미래가 궁금해진 나는 국가 예술정책관련 자문위원 중 한 명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해 보았다.


취재 ㅣ 김준수 네덜란드통신원 ( info@joons.co.kr )



네덜란드의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에서 일종의 교양 집합중 하나인 포럼 디파트먼트의 총 책임자인 마이클 슈바르츠씨는 이미 여러 권의 저서를 냈으며, 또한 정부의 예술 및 디자인관련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서스테이너블 디자인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새로운 디자인 흐름의 일종인 ‘유토피아’라는 주제로 여러 강연회를 나가고 있으며, 그의 작업들을 통해서 네덜란드의 디자인을 좀더 심도 있게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다.



마이클 슈바르츠씨에 대해 먼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단 현대 기술 문화와 문화 연구분야의 독립된 자문 전문가로 활동 중입니다.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의 포럼 헤드로 디자인과 문화적 문맥에 대한 주제로 강연 중 입니다. 저는 런던대학에서 철학과 사회공학에 대한 박사학위를 받고 문화기술 (De Technologische Cultuur)과 나눠진 옹립 – 기술의 재해석 (Divided We Stand – Redefine Technology), 외에 몇몇의 책을 써오고 있습니다. 90년도에 이탈리아의 파브리카를 만들 때 참여했으며, 네덜란드의 예술, 미디어 그리고 문화관련 정책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습니다. 디자인으로 대표적인 참여작품은 2000년 하노버에서 열린 엑스포에서 건축조경회사 중 하나인 MVRDV와 함께 총괄 설치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네덜란드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서술 하실 수 있나요?
매우 어려운 질문이면서 중요하고 필요한 질문입니다. 사실 네덜란드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것이면서도 매우 전형적인 것 일수도 있습니다. 네덜란드에는 디자인관련 분야가 건축, 제품, 그래픽, 광고 등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예술을 기본 베이스로 교육을 받습니다. 그들이 사회에 나가서 디자인을 하고 새로운 창조를 이끌어 내고 있으며, 그들을 나는 네덜란드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를 통해 네덜란드만의 디자인을 서술해 주세요.
사실 디자인을 하나의 스타일로 보자면 이는 네덜란드의 현대문화와 호흡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큰 강과 같은 모습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 디자인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근원적인 생각과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일단 디자인과 문화의 지정학적 근원으로 보면, 그들은 수많은 제한 속에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땅이 없었고, 운하를 만들어야 했고, 역사적으로 힘든 시기에도 좁은 땅에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그곳에서 지어진 건물, 그리고 네덜란드인에게 필요한 법들이 만들어졌고,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의해 글이 쓰여졌고, 그림이 그려졌으며, 문화가 만들어지고 예술과 디자인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자세하게는 그들은 좁은 땅에 있어야 했고, 그 땅에 건물을 만들어야 했고, 그 안에 가구, 벽지, 그릇, 컵 등을 디자인해왔으며, 그 속에서 형태는 어떻게, 크기는 어떻게, 색은 어떻게 해야겠다는 고민을 해왔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네덜란드의 디자인을 저는 규칙에서 온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국가 정책적으로 정해진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가면서 그 땅을 규칙적으로 개방해 왔습니다. 정부에서는 땅이 생기는 대로 제공한 것이 아니라 어떤 체계적인 규칙을 가지고 일정공간을 계획하고 디자인해서 한번에 공개하는 식으로 해왔습니다. 가까운 독일과 프랑스만 비교해 봐도 우리가 밟고 서있는 이 땅이 얼마나 신중하게 계획되고 그것이 문화와 생활, 나아가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아프리카에 가서 디자인을 물어본다면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디자인은 주문(Order)에 의한 특별한 계획(Special Pla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좁은 땅에서 살아야 했던 선조들과 지금까지의 시민들은 살던 곳에 다른 사람이 다시 살고, 그곳에 또 다른 사람이 살게 되는 식으로 되풀이 되어, 그들은 기존의 형태에서 새로운 생각을 투영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에 만족과 행복을 느껴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크게 변화하지 않고도 크게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네덜란드에서 크게 연구되고 발전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 서스테이너블 디자인도 어떻게 보면 근검, 절약을 생활 속에서 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지정학적 환경에 의해 몸으로 실천되고 따르고 있는 일상의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생활해 보면, 주변에서 7년이 지나서 버려야 할 컴퓨터도 그 가격이 꽤나 매겨지고, 다시 사서 쓰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중고물품, 심지어는 가구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조각도 거리에 함부로 내놓으면 벌금을 매기고 경찰이 조사를 하곤 한다. 그러나 잘만 따져보면 버려야 할 나무조각, 껌 종이 모음, 비닐 백 모음, 심지어 신발 상자 콜랙션까지 주로 토요일에 서는 중고장터에 가면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서 성황리에 거래되어진다. 이런 환경 속에서 디자이너는 영감을 얻고 그것을 사다가 자신의 디자인에 적용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디자인이 가지는 국가적인 비전이 무엇인가?
네덜란드는 생산체제가 부족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실정일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 세계를 상대로 컨샙과 아이디어, 새로운 시도, 새로운 소비자를 연구하는 것이 미래를 향한 디자이너의 연구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 또한 디자이너와 디자인 메니지먼트 분야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 매니지먼트 문제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와 디자인 엔지니어가 구현이 가능한 디자인을 만들면 디자인 매니지먼트에서는 그것의 예산과 생산▪조립 국가 선정, 그리고 수출 및 수입관계, 그리고 시간 같은 실질적인 분야의 해결방안을 연구하고 해결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비 생산국가인 네덜란드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세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무(無)에서 유(有)로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엔지니어는 새로운 제품으로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표준안을 국제적으로 등록하고 이것을 로열티로 이끌어 내기도 하는 등 정말 획기적인 디자인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세계적인 전시, 학교, 회사를 육성해 이를 이끌어 내는 기반을 다지기도 하며, 특히 전시를 통한 인터내셔널 디자이너의 유치는 국가적인 이득도 있지만 나아가 세계의 디자인을 배우고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에서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의 비전은 어떤가요?
앞으로 디자이너는 실질적인 디자인만을 한다기 보다는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리고 여러 다양한 다른 회사에서 자문 및 디자인을 하게 될 것이고, 회의를 통해 구체화된 사안을 시각화하고 실질적으로 창조해 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느 지역에 건강관련 구역으로 개발하게 된다면, 그것이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하게 되고, 실제로 이를 컨설팅 해주는 디자인 회사가 생겨날 것이고, 물론 이미 존재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정부에서나 실제 그 계획이 이루어지는 기관에서 디자이너의 자리를 요구하게 될 전망입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앞으로 네덜란드에서는 디자이너의 20~30%가 이런 회사, 시, 정부에서 계획하고 설계하는 디자이너로 일하게 될 전망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네덜란드 디자인에 관해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디자인 근원이 궁금했었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생각, 심지어는 그들 조차도 잊고 지내는 조그마한 부분을 찾으려고 애써왔다. 마이클 슈바르쯔씨와의 인터뷰는 국가 정책 자문위원 다운 디자인의 현실적, 국가적 비전을 보여주었고, 디자이너로서의 역할 그리고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과연 지정학적 현실은 같지는 않지만 그들의 경제 순환적 관계와 그곳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어떻게 공존해서 국가적으로 잘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들의 지정학적 환경과 역사에서 비롯된 근원을 그들의 문화에 반영 됐고, 이것이 네덜란드 디자인이라 정의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나아가서는 한국에서는 어떻게 되고 있고, 한국의 디자인은 어떤 것일지, 그리고 디자이너는 어떤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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