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네덜란드통신원 | 2007-12-04
취재ㅣ 김준수 네덜란드통신원 (info@joons.co.kr)
4년 전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의 학장 리 에델쿳으로부터 처음 나온 디자인하우스 건설 계획은 몇몇 추가된 스폰서들이 참여해, 이번 더치 디자인 위크 2007에 맞춰 오픈했다. 이 계획은 점점 국제화 되어가는 디자인을 네덜란드 시민뿐만 아니라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되었다. 디자인하우스는 올해 아인트호벤의 3가지 큰 디자인 국책 사업 중 하나로 더치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전시들과, 학교 학생 그리고 졸업생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숍, 각종 심포지엄 및 트렌드 발표회로 구성되었다.
2002년 뷰로 폼크라이거스와 리프 오프(Lift-Off) 파운데이션에서 최초로 전시를 한 뒤 올해 들어 6회째 더치 디자인 위크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매해 18명의 이색적인 디자이너들을 뽑아 형형색색의 방에 각각의 색깔 있는 디자인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더치 디자인 위크를 3일간에 걸쳐 열심히 둘러보고 느낀 점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뿐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만들어 가는 모습, 그리고 전시에서 보여지는 네덜란드만의 디자인의 특성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디자인에 있어서 뛰어난 기술개발을 비롯해 아름다운 형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용자의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대응하는 모습 또한 혁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는 네덜란드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독립 전시관과 리차드 휴튼의 디자이너보다 우선한 디자인 프로젝트, TU/e의 제품디자인과 전시, 개인 디자인스튜디오들의 전시관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아인트호벤의 랜드마크인 스트라입스-에스 건물은 주변의 공공환경과 함께 오는 2008년에 스트라입스-에스 공간중앙센터가 생기면, 아티스트를 위한 작업장, 회사를 위한 오피스공간, 관련사람들을 위한 주거지 등을 제공 예정이다. 이번 더치디자인위크의 핵심 전시장으로 많은 기업체와 네덜란드 곳곳의 학교 등이 참여, 창의적이고 큰 가능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전시장이다.
이번에 퍼블릭 대상을 수상한 센즈(Senz) 폭풍우산은 3명의 디자이너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우산으로 평균 70마일의 폭풍에도 우산이 뒤집히지 않게 고안되었다. 디자인 개발단계가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나와 소박하면서도 실용적이어서 눈에 띄는 작업이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디자인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한 디자인커넥션 브레인포트 아인트호벤은 비영리 디자인 지원 기관으로 국가와 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며 학생은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올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디자인매니지먼트 시상식을 주관했다. 주로 하는 일은 생산을 담당하는 각 업체들에게 적절한 상황의 디자이너들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생산업체에겐 새로운 비즈니스를 디자이너에게는 대량생산 및 현실화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역할을 하게 된다. 이들은 작은 디자인 하나하나들도 올바른 생산 및 출판 프로세스를 거쳐 시장까지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한다. 특히나 새로운 기술이나 생산라인 등에 대한 노하우가 많아,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생활에서 접하기 쉬운 일상 제품들은 생산을 고려한 참신한 디자인들이 엿보였다. 이것은 디자이너 자신의 경험을 통한 발상으로 디자인한 경우가 많아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메인 전시장을 나와 도시의 중심으로 가면 2명의 스타급 더치 디자이너 리차드 휴튼과 안 마에스, 그리고 그들이 뽑은 22명의 디자이너들의 전시작품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 바(Bar)로 쓰이는 공간을 빌려 일주일간 일반인과 학생을 위한 각종 워크샵과 전시를 겸하고 있었다. 특히 디자인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혁신, 산업, 광고, 형태, 재료라는 5가지 키워드로 구성된 워크샵은 많은 일반인이나 학생들이 참여했고, 디자인에 대한 시민들의 큰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컵의 두께를 이중으로 주어 뜨거운 커피를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컵이나, 컵을 놓았을 때 컵끼리 악수하는 모양으로 디자인된 컵은 더치 디자인의 핵심인 스토리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밖에 디자인 옷걸이와 시계, 그리고 네덜란드의 풍경을 레이저 커팅한 과일 접시와 옛날 동전과 우표를 활용한 액세서리 등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레이톤스모임은 아인트호벤의 그래픽디자인회사를 정리하고 지도로 만드는 사업을 벌이면서 시작된 그래픽 디자이너와 회사들의 모임이다. 매년 참신한 주제로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해마다 이들의 작업을 정리한 책을 출판하여 판매해 왔다. 올해 주제는 ‘빨리 감기’ (Fast Forward)로 이들 모임의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빨리 감기 또는 빠르다에 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해석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전시였다.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웹이란 공간은 사업이라는 실질적 요소 외에 사람들을 연결 시켜주고 대화할 수 있는 또 다른 현실이라고 믿는다. 월드 와이드 프로젝트는 더치 디자인 위크를 맞이해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단어단어 짤라 세계 곳곳의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보낸 후, 답장인 사진으로 다시 문장을 구성하는 작업이었다. 세계 각국의 문화와 환경 그리고 디자이너의 해석이 담긴 사진으로 재구성된 문장은 문장 자체의 의미보다 더한 아름답고 역동적인 글이 되었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 온 디자이너와 함께 하루 동안 한 워크샵의 결과물을 전시했다. ‘빨리 감기’라는 2007년 전시 주제에 맞춰 타이포그래피를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는 재료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테이프, 롤지, 포일, 휴지 등을 이용해 아인트호벤의 각지에 흩어져 작업을 했다. 이들 재료가 가지는 특성이 더해진 글씨의 표현은 단어가 가지는 감정을 충분히 보여줘 더욱 시선을 끌게 했다.
지금까지 총 2회에 걸쳐 2007 더치 디자인 위크에 대해 소개하였다. 이번 더치 디자인 위크 2007은 작년에 비해 참여 디자이너와 작품들의 증가로 일주일을 꼬박 돌아다녀야 다 볼 수 있을 만큼 성대한 규모로 진행되었다. 유럽은 현재 서스테이너블 디자인이 열풍이다. 올해는 더욱이 물에 관한 주제로 많은 디자인 공모전과 전시, 워크샵 등이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디자이너는 창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미치는 영향과 사용자의 감정 그리고 그것이 버려진 후까지 고려하는 모습에서 그들이 혼자만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