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주 | 2009-12-08
필자는 다음해의 트렌드를 예상하며 내놓는 다양한 글들 중 우연히 접하게 된 빌 가드너 블로그의 ‘2009년 로고 트렌드’를 소개한다. 그가 말하는 트렌드에는 우리가 수긍할 만한 것들이 존재하며, 그렇지 못한 것도 존재한다. 빌 가드너는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된 로고를 기초로 하여 그 다음해의 로고의 트렌드를 미리 예상해 보는데, 일단은 그의 사이트에 등록된 로고만을 기초로 하고 있으니 그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으며, 또한 등록된 로고들이 모두 ‘좋은 로고’라 할 수 없기에 그의 예상은 절대적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본다’는 차원에서 개인이 쉽게 모을 수 없는 35,000개라는 로고의 공통된 스타일을 둘러보고, 그가 말하는 ‘로고 트렌드’를 2009년을 마무리 하며 다시 되짚어 보는 것도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 정의된 스타일들을 현존하는 로고들과 대조하여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글 | 이윤주 Source Interlink Media Art Director, 에디터 | 이영진
로고란 어렵고도 까다롭다. 그러기에 매력적인 작업이다. 많은 것을 응축하지만 간결한. 그리고 보는 이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야 하는 로고는 흥미로운 디자인 작업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로고의 트렌드라면, 따라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따지는 것은 둘째치고 과연 로고의 트렌드가 존재하느냐부터 고민하게 된다. 존재한다면 과연 얼마만큼의 디자이너들이 그 트렌드를 따르고 있느냐에 대한 논쟁 또한 존재한다. 로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많이 사용되고 있는 로고의 스타일이 존재하고 있으니 이는 로고의 트렌드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로고의 트렌드는 디자인 자체만의 경향보다는 사회적, 문화적 흐름의 영향이 반영되기도 하며, 현대에 와서는 그래픽 프로그램의 새로운 효과가 소개될 때 마다 그 영향을 반영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근래에는 디자인 고유의 성향에 따르기 보다는 로고의 차별화를 위해 남들이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테크닉의 시도와 접근이 보여진다. 때문에 트렌드를 모두가 쫒 아야 하는 하나의 대중의 큰 흐름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고립된 사고를 떨쳐보기 위한 ‘주위를 둘러보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잘 만들어진 ‘좋은 로고’는 기본과 원칙이 잘 지켜진 로고다. 또한 고객과의 충분한 의사소통으로 만들어진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로고여야 진정한 ‘좋은 로고’라 할 수 있겠다. 그저 보기에만 좋은, 또한 어디서 많이 본듯한 로고는 나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지향하는 로고의 기본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 여겨져 좋은 로고라 할 수 없다. 이는 ‘트렌디한 로고가 좋은 로고다’라는 방정식의 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과거의 로고들을 보면 각각의 연대별 트렌드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기는 한다. 또한 디자이너들이 많이 보고 경험한 것들이 작업에 투영되는 것은 사실이다. 트렌드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드러난 것을 말하며, 분명 많은 이들의 눈에 각인 되었을 경험임을 말한다. 그래서 로고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영감은 받되 디자이너 개인의 개성을 잃지 않으며, 기본과 원리를 지켜 나가야 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