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미 | 2010-02-23
글 | 오유미 (ymcity@hanmail.net )
에디터 | 정윤희 (yhjung@jungle.co.kr)
해외 통신원 제의를 받고 정말 오랜만에 호치민 시내를 나가 보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는 베트남 현지인들이 살기에는 턱없이 높은 임대료와 물가가 조성되어 있어, 돈 많은 현지인들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모여 산다. 그래서 학교, 아파트, 상점 등도 대부분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춰 입점하기 때문에 베트남스러운 것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6년 전쯤 필자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와보고 기억에 남았던 갤러리 거리를 찾았다. ‘동커이’라고 불리는 거리에서 럭키 플라자를 통해 반대편 윙 후에 거리로 나가면 금세 갤러리 몇 군데를 찾을 수 있다.
마침 처음에 들어갔던 갤러리에서 외국인 몇 명과 베트남 여자가 그림을 사러 들어왔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베트남에서는 갤러리에서 그림 값을 흥정하는 서양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갤러리에서는 명화 복사본과 창작품이 섞여 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명화는 주로 클림트, 리히텐슈타인, 고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인 듯 했다. 어느 갤러리를 가나 그들의 그림을 다양한 사이즈로 만나볼 수 있었다. 명화를 패러디한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격을 물어보니 복사용지만 한 것이 15달러, 1절 크기 만한 것은 300달러에서 500달러 정도 한단다. 창작품의 가격도 그와 비슷한데, 작가가 가격을 결정한다고. 나중에 들어가 본 작은 갤러리에서는 젊은 베트남 남자가 능숙한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다. 2층에 스튜디오가 있고 작가들이 거기서 작업을 한다는데, 그들의 그림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주로 볼 수 있는 베트남 그림의 주제는 주로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여인이나, 부처님 얼굴 같은 것에 문자가 흐르고 있는 모습, 큰 나무가 있는 풍경 등이다. 물론 추상화도 있는데, 독특하고 감각 있어 보였다.
갤러리를 나와 주변 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니, 인사동의 갤러리 카페 같은 곳도 있다. 베트남 건물은 입구가 좁고 안으로 깊어서 주로 1층엔 작품을 전시하고, 2층에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또 그림을 티셔츠에 찍어 파는 곳도 있고, 공예품에 그림을 입혀 파는 곳도 있었는데, 그림을 파는 곳인가 하고 들어가보니, 옷 가게인 곳도 있었다.
갤러리 거리 탐방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마침 윙 후에 거리에 있는 큰 찻길의 중심 차로를 막아 ‘뗏’이라고 불리는 연휴를 기념하며 만든 작은 공원과 마주쳤다. 다음 회에는 이 공원에 세워진 호랑이를 상징한 일러스트나 구조물, 조경 등을 소개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