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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돌멩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브제

박경란 | 2011-03-03




세계의 유명 도시에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공원이 있습니다.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런던에는 하이드파크가 있고요, 서울에 여의도공원이 있다면 동경에는 우에노공원이 있습니다. 도심 공원은 도시인들에게 휴식을 주고 도시의 아름다움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도시만큼이나 대단한 것이 사실입니다.


 


, 사진│박경란 캐나다 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캐나다의 밴쿠버에는 스탠리파크라는 위대한 공원이 있습니다. 이 공원이 위대한 이유는 도심 속의 공원이 아니라 공원이 도시를 품고 있기 때문이죠. 후에 기회가 있을 때 자세히 밝히겠지만 스탠리파크는 도시 밴쿠버의 생존 이유입니다. 뉴욕은 센트럴파크가 아니어도 뉴욕일 수 있지만, 밴쿠버는 스탠리파크가 없으면 존재할 수가 없는 도시이기 때문이죠. 스탠리파크의 아름다움의 진수는 '원시성'이 아닐까 합니다. 도시와 가까운 공원인 탓에 시민들을 위한 많은 편의시설이 있지만, 그래도 스탠리파크는 원시의 자연과 가장 많이 닮은 공원입니다. 공원은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힘에 의해 방치가 됩니다. 스탠리파크의 철학은 단순합니다. 수 백, 수 천년 전부터 살아온 각종 동물들이 이곳을 살아가는 데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이 공원 관리의 최대 목표입니다. 원시림의 산책로가 무려 80km에 달한다고 하니 이 공원의 특징을 잘 아시겠죠?


 


제가 스탠리파크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방치하는 공원 관리정책에 의해 공원이 매일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지난 해와 올해가 다르고 지난 달과 이번 달이 다릅니다. 공원에 갈 때마다 이리저리 널브러진 나뭇가지와 돌멩이들이 있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스탠리파크에 아름다움을 추가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돌을 쌓는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입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탠리파크의 해변가에는 돌을 쌓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돌 하나를 쌓는데 몇 시간을 허비하는 중노동을 하지만 해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키는 이 돌 쌓기의 매력은 보통이 아닙니다. 보통 공원에는 유명 작가의 설치 미술이나 전시 작품을 세워두지만 스탠리파크는 무명씨의 돌멩이들이 아름다움을 만듭니다. 뛰어난 디자인이란 게 별로 어려울 게 없더군요. 하늘을 배경으로 돌멩이를 세우거나, 석양을 배경으로 돌멩이의 실루엣을 감상하면 됩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오브제를 가지고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보면 돌 쌓기의 디자인은 아마도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닐까 합니다.

스탠리파크의 돌 쌓기를 보면 원시인들의 토템이라는 것이 종교적인 의식이 아니라 그 당시 아티스트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돌을 쌓는 것만으로도 멋진 디자인 작품이 된다는 것을 이 공원에 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으면 그냥 돌멩이지만 자연을 배경으로 우뚝 서면 디자인이 되는 신비한 경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 오브제는 바로 '돌멩이'라는 데 이견을 다실 분은 별로 없을 듯 합니다. 이 또한 스탠리파크가 가진 원시의 아름다움이 주는 마술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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