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 2011-04-12
'스웨덴, 디자인 가구, 합리적인 가격'을 떠올린다면 모두가 입을 모아 'IKEA'를 떠올릴 것입니다. 맑은 파란색 바탕에 군더더기 없는 노란색의 폰트는 스웨덴 국기의 모양과도 많이 닮아있어 그 로고타입만 보더라도 스웨덴의 브랜드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세계 가구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난 해에도 IKEA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탁월한 경영능력까지 겸비한 이들의 성공비결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거나 책으로 쓰여질 만큼 이미 검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구나 생활소품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국가에 상관없이 모두들 꼭 한 번 일해보고 싶은 회사로 IKEA의 인턴자리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글, 사진│김영미 스웨덴 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스웨덴에서 IKEA매장에 가는 일은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일처럼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였고, 이미 스웨덴의 국민 브랜드를 넘어 세계적인 디자인 가구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IKEA매장의 모습을 본국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IKEA의 매장은 모두 한적한 외곽에 대형매장으로만 존재합니다. 스웨덴 시내의 어느 곳에서도 IKEA의 상품만 진열된 작은 매장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합리적인 IKEA 가격의 시작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내에 많은 샵을 열기 위한 임대료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려지곤 하니까요. 세계 37개국에서 약 300개 정도의 매장을 운영 중인 IKEA는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국제적인 체인사업과 비교해 보았을 때 매장의 수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매장 늘리기 식의 경영만이 사업발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IKEA의 가구나 생활용품들은 구매한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고 설치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당연히 배달도 되지 않고 인터넷 클릭 한 번에 집까지 배달되는 21세기에 멀리까지 직접 사러 나와야 하는 수고 또한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IKEA의 가구를 선택하는 이유는 낮은 가격과 가격대비 우수한 디자인, 그리고 스스로 조립할 수 있다는 상상력 자극에 있을 것입니다.
IKEA의 대형 매장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집니다. 코스트코와 같이 창고형의 매장 안에 수 많은 상품이 진열되어있는 일반 샵의 공간과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실제 IKEA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로만 디스플레이되어 연출된 공간이 바로 그것입니다.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며 공간을 꾸미는 일에 서툰 소비자들에게는 힌트를 줌과 동시에 이곳을 둘러보는 동안 본인도 모르게 스스로 자신의 공간을 기획하는 즐거움까지 주는 것이 IKEA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층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룸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1층의 상품진열대에서 판매를 유도하는 방식은 단순 대형매장의 Wholesale 방식을 넘어선 치밀한 전략처럼 느껴졌습니다.
매장 안은 미로와 같은 구조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도 그냥 지나치고서는 출구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를 매장에 더욱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조사에 따르면 방문객이 매장에 머무르는 평균 시간은 3시간 이라고 합니다). 주어진 용돈으로 유학생활을 해야 하는 본인도 매장을 둘러보다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물품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디자인에 이끌려 구매한 제품들이 매번 서 너 가지는 될 정도이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의 눈은 높아졌고 그만큼 디자인을 선택하는 안목 또한 까다로워 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전략이나 낮은 가격만 가지고는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를 더 이상 만족 시킬 수 없는 세상입니다. IKEA는 매장 곳곳에 내구성 실험장치를 둘 만큼 품질 면에서도 큰 자신감을 보여줍니다. 투명한 상자에 로보트 같은 기계로 반복된 실험을 보여주며 의자의 내구성을 증명하는 모습에 우리는 튼튼한 의자이구나 하는 심리적 안정감 또한 받을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포장은 결코 하지 않지만 제품의 보호나 패키지 디자인,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습니다. 포장가격 때문에 소비자가격이 올라가는 것 또한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것이 IKEA의 경영방침이라고 하네요.
과하지 않은 북유럽의 깔끔한 디자인과 허세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이들의 경영이념이 만나 지금의 IKEA가 만들어 졌을 것입니다(실제로 세계 갑부 순위 4위에 오른 캄프라드 창업주는 IKEA매장에서 장만한 의자를 32년째 쓰고 있다고 합니다). IKEA는 앞으로의 발전 또한 지나온 68년의 발전만큼이나 기대되는 디자인기업 중 하나입니다. 이제 한국의 정식수입도 선언되었으니 이곳 스웨덴에서만큼이나 한국에서도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무척 기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