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래픽과 크리에이션’ 전시가 4월 27일부터 6월 6일까지 BNF, site François-Mitterrand, 프랑스와 미테랑 국립 도서관(Bibliothéque Nationale de France)의 Galerie Des Donateurs 전시장에서 열린다. 전시는 2000년부터 2010년 까지, 응용예술, 사진, 연극, 춤, 문학, 음악 그리고 의상분야의 예술인들을 위해 작업한 그래피스트들의 작업물들을 종이에서 액정화면에 이르는 다양한 재료를 통해 소개한다.

글, 사진│ 김윤정 프랑스 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공연, 축제 혹은 예술작품들을 알리고 소개하는 포스터들, 책들, 카탈로그들, 디스크 케이스들, 멀티미디어 재료들, 인터넷 사이트까지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 오브제들은 현재의 창작물들을 널리 배포하는 일에 적극 동참한다. 이것은 도서관이 하는 역할을 그래피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소개하는 도서관 자신의 전시이기도 하다, 도서관 수집품들의 다양한 재료와 구성들을 통해 프랑스 국립 도서관이 얼마나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느낄 수 있다.

먼저 국립 도서관을 간단히 소개하겠다. 프랑스 국립 도서관은 각각 다른 목적, 수집과 특수성으로 분류되어 일곱 군데의 다른 장소로 퍼져 있다. 다섯 군데가 특별한 제한 없이 일반인들을 받아들이고, 그 중 가장 중요한 두 군데인 프랑스와 미테랑(François-Mitterrand)과 리슐리에 루브와(Richelieu-Louvois)가 목적과 검역을 거친, 전문인들 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서 역사의 모든 흔적과 기억이 관리되고 보관된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문서는 현재 3천 5백만 점에 달하는데 Gallica(www.gallica.bnf.fr) 뉴메릭 도서관을 운영해 e-book을 자유롭게 다운 받을 수 있다.

BNF, 프랑스 국립 도서관(Bibliothéque Nationale de France)의 이름에는 ‘하늘과 땅 사이’ 라는 트레이드 마크가 붙어있다. 국경, 나라, 인종을 포함하는 세상사와 연관된 수평 개념이 아닌, 지나온 역사를 통해 순수한 앎에 대한 추구를 수직 개념에 두고 있는 이 마크는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이상을 상징한다.

또, 프랑스 국립 도서관은 2011년 3월16일 파리에서 맺은 국립중앙박물관과 BNF사이에서의 협약(연장 가능하고 5년간 빌려주는 임대 계약)이후 규장각 도서들이 1867년부터 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참고로 현재 gallica 뉴메릭 도서관에서 번호를 매긴 외규장각 도서를 부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 14일 목요일 도서관 사이트를 통해서 75개 필서 외규장각 도서 첫 번째 묶음이 서울에 도착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바로 그 이 프랑스 국립 도서관은 7세기의 긴 역사와 함께 수집된 자료들의 보존 관리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8년부터 1994년까지 BNF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그 이후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79m 높이의 L자 형상을 한 4개의 타워가 서로 마주하는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우리나라 한옥집의 대청 마루를 연상시키는 넓은 마루 광장은 시원히 뚫려 강바람을 맞도록 되어 있고 네 개의 타워가 각각 시간의 탑, 문자의 탑, 숫자의 탑 그리고 법의 탑으로 상징되고, 가운데 소나무가 많은 정원(중정)을 둘러싼 채 세 층이 아래를 받치고 있다.

프랑스 도서관 협회에서 주최한 건축 공모전에서 두 차례의 심사를 거친 네 명의 건축가 중, 최종 프랑스 대통령의 선택으로 당선한 Dominique Perrault(당시 36살 프랑스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이 BNF는, 파리 동쪽, 센느강 좌안에 위치해 있고 동쪽과 서쪽의 두 군데 입구를 에스컬레이터로 출입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광장에서 직접 센느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la Passerelle Simone de Beauvoir)가 강 건너의 Bercy 공원으로 직접 연결되어 주변경치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전시는 도서관의 Galerie Des Donateurs(기증자들의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Donateurs 전시장을 향해 난 복도의 통로 벽에 같은 높이로 줄지어 마주보는 외부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복도 스포트 라이트를 받아 밝게 열려 있었다. 도서관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 덕분에 어수선할 수 있는 복도가 전혀 복도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사람들의 조심성을 유발해 더욱 진지한 분위기를 조성 했다. 작품들은 최근 십 년간 프랑스에서 작업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60명의 작품들 중 예술분야의 주문을 받은 것만 선별해 소개했는데 그래픽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디자인 작품을 작가 스타일 별로 묶어 하나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개성 있는 작품들이 전시 되고 있었다.

특히 돋보이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Fanette Mellier가 만든 ‘그래픽과 출판’ 이라는 주제의 Specimen (20회 Chaumont 그래픽 페스티벌의 Le Pôle graphisme 프로젝트와 잡지 이름) 현대예술서적을 위한 전시 포스터(2008)는 편집디자인과 관련된 전시 포스터인 만큼 편집 디자인이 인쇄와 책 제작과 강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책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 공통 언어와 같은 색상판을 전면 포스터에 채워 포스터가 이미지를 지향하지 않고 편집에 필요한 그래픽 도구 중 하나처럼 소개한 작품이다.

1970년 첫 회를 프랑스 남부 아흘(Arles)에서 연 사진 만남 페스티벌 포스터는 2002년부터 한 스타일의 포스터를 지향하기 시작했는데 이 야채와 동물을 그린 일러스트는 사진 페스티벌의 성격을 일관성 있게 만들어 탁월한 광고효과를 지니게 되었다. 이 강한 선과 색상의 이미지들이 프랑스 남부의 지리적 거친 매력을 불러 일으키고 자연스럽게 아흘 사진 페스티벌을 연상 시키는 최근 보기 드문 시각적으로 강한 포스터 중 하나이다.

1986년부터 스트라스부르그(Strasbourg)에서 시작한 재즈 페스티벌 ‘JAZZDOR’(Jazz D'or 언어유희로, 황금재즈라는 뜻)의 2008년 포스터도 소개되었는데 이는 다양한 일러스트를 사용했던 기존의 포스터들에 비해 음악가들의 얼굴과 도시풍경을 조합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즈 페스티벌을 소개한 Helmo의 작품이다. 이 포스터는 그 아래 접이식 프로그램 책자와 함께 소개되었고 그 왼쪽 옆에 2009년 파리 외곽도시 Evry에서 열린 ’SIANA’ 디지털예술과 교환 포스터는 디지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고 함께 테크놀로지 상상을 하는 축제 알림이로 만들어졌다. Siana-festival.com에 가면 같은 분위기의 이미지가 사이트 배경으로 사용되고 있다. Antone+Manuel의 Christian Lacroix 의상 패션쇼의 초대장은 초대장에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 아닌 그래피스트로써 스스로 그들의 작품에 참여해서 자신의 디자인물을 완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프랑스 그래픽 디자인의 십년사를 둘러보는 것은 어쩌면 유명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두어서 전시의 특성을 잃어버리게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래피스트들의 도움을 청했고 그래피스트들은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지각하고 분석하는 그들의 탁월한 능력으로 종이선택, 서체, 형태, 페이지 디자인 등의 특권을 누리며 또 그에 합당한 자신만의 개성으로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방향을 다시 잡아주어 자신들의 작품세계도 넓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의 그래픽 디자인과 예술 분야 사이에서는 적어도 ‘예술’이라고 칭하는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오늘날의 다양한 창작의 작품 세계는 선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