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UCLA Design | Media arts의 2010-2011의 Lecture Series의 마지막 강연자로 애론 코블린(Aaron Koblin)이 초대되었고, 한 시간 동안 강연을 가졌다. 그는 데이터 비쥬얼라이제이션(데이터 시각화) 작업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이자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Google Creative Lab)의 디자이너이다. 젊고 당찬 아티스트는 겸손하면서도 또박또박 정확한 표현으로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였고 강연 후 쏟아지는 질문 공세는 실로 대단하였다. 필자는 안타깝게도 당일 샌프란시스코에 있었기에 웹 스트리밍으로 강연을 보았지만 그 열기는 웹 스트리밍을 넘어서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몇 주 후 그의 강연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TED에서도 소개되었다. 약 18여 분에 걸쳐 그가 작업했던 데이터 비쥬얼라이제이션 작업들을 보여주고, 그 이면의 생각과 발전과정, 컨셉, 그리고 의미 등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앞으로 미래에서 일어날 웹 상에서의 예술적 데이터 표현를 볼 수 있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한편으로는 생소한 데이터 비쥬얼라이제이션 작품, 그리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대단한 반응과 기대. 과연 무엇이 그의 작품을 대단한 작품으로 평가되게 하였으며 어떤 이유로 그는 사람들의 열광을 한 몸에 받게 된 것일까.
글, 사진 | 한윤정 LA 통신원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데이터를 시각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확하고 수치적으로 표현되어야 하고, 몇 가지의 시각적 요소로 정리해서 한 눈에 보기 좋게 정리해야 하기에 직관적이면서 이성적으로 고려해 보야 할 큰 문제이다. 그 잘 만들어진 예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문이나 잡지, 통계학적 자료들에서 보여지는 그래프라 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그래프들은 사람들에 한눈에 그 데이터의 변화, 특징, 결과 예측 등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실용적 장점만을 분석하지 않고, 그래프의 틀을 깨는 이가 있다. 그는 그 데이터의 형성되는 과정과 의미, 그리고 불특정다수에 의해 창조되는 데이터의 결과와 데이터 혼합의 결과물의 모습에 관심을 둔다. 그가 바로 애론 코블린(Aaron Koblin)이다. 애론 코블린은 데이터를 예술의 재료와 도구로 승화시킨다. 데이터는 그에게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다름없는 모습이며 그 모습들이 수치적으로 그려지는 하나의 기록으로 대해진다. 그러한 데이터를 모아서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의 관심사이며 그의 일이다. 얼마나 데이터가 반듯하고 아름답게 혼합되어서 완벽한 그림을 그려내는지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이 스며들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그 벽을 허물고, 예술적 실험을 가하는 새로운 개념의 데이터 시각화를 창조해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가 어떻게 실험을 하고 있으며 어떤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그의 몇 가지 작품을 보면서 알아보도록 하자.
쉽마켓(Sheep Market)
2006년 애론 코블린은 UCLA 석사 졸업 작품으로 ‘쉽마켓(Sheep Market)’을 제작하였다. 이 작품은 아마존 메카니컬 터크(Amazon’s Mechanical Turk)라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그려진 10000개의 양들의 모음집이다. 아마존 메카니컬 터크는 자유롭게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해서 원하는 시간에 작업하고 그에 해당하는 보수를 받는, 웹 상에서만 가능한 자유로운 노동집단형태이다. 이 곳을 통해 애론은 작업자들에게 ‘왼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는 양을 그리시오’라는 요구를 하였고, 작업자들은 양 한 마리를 그릴 때마다 $0.02를 보수로 받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그린 이 다양한 양의 모습은 한마디로 천차만별이었다. 애론 코블린은, 이 작품의 영감은 한 시스템 안에 계획되어 있는 작업자들로부터 표현되는 인간의 창조적 역할, 그리고 전체에 속해있는 일부로서 작용하는 중요한 역할에서 집중했다고 한다. 산업혁명을 통해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일들을 하는 노동자들의 작업물과 그 작업이 예술적 드로잉과 결합되어 나타나는 사회적, 예술적 가치 등을 고찰하고자 한다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그의 목적이다. 과연 노동자들이 만드는 일들에서 나오는 예술성과 작업물의 의미와 그것이 한데 모여 이룩한 결과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이 작품은 세 가지 형태로 전시되었다. 첫 번째는 양들이 그려진 순서대로 프린트되어 벽에 부착된 형태고, 두 번째는 가로로 긴 컨테이너 프레임으로 양들이 그려지는 모습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듯 프로젝션 되는 모습이다. 세 번째는 웹 상에서 전체 양들의 모습을 한 눈에 보고 개별적으로 클릭하여 자세히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천차만별 다른 1000마리의 양들의 그림이 궁금하다고? 그러면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