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령 | 이탈리아 | 2012-03-06
이탈리아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베네치아(Venezia=Venice). 베네토(Veneto)주의 주도로 도시 전체가 물로 둘러싸인 유일무이한 아름다운 풍경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또한 베네치아는 국제영화제, 가장 오래된 국제미술전인 베니스 비엔날레 그리고 화려한 가면축제로도 잘 알려져 있다. 2월 4일에서 2월 21일까지 열리는 가면축제(베네치아 카니발,Carnevale di Venzia 2012)기간에 맞추어 베네치아에 다녀왔다.
글, 사진 | 임보령 이탈리아 통신원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도시전체가 물로 둘러싸인 베네치아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은 수상버스(바포레토, Vaporetto)이다. 베네치아 본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바포레토에 올라타자, 하늘에서 축하라도 하듯 약 100년 만에 눈이 내렸다. 덕분에 온통 하얗게 칠해진 베네치아에 색다른 멋을 느껴볼 수 있었다. 가면축제를 보기 위해 도착한 곳은 산 마르코 광장(Piazza di San Marco). 베네치아 가면축제(베네치아 카니발)는 1268년에 처음 시작되어 사순절 2주전부터 열린다. 사순절은 그리스도의 부활주일 40일 전부터 금식 등 회개와 절제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되새기는 교회 절기이다. 이에 베네치아 가면축제는 화려한 의상들과 볼거리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사순절 전에 풍요롭게 먹고 즐기자는 뜻에서 종교적으로 의미가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광장에 도착한 시각은 이른 오전이었지만 축제를 즐기기 위해 세계 각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로 벌써부터 북적대 가면축제의 오랜 명성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이번 축제의 테마인 'Life is theatre! It's time to get masked'에 걸맞게 각자 개성 넘치는 가면을 쓰고 있는 관광객들로 축제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고대, 중세 때의 귀족, 시민 등의 모습을 재연한 사람들, 각자 가지고 있는 판타지를 의상에 담은 사람들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하게 치장한 축제 참가자들. 이들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의 주인공으로 나서기 위해 1년 동안 의상과 가면을 준비한다고 한다. 이 중 흰색과 파란색의 조화로운 의상을 입은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하얀색과 파란색의 깃털과 높게 올린 머리장식의 이 여성은 마치 마리 앙투아네트와 같은 우아한 자태로 광장에서 가장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었다.
그렇게 눈이 즐거울 동안 산 마르코 광장에서는 '천사의 비행(Reebok Angel Flight)'를 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천사의 비행’은 지난 해 가면축제 때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뽑힌 참가자가 천사가 되어 하늘을 나는 이벤트다. 산 마르코 광장 중심에 위치한 높은 종탑에 설치된 긴 줄을 통해 붉은 드레스를 입은 천사가 손 키스와 함께 멋지게 하늘을 날았고,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천사의 비행을 보며 사람들은 환호했다.
천사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유리공예'의 본고장인 베네치아의 주변 섬, 무라노(Murano)로 향했다. 베네치아 본 섬에서 바포레토를 타고 도착한 곳은 무라노 파로(Murano Faro)역. 규모는 작았지만 본 섬에서 느끼지 못했던 평화롭고 한가로운 여유가 이곳에는 있었다. 무엇보다 집마다 창문 밖에 걸어놓은 빨래가 원색의 집 색깔과 조화를 이루며 섬의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무라노 섬은 오래 전부터 유리공예가 발달한 섬이다. 역사적으로 이 곳은 유리공예를 무라노만이 가지는 유일무이한 기술로 보존하기 위해 외부로 확산되는 것에 민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열을 이용해야 했던 작업은 많은 안전사고를 유발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공장과 제작자들을 주변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무라노 섬의 유리공예 공방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곳들이 많다. 특히 몇몇 유리공예 공방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유리 작품들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과정을 공개하고 설명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유리가 녹을 수 있을 정도의 고열로 작품의 틀을 만들고 상온에서 식기 전에 원하는 형태를 잡아가는 장인의 빠른 손놀림에는 절로 감탄사가 내뱉어지기도 했다. 최종 형태가 완성되면,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온도를 천천히 내리는 작업에 들어가는데 이는 약 하루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듯 이곳의 유리공예품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닌 제품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제작되고 있었고, 그 모습에서 장인의 땀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물 위에 떠있는 환상의 도시 베네치아. 영화에서만 보던 화려한 가면축제와 유리의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즐거움을 안겨준 그 도시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