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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일상의 예술에 색을 더하다

김영미 | 스웨덴 | 2012-04-23



예테보리(Göteborg)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Skärhamn’이라는 작은 해변도시에 그림 같은 뮤지엄 'Nordiska akvarellmuseet' 이 있습니다. 바다와 근접해 있는 이 멋진 뮤지엄은 큰 도시에 있지도 않고, 교통이 편리한 편도 아닙니다. 하지만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벼 스웨덴에서도 손 꼽히는 멋진 뮤지엄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2010년, 스웨덴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뮤지엄'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미술관의 외관만큼이나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어 'Nordiska akvarellmuseet'을 찾았습니다. 

글 | 김영미 스웨덴 통신원 (youlmoo@gmail.com)
에디터| 정은주(ejjung@jungle.co.kr)



이 뮤지엄에서는 핀란드 출신 작가 아누 투오미넨(Anu tuominen)의 다양한 설치작품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라 기대가 되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마 디자인정글을 찾는 분들이라면 어디에선가 한 번쯤은 그녀의 작품을 만나 보았을 것입니다.

뮤지엄 전경 동영상: http://vimeo.com/36335604   


아누 투오미넨은 1961년 핀란드의 레미에서 태어나 헬싱키 아트 아카데미에서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와 유럽 지역의 많은 갤러리와 뮤지엄에서 그녀의 작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핀란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개념 예술가(Conceptual artist) 중 한 명입니다. 버려졌거나 잊혀진 물건들을 멋진 예술작품으로 변화시키는 그녀의 능력은 소소하지만 작은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래되어서 새로운 물건에 밀려버렸지만, 과거에는 모두 그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던 것들이 그녀에게는 작업의 재료가 됩니다. 이러한 오브제 하나, 하나에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사람들의 과거를 어루만져주는 듯한 따뜻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그녀가 수집한 단추, 병, 엽서, 펜 등 일상생활 속의 물건들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원래의 기능이 아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관심을 끕니다. 어쩌면 그녀의 작품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진부한 생각의 틀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번 'Write Red in Blue' 전시에서는 color라는 큰 주제를 통해 그녀의 미적, 감각적 경험들과 아이디어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전시장에 보이는 알록달록한 색깔들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한 느낌과 함께 과거의 기억들을 불러모으는 것 같았습니다.


작품의 제목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Orange and Carrot’, ‘Grey and Grey’ 혹은 ‘Green and Grass’ 등 간결하고 분명한 제목들을 보면서, 관람객이 인위적인 연상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색색의 구두 주걱과 전시장 한켠에 발을 연상시키는 돌을 놓아두는 재치와 옷걸이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까지. 세심한 디테일들이 그녀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습니다.



전시를 보는 내내 작은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지금도 그녀의 작품집을 펼쳐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그녀의 의도일까요? 언젠가 꼭 한국에서도 그녀의 멋진 전시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아누 투오미넨은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에서 5월 5일까지 열리는 ‘노르딕데이’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전시 제목: 'Write Red in Blue'


전시 일정: 2012년 4월 3일 - 6월 5일


전시 작가: 아누 투오미넨(Anu Tuominen)


전시 장소: Nordic Watercolour Museum [Nordiska akvarellmuseet]


                  http://www.akvarellmuseet.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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