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혁 | 베를린 | 2012-09-10
매년 열리는 올해의 베스트 포스터 100. 포스터 디자인은 우리만 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독일어권 나라들인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 세 나라에서는 매년 최고의 포스터 디자인을 뽑는 공모전이 있다. 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래픽 회사들도 공모전에 참가할 수 있다. 과제, 작업의뢰 혹은 자유주제로 올해도 어김없이 미술전시, 음악회, 여행, 선전 등 다양한 주제들의 작업들이 소개되었다. 나날이 발전하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베스트 포스터100 전시를 다녀왔다.
글, 사진 | 이상혁(hello@leesanghyeok.com)
시내에 걸려있던 전시 홍보 포스터를 보고 끌렸던 점은 이 전시회는 공모전 수상작으로 독일어권나라 즉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대상한다는 점이었다. 심사위원들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각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심사위원단으로 선정되어 작품을 선별한다. 물론 심사위원들도 작품을 출품한다. 특이한 점은 공모전의 수상작이 100개의 작품이고 순위는 없다.
그래픽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인 언어와 타이포그라피가 만드는 세심한 느낌은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안다고 하더라도 포스터에 쓰이는 짧은 메세지를 가슴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점은 이 공모전에서 어떠한 포스터가 좋은 포스터로 선정되었는지 그 이유가 확실히 되는 부분이었다. 또한 포스터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독일어권, 즉 유럽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그래픽 디자인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다. 매년 공모전이 끝나면 독일 베를린, 오스트리아 비엔나, 스위스 루체른 등 세 나라 곳곳에서 전시가 열린다. 물론 2011년에 입상한 작품들이 한 해 동안 전시를 여는 것이다. 전시도록도 제작되어 실제 전시에는 없지만 시리즈 작품들도 자세히 감상할 수도 있다.
포스터 디자인은 나라마다 발전한 이야기가 다른데 독일의 포스터 디자인은 1930년대를 시작으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 때 전쟁과 정치선전에 관한 포스터로 유명해졌다. 셀 수 없이 많은 선전들이 그래픽 디자인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공모전도 1966년 구 동독시절 포스터 공모전으로 시작하여 발전하였다. 독일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독일어권으로 확대되었다.
현대 포스터 디자인은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포스터로써의 역할은 충실하면서)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강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다양한 주제와 가능성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선정된 작품들은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클래식 디자인 요소부터 타이포그라피만 적용된 미니멀한 현대 디자인 요소까지 다양하게 선정되어 관객들을 눈을 즐겁게 했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크기들의 실제 포스터들의 전시되었고 포스터마다 붙어있던 태그에는 디자이너의 이름과 포스터를 제작한 제작소와 테크닉들이 적혀있어 눈길을 끌었다. 포스터는 실제 눈으로 봐야 제 맛, 이듯이 정교하게 프린팅된 포스터들을 가까이서 보니 종이가 주는 질감의 느낌이 상상 그 이상이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베스트 포스터 100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 배경에 있었다. 같은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끼리 모인 공모전이 참 부러웠다. 다른 나라이지만 같은 언어를 공유하고 포스터 디자인으로 소통하는 것은 행사라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포스터로 소개된 행사나 전시들은 영원히 기억되고 역사로 자리잡게 된다. 이런 꾸준한 공모전 행사는 어떠한 분야에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에게 매년 자극이 되고 동기부여가 된다. 상금때문에 도전하고 응모하는 공모전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으로 부를 찾기보다 명예에 도전하는 독일어권 디자이너들을 세계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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