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베벌리 힐스(California Beverly Hills)의 북쪽 베벌리 길(North Beverly Drive)에는 약 10피트(feet)의 폭에 15~18피트(feet) 정도의 높이밖에 되지 않는 좁은 정면 외관을 가진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런 가게들을 반복해서 차례로 지나치다 보면 자칫 눈에 띄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타센(Taschen) 서점은 이곳에 작은 마술을 부려 놓았다.

글│박은선 LA 통신원(archsuki@yahoo.com)

세계적인 아트 북 전문 출판사 타센(Taschen)은 이미 한국에도 독자적인 스토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그림, 디자인, 패션, 광고, 영화 그리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 서적을 발간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곳곳의 서점들은 가구, 제품뿐 아니라 건축, 운송수단 디자인으로까지 넓히며 이 시대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로 꼽히는 필립 스탁 (Pilippe Stark)이 디자인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베를린, 퀼른, 런던, 마이애미, 뉴욕, 파리 등 세계 각지에서 그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서점들 중 특히 이곳 베벌리 힐스 (Beverly Hills)의 서점은 아마도 가장 성공작이 아닐까 한다.



밖에서 바라본 서점의 외부는 두꺼운 스틸 프레임과 유리만으로 덮여있어 마치 액자에 걸린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내부의 화려한 조명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이끌어 낸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의외로 깊숙이 펼쳐지는 서점의 주 전시공간과 접하게 된다. 이곳은 양쪽 벽뿐 아니라 천정까지 온 사방을 광택이 강한 호두나무(walnut)패널로 마감했고, 바닥 역시 브리질리안 아이페 나무로 마감되어 전통적인 유럽 스타일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관된 마감재 사이에서 약 6피트 간격으로 서 있는 기둥과 천정 사이에 전시된 아티스트 알버트 올렌 (Albert oehlen)의 거대한 디지털 작품들과 각각의 책장들에 가득 채워진 타센의 색색의 책들은 더욱 눈에 띈다.바닥에 배치된 디스플레이 선반들은 세계 곳곳의 타센 서점에서도 쓰인 금색 합판으로 만들어진 유기체 모양을 하고 있다. 이들의 화려함과 독특한 모양은 나무 패널로 마감된 공간에서 돋보이는 디자인 요소가 된다.

만약 단지 이쯤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이 끝났다면 이곳도 적당히 잘 꾸며진 여느 서점과 다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필립 스탁 (Pilippe Stark)은 여기서 다시 한 번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바로 서점 내부 중앙에 유리 상자(glass cube)를 설치한 것이다.




이 서점은 건물의 특성상 비좁은 입구에 좁고 긴 평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햇볕이 들어오는 건물의 입구라면 몰라도 깊은 서점의 내부는 자칫 들어가고 싶지 않은 어둡고 우울한 공간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필립은 여기에 마치 스스로 발광하는 듯이 빛을 뿜어내는 유리로 된 방을 바닥에 아무런 지지 없이 천장과 벽에서만 잡아서 구조적으로 연결시켰다. 이를 통해 부유하는 느낌을 주는 유리 상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공간은 멀리서 보면 긴 나무 상자 안에 들어있는 눈부신 보석상자처럼 보인다. 특히 이 유리 상자는 주위가 어두운 야간에 내부의 화려한 조명으로 인해 극대화된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이 방에 들어가 볼 수 있는데 유리 벽 자체도 sand blasted (모래 분사로 질감을 만들어낸) 공법을 이용해 마치 고드름을 얼린듯한 무늬의 디테일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유리 상자 밑에는 메탈릭 느낌의 퍼플 가죽으로 마감한 화려한 부스와 핑크색 커튼 속에 숨겨진 작은 에스프레소 바 그리고 이층에는 필립이 디자인한 독특한 가구들이 설치된 독서공간까지, 구석구석 의외의 곳에서 디테일한 디자인 요소들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햇살 속에서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타센은 숨겨진 보석상자와 같은 곳이 아니었을까.

http://www.taschen.com/pages/en/stores/415.store_beverly_hills.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