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월드리포트

생생한 푸오리 살로네(Fuori Salone) 현장 속으로

박신혜 밀라노 통신원 | 2015-05-28

 



매년 4월 중순, 밀라노는 예술적 영감 혹은 비즈니스를 위해 디자인 위크를 방문한 인파로 활기를 띤다. 거리에는 디자인 위크를 알리는 홍보물이 즐비하고, 디자인스튜디오와 쇼룸들은 저마다 사무실을 개방하여 방문객을 맞이한다. 국내에서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살롱 드 모빌레(Salone del mobile)’, 즉 ‘밀라노 가구 박람회’라는 명칭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기간 내 로 피에라(Rho Fiera) 박람회장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규모의 가구 전시 때문이다. 그러나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사실상 인테리어를 기반으로 디자인 전 분야를 아우르는 밀라노 최대의 전시회다.

글 | 박신혜 밀라노 통신원


201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4월 14일에서 19일까지 개최됐다. 전시 기간 디자인 관계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긴 스팟은 로 피에라가 아닌 ‘푸오리 살로네(Fuori Salone)’. 푸오리 살로네는 토르토나(Tortona), 브레라(Brera), 람브라테(Lambrate) 등 밀라노 중심부 세 개 지구에서 펼쳐지는 장외 전시다. 각 구역은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기성 제품과 신진작가의 작품을 폭넓게 선보인다.

5박 6일. 밀라노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방문객에게는 다소 빠듯한 일정이다. 푸오리 살로네만 해도 전시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푸오리 살로네의 세 구역을 중심으로 핵심적인 전시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를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현장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토르토나 구역(Tortona District)

토르토나는 밀라노의 나빌리오(Naviglio) 근처에 위치, 패션 브랜드 쇼룸과 소규모 소품 숍들이 자리 잡은 구역이다. 유독 방문객으로 붐비는 광경은 예년보다 다채로운 볼거리를 짐작게 했다. 토르토나를 따라 길 끝자락에 다다르면 ‘슈퍼 스튜디오’(Super Studio)’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스튜디오 내부에서는 세련되고 웅장한 가구 전시 외에도 테크놀로지와 감성을 결합한 전시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슈퍼 스튜디오에서 만난 기업 중 하나는 일본의 고급 승용차 브랜드 렉서스(Lexus). 렉서스 전시장 첫 번째 구역(zone)의 주제는 ‘감각을 사로잡기(Engaging the senses)’였다. 렉서스 모델을 원형 거울 수십 개로 둘러싼 공간은 예상치 못한 반사면을 만들어내며 관람객들에게 혼돈과 상상력을 선사한다. 이어 두 번째 구역 ‘감각을 탐험하기(Exploring the senses)’에서는 ‘렉서스 디자인 2015’의 수상작 프로토타입들이 전시됐는데, 그중에서도 케이타 에빈주카(Keita Ebidzuka)의 작품 <동물 가면(Animal Masks)>이 관심을 끌었다. 실제 동물 크기로 제작된 이 작품은 내부에 디지털 디바이스를 장착, 가면 속에 머리를 넣으면 해당 동물과 같은 눈높이에서 전시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게 설계됐다. ‘감각을 경험하기(Experiencing the senses)’로 명명된 마지막 구역은 미각과 청각, 시각을 동시에 유희하는 독특한 체험 공간이다. 입구에서 제공되는 사탕을 입에 물고 불빛 속으로 진입하면 사탕이 혀 위에서 톡톡 튀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귀를 자극한다. 일본의 유명 셰프 하지메 요네다(Hajime Yoneda)와 스페이스 디자이너 필리페 니그로(Phillipe Nigro)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슈퍼 스튜디오에 설치된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관도 관객들의 흥미를 돋웠다. 현대자동차는 음악과 움직임을 소재로 감성적 접근을 시도, 원형의 대형 조형물들을 스트링으로 연결해 움직임에 따라 곡이 연주되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기업 전시가 볼거리 전부는 아니었다. 토르토나 15번지에서 열린 ‘26 Motivi per far arte’의 전시회가 대표적인 예. ‘26 Motivi per far arte’은 젊은 아티스트들의 스물여섯 작품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작품을 구매하거나 작가를 후원하고자 하는 관람객과 아티스트를 연결해주는 중개인 역할을 맡았다.

브레라 구역(Brera District)

두오모(Duomo)와 근접한 브레라 구역은 브레라 대학가부터 모스코바를 포함한다. ‘브레라 디자인 구역(Brera Design District)’이라고 쓰인 붉은 깃발들이 세련된 멋을 더하는 브레라에서도 대기업이나 스튜디오의 창의적인 전시장들이 눈에 띄었다.

비아 솔페리노(Via Solferino) 거리에서는 의류 브랜드 미쏘니(Missoni)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비드한 컬러와 패턴이 특징인 미쏘니는 빛과 색상, 거울을 이용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곳곳마다 설치된 거울에 컬러풀한 패턴이 투영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낸 것. 또한, 플로어에는 쿠션을, 천장에는 거울을 비치한 참여 공간도 흥미로웠다. 쿠션에 기대면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구조로, 관객들은 레이저 빔과 음악 속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브레라 구역에서 멀지 않은 아트갤러리 뮤제오 델라 페르마넨테(Museo della permanente)에서는 ‘넨도(Nendo)’의 2014년~2015년 작업이 전시됐다. 넨도는 미니멀리즘에 기반, 이탈리아 CLAS사를 비롯한 20여 회사와 협업해 온 일본의 디자인 그룹이다. 두 개 층으로 이뤄진 전시장에서는 100여 작품들이 화이트 큐브를 배경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가구부터 슈즈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작품들은 넨도의 상상력과 표현력 넘치는 예술세계를 반영하고 있었다. 특히 두 개의 가구가 하나의 작품으로 결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리즈에서는 창의적인 정교함이 돋보였다.

람브라테 구역(Lambrate District)

밀라노 중심부 동쪽의 람브라테 구역은 한국의 홍대 혹은 상수 지역과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대부분 온라인 사업을 시작으로 창업한 소규모 회사들이 소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작년보다 다양한 국적의 업체들이 참여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푸오리 살로네에서 신진작가와 디자이너들의 유니크한 상품을 찾는다면 람브라테로 향해 보자.

‘Culture.pl’은 폴란드 작가들이 제작한 전시장으로, 완결된 작품을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전통적 방식을 탈피한다. 전시 타이틀은 ‘네 방식대로 해(do it your way)’. 방문객들은 인테리어 소품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데, 관람객마다 소품을 취향대로 바꿔놓아 제품의 형태가 끊임없이 탈바꿈되는 식이다. ‘Culutre.pl’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카메라로 촬영해 전시장 입구에서 생중계했다.

폐쇄된 공장을 개조한 한 전시장에서는 인테리어 소품과 귀금속 등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소개했다. 관람객과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환경을 조성한 전시장은 디자이너와 투자자에게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람브라테에서는 피오로니(Fioroni)를 비롯한 노르웨이 인테리어 제품도 만날 수 있었다.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하고 정갈한 디자인,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품들은 앞서 보았던 전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나가며

지금까지 201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장외전시, 푸오리 살로네를 구역별로 훑어보았다. 토르토나에서는 ‘감각(Sense)’을 주제로 관객들의 체험을 유도하는 등 많은 기업이 ‘감성 마케팅’ 전략을 반영한 전시를 열었다. 브레라에서는 가구회사들의 쇼룸 및 매장을 방문, ‘자연소재의 패턴’과 ‘심플함’으로 요약되는 2015년 가구디자인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람브라테 구역의 경우 젊은 디자이너들과 창업 예술가들의 신선한 제품을 만날 수 있었던 구역으로, 다수의 참여형 전시가 진행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해를 더할수록 풍성해지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16년에는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와 트렌드가 눈을 즐겁게 할지 기대된다. 2015년 푸오리 살로네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http://fuorisalone.it/2015)를 참고하자.

 

facebook twitter

#건축 #리빙 #전시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