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연 | 2003-07-13
♠ 새로운 문명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다.
프랑스는 인터넷과 함께 아직도 미니텔을 사용한다. 누가 돈을 내고 느린 미니텔을 쓰는지, 습관처럼 미니텔에 길들어져 있는 프랑스인들은 바꾸기가 어려운가 보다.
프랑스 아이들은 컴퓨터를 모른다.
프랑스에서는 고집스럽게 컴퓨터를 오디나터 ordinateur로 이메일을 레트르-엘렉트리시테 lettre-electricite로 바꾸어서 사용한다. 가게에서 "컴퓨터 주세요" 라고 말하면 못 알아 듣는다. "오니나터 주세요" 해야지...
파리8대학 조형예술학과에 멀티메디아실이 생겨서 10대의 컴퓨터를 갖다 놓은 시기는 3년 전이다. 멀티메디아를 중심으로 하는 리용비엔날레의 조직자중에 한명인 보아시에 선생과 그를 추종하는 자들이 있고, 프랑스의 현대조형미술 경향을 이끌어 나간다고 자부하는 대학이, 수많은 예술학과 학생들을 위한 컴퓨터가 고작 10대만을 갖다 놓은 것이다.
예전에 비해 현재 학과 돌아가는 시스템이 컴퓨터를 이용한 멀티메디아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프랑스 아이들은 컴퓨터에 대하여 잘 모른다.
멀티메디아 수업시간에 시디를 만드는 수업이 있었는데, 나는 "도대체 어찌 만들어지는겨?" 라는 의문을 가지고 수업을 들었으나, 시디를 만드는 기술적인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승부를 내는 것에 중점을 둔 수업이었다.
컴퓨터는 껌벅껌벅 켜져 있으나 마우스를 건디려 본적 없고,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기는 커녕, 그저 이야기만 한다. 무엇을 할까? 어찌할까? 컨셉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는 곤역인 것이, 난 프로그램을 빨리 익히고 싶은데,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설나발만 풀고 있으니 한퀘에 배우고 해버려서 결론을 빨리 보려는 나에게는 답답한 수업이기만 하였다.
어려서부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이 무작정 이야기만 솰라솰라 한다. 결론이 없고, 한 학기동안 배운 것도 없다. 골머리만 앓다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 기술적인 것은 몇 주 가르쳐 주고 각자가 실제작업을 해서 제출하게 끔 하는데, 그 아이들은 고도의 기술을 이용하기(아는 것이 없기도 하지만) 보다는 기본적으로 배운 기술로 쌈박하고 톡톡 튀는 생각지 못한 컨셉들을 가지고 간단한 작업으로 제출하게 된다.
기술은 반복의 작업으로 익혀지지만 창조적인 생각들은 반복의 작업보다는 사상의 뿌리 깊은곳에 확실한 근저의 감성에서 펼쳐지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같고 공부도 안하는 것 같던 그들의 마지막 과제물은 놀라울 정도로 알차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결과물들이었다. 모두의 작업들이 개별성을 가진, 다른 결과물들이었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수업방법. 형식은 일정한 틀이 있으므로 그 안에 맞추면 되기에 어렵지 않으나, 내용의 알참은 정신적으로 가꾸고 연구하고 꾸준히 생각해 주어야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 아이들은 컴맹이라고 컴퓨터 없다고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필요에 의한 생산력으로 연결되는 경우에 쓰이는 간단한 방법으로 컴퓨터를 알고자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채팅이나 쓸데없는 잡담 쓰레기 정보를 뒤적이는 것보다 감성을 연마하고 든든한 정신적 사상근저를 이루는 철학책을 읽는데, 다양한 문화전시를 보고 느껴지는, 보이지 않는, 깊은 생각을 하는것에 시간을 투자한다.
넉넉한 내용의 컨셉을 가진 자만이 기술적인 형식으로의 가는 길은 수월하다.
삽화: 1.목판화기법의 삽화로 피에로 같은 여자는 나타내고 있다. 3.2002년의 경제에 대한 삽화 4. 새로운 문명, 컴퓨터가 박물관에 그림으로 전시되어있다. 사람들은 매래에 남아있을 유적이 컴퓨터 밖에 없음을 비판한 삽화이다.
♠ 방송 언론 매체의 역활
"개에게 시내에서 가장 좋은 향수를 뿌리기 위해 다가오라 했다. 개는 조심스럽게 축축한 코를 내민다. 그러더니 갑자기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치며 나를 향해 비난의 몸짓으로 짖어댄다. 그래, 너에게 배설물을 주었으면 기분 좋게 다 먹어 치웠을지도 모를텐데...
나의 슬픈 생애의 동반자로는 자격이 없는 너, 역시 대중을 닮은거로군, 대중에게는 절대로 품위 있는 향수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그들을 짜증나게 할 뿐이지. 조심스럽게 선택한 오물이나 주면 되는 것이다." 라고 보들레르는 말한다.
프랑스는 방송·통신분야에서 기술발전이 유럽나라 중 가장 앞선 국가다라고 말한다.
중앙집권적인 행정국가(사회주의)인 프랑스가 방송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면서 방송의 소유와 통제에 있어서 개입한다. 방송정책에 있어서 일관된 특성은 전문화·특화된 전문채널을, 문화전파와 유럽문화교류, 공익성 추구의 범유럽적 채널을 육성한다.
이러한 방송문화정책으로 프랑스어 또는 다국어로 방송되는 채널은 TV5, ARTE, Euronews등이 있다.
*TV5 - 불어권인 나라들, 벨기에 퀘백 스위스등의 뉴스와 정보, 영화들 : 특징, 불어자막이 나온다. 불어 공부하기 아주 좋다.
*Arte - 프랑스 독일 합작 문화예술 채널 : 이 채널 볼거리 많고, 수준 높은 채널(저절로 교양이 쌓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이라 할수 있다. 질 높은 음향과 아름다운 영상미를 재현해 주는 훌륭한 예술매체 역활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본다. 높은 기술을 이용하여 문화, 역사, 철학, 음악, 미술, 연극, 퍼포먼스 등의 예술작품들을 일반대중에게 가까이 안방까지 전달하여 멋있게 재현시켜 준다.
이런 수준 있는 채널들을 갖고 있는 프랑스TV는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니다.
이외에 일반적인 채널은 국영방송채널인 TF1, FR2, FR3과 CANAL(영화를 주로 수신료 내고 신청해야함), M6(사장이 미국인이래네? 미국방송을 많이 틀어준다. 이 프로에 나오는 몇개는 저질이라고 보지 말라고 말한다. 어떤이는 "야! 너 또 6번 보냐? 그거 보면 애 망가진다"라고 말한다 --- 나, 정말 미국에서 나오는 3류 드라마나 영화 보고 싶지 않아... 6번 사장님, 경비가 좀 더 나가더라도 좀 진득한 것 좀 가지고 와야지...), 케이블 신청하면 볼 수 있는 paris premiere(영화와 각종 시사 대화 토론 전문채널), MTV(음악전문채널)등이 있다.
프랑스 방송차원의 편성에서는 뉴스, 정보, 매거진, 다큐멘터리, 토론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외국산 프로그램 편성의무(자국40% 외국60%)에 관해서는 유럽과 미국을 별도로 구분하여 미국산 영상프로그램(미국의 비이상적인, 폭력영화와 반인권적인 것들이 판을 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셈이다) 방영쿼터를 더욱 규제강화하고 있다.
삽화: 흑인젊은이가 프랑스 할아버지 보고, "당신 이국적으로 보이는군요?"라고 말한다. - 새창살을 잡아떼내고 있는 새는 갈등한다. 자기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름이 기다려진다. 수영복입은 여자의 화면구성이 단순한 가운데 시원함이 느껴진다.
한국의 TV들은 쇼, 연예, 오락, 드라마가 판을 친다. 쇼나 오락프로에서는 10대들이 나와서 하나마나한 귀신씨나라(내생각으로는 아직도 10대들의 사고는 풍성할 수가 없다. 미숙하다고 본다. 한인간이 갖추어야 할 경험이나 덕이나 교양들은 나이가 많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까먹는 이야기들, 그들의 발광의 춤(진정한 그들의 노래표현인지? PD나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똑같은 인형들의 놀이인지?)들과 노래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간다.
우리들의 성숙한 시민문화 30대- 60대의 문화는 전멸이라고 보는 편이 낳겠다. 그나마 진흙탕 속에서 피는 연꽃 같은 드라마, 아주 옛날 "서울의 달"이나 "아줌마" 시사프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정운영의 100분토론"등은 가뭄에 콩나듯이 있다. 대다수의 방송은 대중들을 경박한 쪽으로 몰고 간다.
우리는 좀더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구... 똥싼 바지입고 나와서 헬레레~~~ 춤추며 짧은 혀로 10살 수준의 생각의 말들을 듣고 싶지 않단다. 기획자나 편성자들이 방송은 더 대중적이고 선정적인 경향을 찾는데 신경을 써서 그런지 몰라도 TV프로 내용의 질적 타락수준은 이미 도를 지나쳤고, 점점 더 저급한 미디어(드라마 오락)의 방송 시간은 늘어난다.
프랑스 TV 뉴스 앵커들을 보면 30대 40대 50대가 나와 이끌어간다. 그들의 경륜의 진득함을 느끼게 된다. 나이가 많다고 뒤로 물리치는것이 아니라... 토론이나 대화의 다큐멘타리 등등의 정보프로에서는 10대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10대들은 안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정신적 문화수양에 힘쓰고 있는것이제... 방송타면서 꼭두각시 놀음을 할 여건이 불가능하다.
한국의 애송이들이 설치는 꼴하고는 다른 여건이제... 시청자 수준에 예를 들면 미스프랑스 뽑는 날의 시청자의 호응도는 높지 않다. 미스프랑스가 되면 여러 가지 이유로 공식행사에 참여하고 간간히 TV출연 기회도 있으나 한국처럼 하루아침에 텔레비젼 텔런트나 프로진행자로 발탁되지 않는다. 얼굴과 몸뎅이가 미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닌, 생각의 망탈리떼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경우인 것이다.
프랑스공영방송(FR3)이 당당하게 섹스 영화를 정규적으로 틀고 있는 판이고(유학와서 처음에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 글쎼, 자정이 지나서 이상한 포르노가 나오는거야, 이거~ 원 몰래비디오방도 아닌데 이럴수가 있는거야? 처음엔 신기해서 곁눈질로 많이 보았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포르노가 숨겨놓은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고 무덤덤해 지는거야, 확실히 보여주니까, 한국처럼 성의 이중성을 갖고 여자를 매춘으로 이용하면서 다수의 남자가 앞에서는 고고한척 하지만 뒤에서는 숨어서는 호박씨까지 못하게 방송이 책임지는 것이제), 약 10%대의 시청율을 가진 M6역시 주말마다 지독한 포르노영화를 정기적으로 내보낸다.
파리의 포르노, 섹스, 비디오 판매점은 거의 문을 닫게 되었다며 가게주인의 푸념이 끝이 없다.(전업해야쥐~~~) 프랑스 정서가 개인의 성생활이나 연애인등의 사생활등을 가지고 왁자직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테랑이 정부를 두고 배다른 딸이 있어도, 뭔 가수가 20세나 어린것이랑 살아도 가만히, 마르소가 미혼녀의 몸으로 아기를 떡하니 낳아도 가만히 있고.... 파리고등학생들이 '무료 자동콘돔 배포기'를 화장실에서부터 복도로 옮겨야 한다는 데모의 내용을 내보내는 TV세상에서 사는 것이 오늘의 프랑스이다.
한국방송은 문화예술에 관한 진득한 본격 프로그램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올바른 대중문화라는 것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애들은 원래 잘나서? 위대해서? 똑똑해서? 태어날 때부터 훌륭한 문화예술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했겠어? 어릴 적부터 자라면서 허구한날 문화예술을 이해해야되고 대화하고 논쟁하고 사랑해야 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그곳에 흡수되지 않으면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문화부르조아를 친송하는, 진정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미감각의 풍부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에 쌓여있기에 가능한 것이지.
한국의 프로들이 시선을 확끄는 자극적이고 현란한 수식어들, 경박한 상업주의적 술책에서, 요란한 제목에 비해 실제내용은 이에 못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용은 점점 더 빈약해지고, 제목만 섹시하게 바꾸거나 선정적인 단어들을 사용하면 읽는 시청자나 독자도 큰 문제이지만, 실제로 일본, 미국의 저질 연예오락 프로그램들을 자주 모방하며 베끼고 편성하고 있는 방송이 더 문제다. "야들아! 이쪽"으로 하면서 우루루~~~ 몰고가지 말지어다.
우리도 생각을 조금만 비틀면, 심미적으로 즐기는 그런 창의적이고 실속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낼 수 있다. 문화예술에 관한 흥미있는 형식을 개발하는 제작진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방송 경영자들의 편성과 방송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보들레르는 '개와 향수병'에서 인간의 악의와 이기적인 대중들의 선과 미감각의 결여된 정신성의 부재로 뭉친 대중의 몰이해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사진: S자로 구성한 인간의 군상이다. 연극카달로그의 한 페이지인데 연극하는이들의 과감한 노출은 인간신체의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나타난다. 남녀가 서로 얽혀있는데 나는 속으로 낮이 뜨겁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인간의 나체를 가장 아름다운 표현의 도구로 여기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열어놓는다.
S자는 아래와 같이...
SAISON - 계절
SAVOIR - 기억하다
SAGESSE - 지혜
SAVEUR - 풍미
SENS - 감각
SENSIBILITE - 감수성
SENSATION -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