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연 | 2003-07-13
건축이라는 것이 디자인이나 회화의 영역과 구분이 되어 있지만, 프랑스 건축인들이 도시의 공간 이미지를 하나의 화폭처럼 과감하게 재구성하는 것을 보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의미없는 사각인 한국의 아파트 건물들과 막연한 소비문화속에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 우리, 프랑스에서 건축예술과 디자인이 어떻게 조화롭게 호흡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프랑스 문화정책은 정부 주도로 지난 40년간 문화를 담당해 온 유능한 장관들에 의해 지속적, 발전적인 수행으로 이루어졌다. 조르주 뽕삐두가 수상시절 10년 이상 재직한 문화성 장관인 '앙드레 말로'는 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남달리 컸으며, 미테랑시절 '작끄 랑'의 경우도 미술의 전반적인 황금기였다. 말로는 미술관을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데 만족하지 않으며 문화와 자연에 대한 증거로서 제시하고자 한다"고 특정장르를 선호하거나 전반적인 유행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스카르뎅 대통령에 의해 19세기 미술관 '오르세이' 개축, 미테랑 대통령에 의한 루브르광장 지하에 '까루솔 갤러리' 건축, 라데빵스의 Grand Arche, 바스티유의 오페라하우스, 국립도서관, 루브르 피라미드 등의 기념비적 건축물들은 미술뿐 아니라, 민중의 요구를 주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게 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즉 문화의 힘을 발휘하여 민중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사회주의 정부에 의해 추진된 80년대에서 90년대 사이에 100여 곳의 미술관이 개관하였다. 파리 주변의 지방도시에 위치한 사립미술관들의 국립화는 재정과 투자의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국가의 보조로 개개의 미술관의 전시기획과 운영은 관장을 비롯하여 큐레이터의 책임아래 있다. 지방의 미술관들은 파리의 '현대미술관' 전시방식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같은 전시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의 시각으로 해석하여 유용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갖고 있다.
사진1: 모던한 건축물과 조각물이 공존하는 라데팡스(La Defense) 건물 앞에 서있는 알렉산더 칼더(미국 조각가) 폴리크롬(다색 칠)과 금속을 이용해 작업하는 작품은 거의 신기에 가깝게 건축물과 일치한다. 붉은 원색의 철판의 제질과 작품의 끝머리 각도는 건축인지 조각인지 한 호흡이다.
파리시내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전체적으로 시내의 건물들은 고풍스럽고 가라앉은 무채색의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파리근교 메트로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라데팡스는 첨단 기술로 조성한 신 시가지를 만날수 있다. 파리가 신도시를 구상한 이유는 오로지 파리 자체를 더 잘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파리 도심에는 고풍스러운 건물과 좁은 골목길 등 옛 건물과 정취, 그리고 낭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도시는 낭만과, 고고한 분위기로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오래된 건물들을 보존하다 보니 새로운 금융, 정보업무 등의 기능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파리근교에 도시계획을 세운다. 1930년부터 구성되기 시작하여 1960년대 초에 설계되어 정부의 도시개발 정책에 따라 파리의 국제업무지구로서 1956년경 정부가 중심부로부터 약 5km떨어진 곳에 새 업무중심지 및 전시공간 건설을 결정함으로써 개발이 시작되어 30년간 개발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신도시이다.
지난 '88년에 개발이 완료되었다.「라데팡스」는 30년간의 국내와 국제건축양식의 전시장으로서 CNIT center의 아치형 지붕으로부터 시작하여 Grand Arche까지 국내외 건축양식 추세의 발달사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상면과 지하는 통과교통 및 주차시설로 처리, 2층은 보행자 전용광장으로 활용하여 차들이 없는 공간으로 계획하여 자유로운 보행공간을 확보하고 어린이가 마음놓고 뛰놀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라데팡스」신도시의 특징으로는 유럽에서 가장 큰 비지니스파크를 조성하고자 한 프랑스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현재 1,200개 회사에서 11만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며 프랑스 20개 기업 중 14개 회사가 라데팡스에 본사를 가지고 있고 세계 50대 기업 중 13개 회사가 사무실을 설치하고 있다.
또한 근무자의 80%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만큼 우수한 교통접근성을 확보, 충분한 녹지공간을 옆에 둔 양호한 주거환경, 프랑스에서 가장 첨단의 전산시스템 및 통신시스템 설비 등의 최첨단 업무지원체계를 제공하고 있고, 문화센터로서의 역할도 수행하는 데 연중 옥외 콘서트와 전국 재즈경연대회, 연극·영화 등 수많은 문화행사개최 등의 다양한 문화생활을 제공한다.
유명건축가, 예술가의 작품이 곳곳을 장식하여 거리 전체가 예술전시장 같은 인상을 준다. 한마디로 프랑스 신도시 「라데팡스」는 문화·예술과 공원 및 업무·주거가 어우러진 미래도시라 할 수 있다.
사진2: 라데팡스(La Defense) "수호"라는 이름의 지역의 건축
‘미술품이 된 건축과 도시’.
프랑스 건축가 니콜라 쉐퍼가 1969년 발표한 이상도시 사이버네틱 도시(La Ville Cybernetique) 건설 계획(1969)이 어떻게 과학기술을 접착재로 삼아 회화 조각 건축을 도시라는 개념으로 확장 통합시키려했는지 소상하게 보여준다.
70년대 말까지 '콘크리트의 폐허'로 불리던 파리 근교 도시 라데팡스가 장르의 경계를 초월한 현대미술의 총아를 상징하는 거대 작품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면서 세계의 명소가 되었던 것이다.
라데팡스에 건축물들은 가운데가 뚫려 있는 사각형으로 건축물자체가 조각품 같다. 그곳은 현대건축물의 불가사의라고까지 격찬된 곳이기도 하다. 제2의 개선문인 그렁아르쉬는 혁명 2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졌는데, 다가가 보면 완전히 개방되어 있고 엘리베이터와 내부로 촘촘히 나있는 창을 확인할 수 있다. 맨 윗층에는 세계인들의 작품들을 모아 전시를 기획하여 열기도 한다.
세계로 향하는 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신개선문이라고도 불리는데 개선문 꽁꼬드 광장과 정확히 일직선상에 있다. 정상의 높이는 110m인데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여 특이하게 지은 건축물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라데팡스는 이미 100년 전에 구상되어 부지가 확정되었고 50년 전부터 짓기 시작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젼을 보여주는 다양한 양식의 건물들과, 모든 교통수단이 지하로 다니기 때문에 지상공간은 사람만을 위한 곳으로 설계되어있다.
미래도시임에도 마치 도시 전체가 "사람중심"을 위한 모던한 건축물과 조각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장기간을 설정하여 구상된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파리의 건축계획이다.
사진3: 건물의 형태가 과감하다. 사각의 밋밋함을 벗어나기라도 할 듯이 중앙에 또 다른 사각의 트임은 가히 높은 감각을 읽을 수 있다. 그 사이를 지나는 붉은 다리는 동물의 뼈대를 지나가는 느낌이다.
프랑스가 흔히 낭만적인 곳으로 예술의 분야에 뛰어나다고 알고 있으나 그에 못지 않은 과학기술은 세계정상을 달린다. (그들은 노련하게 적나라하게 자본을 내세우기 보다는 철학적인 문화적인 것들의 이미지, 문화를 상품화 시키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것이다) 우주항공, 콩코드, 헤르메스, 우주왕복선, 지구관측위성, 스포트, 전자통신분야는 독자적인 기술체제를 갖춘 알스톰이 TGV를 팔아 파리와 소련 아시아 한국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파리 지하철 14호선은 무인시스템이라는 것외에 디자인, 역사등등 앞으로 지하철이 나아가야 하는 가장 궁극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파리 라데팡스 지역의 도시계획의 규모는 가히 현대건축물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네모 반듯한 상자곽을 세워 놓은 것 같은 우리 신도시와 달리 이들 신도시의 아파트는 하나같이 실험정신에 입각한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 전시장이다.
한국에서 급성장의 건축물들 성수대교 신행주대교 삼풍백화점 참사등 우리나라가 만들고 쌓고 세운 것 치고 제대로 된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날림으로 뚝딱뚝딱 만들어져 억지로 보이고자 하는 것의 건축물은 진득함과 안정성이 없다.
프랑스의 건축물들은 장기간에 노력과 치밀한 계획아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늦더라고 완벽을 추구한다고 본다. 사소하나마 도로공사도 한달 두달이 걸린다. 한번에 모두 갈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하루죙일 땜방해서 길바닥은 얼룩덜룩하다. 느리지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만들어내는 것들을 보면 완벽에 가깝게 만든다.
사진4: 라데팡스는 초현대적이고 실험적인 도시다. 삼각뿔 유리면 아래는 지하상가로 천정을 조형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래사진은 아코디언 모양의 건축물이다. 대중이 건축물을 보고도 감흥을 가지고 감상할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공간예술을 계획하고 투자했다는 것을 알수 있는것이다.
파리의 밤은 더 아름답다. 다리밑이나 주요건물들에 설치한 간접조명들은 보석과 같이 빛난다. 직접조명을 쓰지 않고 은은하게 비춰주는 간접조명으로 비추이는 각도나 넓이들을 통해 보는 건축물들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예술의 극치인 듯 하다.
건축물 보호를 하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버는 '공해 없는 공장'과 같다. 그만큼 문화에 투자하는 그들의 노력들... 예를 들어 노틀담의 성당이 오랜 시간, 때 낀 것들을 공기의 압력으로 레이져 총을 이용해 대리석이 다치지 않도록 벗겨낸다. 그대로 새로이 다시 태어난 듯 하다. 계속 많은 관광객들이 보러오더라도 언제나 새로이 단장한 볼거리들이 준비를 마치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도시공간에서 건축과 미술이 만나게 되는 직접적인 배경은 건물의 고층화에 따른 빈공간 채우기 또는 모더니즘 건축의 병폐로 지적되는 무기적 건축의 삭막한 도시풍경을 개선하기 위한 인간적 요소, 조경을 도입한다
파리시내에만 작고 큰 공원들이 300여개가 된다고 한다. 큰 숲만 해도 왼쪽에 불로뉴와 오른쪽에 벵센느 숲을 끼고 있다. 곳곳에 초록의 나무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회색건물이나 정신없는 문명의 소굴 속에서는 인간의 부드러운 잔잔함을 갖기가 어렵다고 본다. 열 받을일이 많거나,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일수록 초록빛의 자연은 꼭 필요하다.
프랑스 사람들은 틈만 나면 공원 산책을 한다. 그들의 놀이문화는 공원산책이라고 할 수 있다. 뒤비져서 책을 본다거나, 친구들과 피크닉와서 샐러드를 먹으며 수다를 떤다든가, 가족끼리 베드민턴이나 쇠공 굴리기를 한다거나,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돌아다닌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째즈공연이나 음악회, 꽃전시회등이 공원안에서 펼쳐져 관람도 하고, 숲 한가운데 호수가 있어 배도 타고, 걷는 것이 힘들다면 꼬마 기차가 있어, 1유로의 저렴한 가격을 내고 공원을 시원스레 한바퀴 돈다.
파리시내에 이런 공간들이 집사이에 직장사이에 어느 곳에서나 있으니, 간단한 깔개들과 먹을 것을 싸가지고 벌러덩 잔디에 누워... 이 생각, 저 생각 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푸르른 나무들을 보면서, 넓다란 하늘을 보면서, 풀 냄새를 풀풀 맡으면서 허공으로 사라진다.
프랑스에 건축되는 것들은 '환경예술 장식품'으로 유도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건축물과 함께 존재하는 조형물들은 장식을 넘어선 예술로서의 조각품, 때로는 건축물과 도시의 구성요소들을 압도하며 도시의 상징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환경예술, 도시조각을 생각하게 해준다.
▲참조로 건축과 디자인에 관한 전시와 작품들을 아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불어로 되어 있으나 작품 사진들을 통해 감을 잡을수 있다.
또한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미술관전시, 박람회가 링크되어 있다.
www.officieldesarts.com/design/
예술가가 도시를 하나의 갤러리로 자신의 예술품을 쏟아놓을 수 있는 발표의 장으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허락된 프랑스의 정책구조가 부럽다. 공간의 할애, 바로 작품의 규모로 연결되어 우리 인간이 기능과 미를 겸비한 건축물에 포근히 감싸듯이 거대한 조형물의 아름다움에 감동하여 도시 속에서 변형된 자연을 보는것 같은 정서가, 순화되고 정화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도시문화의 구성요소라는 점에서 건축과 조형물을 동일선상에 놓고 예술의 궁극적 목적이 인간구원에 있듯이, 바로 둘 모두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행위의 결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