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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오래됨과 상큼함의 조화, Edinburgh(에딘버러) 탐험하기

강현진  | 2006-09-04


스코틀랜드의 수도, 수많은 유명한 작가들이 살았고, 해리 포터의 조앤 롤링이 도시 모퉁이의 작은 까페에서 가난에 굶주리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곳, 에딘버러Edinburgh...
혹자는 에딘버러가 가장 스코티쉬하지 않은 도시라고 한다. 잉글랜드와 가까운 지리적 이유, 관광객이 많다는 문화적 이유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래서에딘버러는 그만의 독특함으로 더욱 빛난다. 에딘버러를 다룬 관광 안내서야 이 세상에 수두룩하니,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에딘버러의 아름다움과 디테일을 담아본다.


에딘버러로의 여행을 결정했을 때 나의 유럽출신 지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에딘버러는, '너무너무’ 아름다운 곳이라고.... 유명한 도시들이야 다 아름답지만, 에딘버러의 아름다움은 어떤 형태일지 궁금해졌다.

에딘버러가 가장 북적일 때인 8월, 그것도 의례 없이 좋은 여름날씨를 선보이던 2006년의 여름, 필자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았다가 바다 근처라는 사실도 이번여행을 하면서 처음 알게되었다. 잉글랜드에서NEW CASTLE 북쪽으로 올라가며 에디번러로 가는 2시간 여의 기차여행은 파란 바다와 주위의 작은 도시들을 감상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여행으로 기억되었다.


에딘버러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참 오래된 도시구나“ 라는 것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잿빛의 오래된 건물들... 어떻게 저렇게 보존을 잘했을까 싶은 정말 오래 되어보이는 건물들...
에딘버러는 바다를 등지고 점점 높아지는 언덕형 구조를 하고 있어서 Royal Mile이라고 불리는 시내중심가, 성들 등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어딜가나 그윽한 느낌의 오래된 건물들이 눈높이 위로 보인다. 위풍당당하고 자존심 있어 보이던 에딘버러의 첫얼굴...


여기저기 쏟아지듯 생겨있는 골목골목을 걸으며, 또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오픈덱 이층 버스를 타고 시내를 누비며 나의 눈은 곧 에딘버러를 아름답게 하는 디테일들에 머물렀다.
가장 나의 눈을 즐겁게한 것은 오랜된 건물 밑의 둥지를 튼 상점, 까페들의 ’브랜딩’이였다.


도시보존 계획 하에 이루어진 것들이겠지만, 오래된 건물들의 나이가 비슷해 보인다. 어떤 건물도 좀더 밝은 색의 벽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심지어는 보수를 할 때도 오래되 보이도록 돌을 마감한다는데... 이런 정성어린 도시 관리가 에딘버러를 특별하게 보이게 하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해야 하는 상점, 까페들로서는 참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런 필자의 생각을 헤아리기라도 한듯, 그 오래된 건물의 일층의 마감은 소재부터 색상까지 매우 자유롭다. 자유로운데도 마구잡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그 다양성이 조화롭다. 버스를 타고 가며 본 곳이 많은데 사진을 좀더 많이 담지 못한 게 아쉽다.


Museum of Childhood...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박물관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있는 입구 디자인이다. 내부가 외부만큼 감각적으로 디자인되어 있지 않아 실망했지만, 어린 시절 소공녀 세라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좋은 시간을 가질수 있는 곳... 입장료도 무료다.

잿빛 건물 밑에 개성 가득한 상점들의 모습은 에딘버러의 이미지를 풍성하고 상큼해 보이게 한다. 에딘버러 곳곳에는 분위기 있는 까페들이 많은데, 그 중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Chocolate Soup이라는 곳이다.


커다란 유리창에 초콜릿빛 브라운 타이포가 가득한 곳. 브라운은 결코 눈에 잘 띄는 색깔이 아니건만 눈에 확 들어왔다. Chocolate Soup(?) 이름부터가 특이하다. 도시 여행을 하다보면 음식의 양이나 질을 떠나서 인테리어가 예쁜 곳, 색다른 곳에서 먹고 싶은 욕구가 간절한데, Chocolate Soup이 바로 나의 레이다에 걸려 들었다. 다른 까페들처럼, 오래된 건물 일층에 자리잡아 매끈한 브라운 빛 소재로 장식하고, 클래식한 양쪽의 기둥들과 모던 건물의 특징인 통유리로 마감하여 독특한 느낌을 준다.


밖에서 보았던 것보다 안에 들어오면 이 공간이 정말 매력적이다. 터키빛 푸른색과 브라운 색이 상큼한 느낌을, 낮은 탁자와 박스형의 소파가 동양적이면서도 매우 편안해 보인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을 찍은 사진과 감각적으로 디자인된 커다란 메뉴판이 눈을 즐겁게 한다. 스낵도 이름대로 초컬릿스프는 물론이고, 허기를 때우기 좋은 다양한 스프종류와 예쁘게 만든 샌드위치, 맛있는 커피 등을 파는데, 감각적인 실내 인테리어로 인해 입도 눈도 즐겁다.


시내 중심을 조금 벗어나 에딘버러사람들이 사는 곳을 어슬렁대다가 독특한 주거 형태를 발견했다. 이름하야 ‚;반지하’형... 하지만 그냥 반지하가 아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가 넓고, 길가에서 집앞까지의 공간을 넓게 잡아 땅이 깊게 파서 작은 마당형태의 공간을 만든다.
그곳은 아늑한 작은 미니 정원이다. 그 정원으로 인해 반지하인 집은 자연광도 충분히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


에딘버러에는 좋은 박물관이 무지하게 많다. 또 대부분의 박물관이 무료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데, 너무 많은 박물관중에 무엇을 고를지 망설여 진다면 City Art Centre를 추천한다. 현재 8월에서 10월까지 3종의 다른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Toulouse-Lautrec 의 19세기 Art Nouveau Poster전, 거침없는 광고사진으로 유명한 Albert Watson의 사진전, 그리고 스코트랜드를 대표하는 화가인Anne Redpath의 작품전이다. 19세기 프랑스의 포스터, 광고 사진, 유화를 동시에 감상할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나 이번에 처음알게된 Anne Redpath의 작품은 나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일상을 아름답게 드려내는 섬세한 손길, 차분하면서도 다양한 따스한 컬러. 일상의 삶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감사하게 되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이곳 City Art Centre에서 몇 시간동안 작품을 감상하고 미술관 밖으로 나가는 나의 마음은 무언가로 가득찬 풍요로움이 느껴졌다. 그것이 바로 예술이 주는 힘이리라.... 가슴을 부풀게 하는것, 마음을 보이지 않는 즐거움으로 가득 채우는것...


이곳이 특별한 이유 중에 또한가지 이유는 바로 Activity Room이다.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도 작품들을 보고 고무된 느낌으로 자기만의 예술을 창조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그림을 심취해서 보고 나면 캠버스 위에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픈 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필자뿐만이 아닐것이다. 고급형 파스텔이 색상별로 준비되어 있고, 다양한 종이, 포장지, 리본 등등 다양한 소재들이 준비되어 있어 즐겁게 놀다 갈수 있다.


시각적인 것만이 전통와 모던함을 조화시킬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광장에서 들려오는 브레이브하트에 나온듯한 스코트랜드의 전통 음악소리,그것에 가미된 현대적인 리듬의 드럼 소리...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을 멈춰세웠다.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의 그들의 역동적인 리듬에, 움직임에 감동되었다. 자신들의 전통을 현재의 것과 융합시키려는 조화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 이들의 공연... 스코틀랜드 체크 치마도 저렇게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근육질의 멋진 남자들의 신나는 공연... 에딘버러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느 여행이나 그렇지만 도시 기행은 특별히 더 그런것 같다.
유명한 곳을 많이 보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자기식대로 느끼고 맛보고 표현해 보는 것! 특히나 다양함이 가득한 곳 에딘버러는 형식을 벗어난 나만의 여행을 시도해 보기에 완벽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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