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현 | 2007-05-22
춥고 길었던 겨울 탓일까 금새 푸르게 변해버린 나무들과 싱그러운 초여름의 냄새가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지금, 짧은 민소매와 플립플랍, 그리고 썬글라스 차림의 사람들로 맨하탄의 거리는 벌써 뜨겁다. 초여름의 햇살과 청명한 바람, 그리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 뉴욕이 라는 곳은 또 한번 디자이너들을 유혹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5월 19일에 시작되는 ICFF (International Contemporary Furniture Fair)를 시작으로 디자이너들에게 흥분과 볼거리를 선사 할 ‘뉴욕 디자인 위크 2007(New York Design Week 2007)’을 앞두고 여러 디자인 대학/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의 졸업작품 전시회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마치 ‘뉴욕 디자인 위크’의 전야제처럼 느껴졌던 ‘Pratt’, ‘NYU’의 졸업전시회와 ‘SVA’ 몇몇 학생들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뉴욕의 흥분을 살짝 전해 보도록 하겠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학생들의 작품 하나하나에 그 시대의 트렌드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학교를 불문하고 논문의 주제나 디자인의 접근 방식 등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드러났다. 그 만큼 대부분의 학생들은 주제의 선택과 문제를 해결하는 총괄적인 디자인프로세스에 있어서 트렌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NYU ITP 학과의 작품들을 보면(학교의 커리큘럼에 의한 영향인지는 몰라도) 많은 작업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서스테인어블 디자인(sustainalbe design)에 초점을 두고 있었고 또 모바일과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 - 인간과 모바일과의 인터랙션에 대한 공통적인 주제도 눈에 많이 띄었다. 서스테인어블 디자인에 대한 작업들이 깊은 고찰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얻어진 결과물들이 아니라 너무나도 1차적인 이해와 접근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한 컨셉, 완성도 높은 문제해결과정과 결과물들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ZOONORI' by Joo Youn Paek (Thesis)
http://itp.nyu.edu/show/spring2007/detail.php?project_id=1309
‘NYU ITP THESIS SHOW’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의 발길을 머무르게 했던 작품 중의 하나인 'zoonori'는 종이접기를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로 이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접기 형태로 인해 생기게 되는 각기 다른 종이표면의 접촉은 종이에 부착된 센서에 의해 인지되어 각기 다른 음계들을 연주하게 한다. 서너 명이 함께 모여 앉아 각기 다른 종이접기놀이를 한다고 상상해보자. 종이접기라는 창조활동에 연계되어 생겨나는 또 다른 창조활동은 그룹이나 개인과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을 증진 시키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zoonori'에 대한 설명이다. |
'TruthTeller' by Eugene Ahn, James Daher (Living Art, Mechanisms and Things That Move)
http://itp.nyu.edu/show/spring2007/detail.php?project_id=1471
'Truth Teller'는 'Living Art'라는 수업을 통해 진행된 작업물 중의 하나로 슬롯머신의 메카니즘을 그대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손잡이를 잡아 당기면 네 개의 바퀴가 회전하다 멈추면서 네 개의 다른 단어들을 보여주고, 그로 인해 조합된 단어들은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된다. 각각의 바퀴는 24개의 다른 단어들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문장이 디스플레이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Affection' by YouJeong Paik, Ji-Sun Lee, Benjamin Chao
http://itp.nyu.edu/show/spring2007/detail.php?project_id=1495
'Affection'역시'Living Art'라는 수업을 통해 진행된 프로젝트의 하나로 쉽게 말하면 인터랙티브 플랜트(Interactive Plant)라 할 수 있겠다. 사용자는 살아 있는 식물처럼 적절한 애정을 쏟아 주어야 한다. 과해서도 안되고 모자라서도 안 된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식물은 빛과 소리의 정도를 통해 그것이 적당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사람이 멀리서 식물에 가깝게 접근하면 식물은 더 밝은 빛을 내고 빠른 템포의 소리를 내며 반응한다.
1. 'SonicTopology' by Zach Layton, Jeff A Sable
http://itp.nyu.edu/show/spring2007/detail.php?project_id=1019
2. 'Airtime' -Your phone is powerful by C. Paretti.
http://itp.nyu.edu/show/spring2007/detail.php?project_id=1246
'Social Bomb' by Adam Simon, Scott Varland, Michael Dory
http://itp.nyu.edu/show/spring2007/detail.php?project_id=1484
작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 http://itp.nyu.edu/show/spring2007/results.php?sortby=title
‘NYU의 SPRING SHOW’가 다양한 아이디어와 테크놀러지가 결합된 작업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작동해보는 체험관 같은 느낌의 전시였다면 ‘PRATT’의 졸업 전시회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갤러리 같은 느낌의 전시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학부와 대학원 학생들의 풍성한 작업물들은 찬찬히 하나씩 둘러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들 정도로 굉장히 많은 수의 작업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반적인 제품디자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문제점들을 풀어나가는 접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컨셉이나 미적인 가치에 무게를 두기 보다는 바로 마켓에서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의 실용적인 작품들이 대다 수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장난감 수납과 책상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가구 디자인, 스태킹(Stacking)이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된 접시, 쓰고 남은 비닐봉투를 손쉽게 쓰레기 봉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려한 쓰레기통 디자인 등등... 별것 아니지만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엿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 해주었던 작품들은 단연 일러스트를 전공 학부생들의 개성이 넘치는 그림들이었다. 학생의 드로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독특한 그림체와 스토리 텔링 그리고 크리에이티브가 가득 담긴 다양한 표현방법들이 탄성을 자아나게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 신선한 자극제가 필요하다고?
그렇다면 가까운 디자인 대학의 졸업전시회를 둘러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패기 넘치는 갇혀있지 않은 학생들의 작품들이 때로는 좋은 영감을 가져다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음 시간에는 ICFF와 뉴욕 디자인 위크의 생생한 현장들과 함께 FIT와 SVA의 졸업작품들을 더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