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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선을 긋다

2009-11-23


‘얼굴에 선을 긋다’는 2009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에서 제품디자인 부문 ‘Honorable Mention’을 수상한 디자이너 황순찬의 작업실 겸 안경점 이름이다. ‘손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그의 안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성품과는 다른 삐뚤 빼뚤한 선과 오묘한 색상이 매력적이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황순찬은 안경을 통해 사람들에게 ‘손으로 만드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고 싶다는 바램을 전했다.

에디터 │ 이지영(jylee@jungle.co.kr)

도금이나 착색한 금속이 아니라 고품질의 티타늄으로 만들어졌다. 그 흔한 용접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안경 다리가 접히지 않는 제품도 있다. 커서 흘러 내린다거나 꽉 조여서 답답한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모두 금속공예가 황순찬의 수제안경, ‘얼굴에 선을 긋다(www.studio-soon.com)’에 대한 얘기다. 그리, 어리마리, 수리수리, 뾰두라지 등 직접 지은 제품의 이름마저 저마다 독특하고 예쁘다. 렌즈는 의료기기라 어쩔 수 없대도 안경테만큼은 평생 애프터 서비스를 보장하는 ‘얼굴에 선을 긋다’의 수제안경을 눈 크게 뜨고 찬찬히 살펴 보았다.

하나
이 ‘작품’은 이름 그대로 하나의 가느다란 선으로 이뤄졌다. 2009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으로 지금의 황순찬과 ‘얼굴에 선을 긋다’를 있게 한 일등공신이라 가장 애착이 가는 안경이다. 게다가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안경 다리가 접히지 않는 실용적이지 못한 디자인으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누누이 설명해도 많이들 구입해갔다. 매우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디자인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다.

그리
친구들과 MT를 가서 마카로 얼굴에 낙서를 하며 장난을 쳤는데, 그 때 문득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게 되었다. 정말로 ‘얼굴에 선을 긋다’보니 탄생한 제품인 것이다. 보면 볼수록 펜으로 쓱쓱 그린 듯, 자연스럽게 강약이 조절된 테의 굵기가 재미있다. 주로 공예, 사진, 미술, 의상 등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아무래도 ‘스타일리시’한 것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과감한 디자인이다.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구, 얼만 전에는 고1 학생이 구입해 가기도 했다.

어리마리
어리마리는 ‘잠이 든 둥 만 둥 하여 정신이 흐릿한 모양’을 가리키는 형용사다. 디자인을 구상할 때에도 막 잠에서 깬 듯한 얼굴을 떠올렸다. 어쩐지 약간 멍청해서 실수를 많이 할 것 같은 캐릭터가 연상된다. 항상 안경을 착용한 모습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고민한다는 황순찬. 인터뷰 당시 그가 직접 착용하고 있던 이 안경은 사실 가볍고 튼튼한, 매우 똑똑한 제품이다.



나는 해 지우다
‘나는’은 주어인 ‘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다’에서 온 것이다. 이 제품은 비행기 조종사들이 쓰는 것 같은 ‘보잉 선글라스’이기 때문이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글라스는 생각보다 만들기가 쉬운 편이어서 ‘길거리 표’처럼 조악한 제품도 많다. 만약 ‘나는 해 지우다’로 디자인을 결정하고 주문하면, 꼬박 하루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려야 제품이 완성된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선글라스를 기다리는 데 그리 긴 시간은 아닌 것 같다.

뾰두라지
‘옥의 티’처럼 뾰족하게 튀어 나온 것. ‘뾰두라지’는 원래 그런 부스럼 따위를 가리키는 약간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이지만 ‘얼굴에 선을 긋다’에서는 장식이 들어간 안경의 이름이다. 이 안경은 큐빅 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약 300개 정도 손으로 일일이 붙여서 만든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가 특별히 주문하여 제작했는데, 장식이 볼록 튀어나온 듯도 하고 왠지 튀어 보이기도 해서 이름과 착용모습 둘 다 매우 잘 어울린다.

이 밖에도 ‘얼굴에 선을 긋다’에는 잘 안보이던 것이 잘 보이게 되는 마술 같은 순간에서 착안한 돋보기 안경 ‘수리수리’, 코걸이 부분이 독특한 고전적인 느낌의 안경 ‘옛’, 제품을 디자인할 당시의 상황이 이름에 녹아있는 ‘멀어지다’ 등 다양한 제품이 있다.

최근 ‘서울 패션 위크’와 ‘동경국제광학전(IOFT)’에도 참여한 황순찬의 수제안경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꽤 좋은 편이다. 앞으로는 티타늄뿐만 아니라 ‘물소 뿔’처럼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안경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지금 하는 일이 즐겁고 만족스럽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손 맛’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황순찬이 만드는 수제안경에서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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