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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리뷰

팝아트 재활용 디자인

2012-04-06


2010년 개봉한 영화 섹스앤더시티2(sex and the city2)에 재활용 디자인 가방이 등장했다. 메가(The Mega)라는 이름의 가방으로 영화 속 등장하는 수많은 신상들 사이에 당당하게 그 이름을 올렸다. 뉴요커의 핫한 스타일 교과서로 유명한 이 영화는 전 세계 여성들의 시선이 집중된 만큼 주인공들이 착용하는 의상 및 악세사리에 관련된 예산만 $10,000,000 (1천만불, 약 12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끊임 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패션계와 그들의 베스트프렌드 칙릿(chick lit) 영화에 우뚝 나타난 슬로우 라이프의 대명사 재활용 가방!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에디터 | 차고운 객원기자(caligoun@gmail.com)
사진제공 | ecoist(www.ecoist.com)

윤리적 패션, 그린디자인, 환경 친화적 디자인, 에코라이프 프로덕트 등의 단어들은 이제 대중에게 낯설지 않다. 정확한 의미는 조금씩 다를지언정 방향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표는 한가지, 사람들과 지구에 좋고 유용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조금씩의 입장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 디자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영세한 시장 상황과 사람들의 선입견으로 인해 그 비전을 펼쳐나가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헌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재활용 디자인이 제값을 받기에는 아직 무리라서 그런 것일까? 그런 면에서 2010년 가장 핫한 패션의 정점을 찍은 영화 섹스앤더시티2(sex and the city2)에 재활용 디자인의 가방이 등장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제품인가? 이것은 에코이스트(ecoist)라는 회사의 실버(silver)라인의 상품으로 메가(The Mega)라는 이름을 가졌다. 이 상품이 가진 실버 컬러는 메탈릭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가지고 있는데, 상품의 소재는 놀랍게도 재활용된 사탕 봉지라고 한다. 많은 사탕 봉지가 실버 컬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기억이 날 것이다. 사탕 봉지를 하나하나 접어 엮어서 만들어진 가방, 파우치, 팔찌 등의 제품이 에코이스트의 실버 라인을 이룬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가방이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일리쉬한 영화에 ‘두둥~’하고 등장한 것이다. 제품을 언뜻 봐서는 사탕 봉지로 만들어졌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고급스러운 실버 메탈릭 재질로 꼼꼼하게 만들어진 것은 물론이며, 그 디자인 역시 유니크하면서도 핫하다. 뉴욕의 패셔니스타가 들고 다녀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말이다. 보기 좋아서 들었는데, 알고 봤더니 윤리적 패션이라니 이 얼마나 듣기 좋은 이야기인가!

에코이스트는 재활용 디자인 회사이다. 버려지는 잘못 인쇄된 제품의 포장지나 패키징을 수거하여 핸드백과 그 외의 악세사리로 만들어낸다. 이들이 사용하는 포장지의 제품들은 전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도 많다. 코카콜라(Coca-Cola), 디즈니(Disney), 아베다(Aveda), 트윅스(Twix), 엠엔엠(M&M), 도브(Dove) 등 다양한 업체와 제휴하여 폐기물을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내고 있다. 포장지 외에도 일반적으로 많이 버려지는 잡지, 신문지 등도 같은 방식으로 가공하여 사용한다. 에코이스트가 현재까지 재활용한 종이만 해도 4,000만 장이 넘는다고 한다.

사실 에코이스트 디자인의 컨셉 자체가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미 다양한 나라에서 이름 없는 수많은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져 온 가방의 스타일을 에코이스트가 사업의 형태로 발전시킨 것 뿐이다. 에코이스트의 창립자는 조나단 마르코샤머(Jonathan Marcoschamer), 야이르 마르코샤머(Yair Marcoschamer), 헬렌 마르코샤머(Helen Marcoschamer), 이렇게 세 명으로 한 가족이다. 2004년 멕시코로 가족여행을 떠난 중에 이 재미있는 재활용 디자인 회사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멕시코 거리 시장에서 발견한 환상적인 디자인의 가방에 마음이 팔린 이들은 마이애미(Miami)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시장에서 이들이 보았던 디자인은 모두 그 지역의 주민들이 쓰레기와, 포대, 패키징 등을 주워다 엮어 만든 가방들이었다.

멕시코 장인들의 솜씨를 눈 여겨 봤던 그들은 숨어있는 장인들의 솜씨를 사업에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그들의 꿈은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실현이 된다. 2009년 페루에 작업장을 마련한 에코이스트는 최소한의 임금이 아닌 즐겨 일할 수 있는 적절한 댓가를 주며 40여명의 장인들을 고용한 것이다. 그들의 제품은 재료에서부터(잘못 인쇄된 사탕 포장지 등) 만들어지는 과정(공정무역)까지 환경 친화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에코이스트는 재료의 선택에 있어서 꾸준히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특히 코카콜라, 엠엔엠 등의 포장지로 만든 디자인들은 미국의 팝아트를 떠올리게 한다. 팝아트는 1950년대 특히 미국에서 발전한 미술 사조로 매스미디어와 광고 등 대중문화적 시각 이미지를 예술에 활용한 미술의 경향을 뜻한다. 에코이스트의 상품들을 보면 전세계에서도 특히 대중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실정에 맞게 재활용 디자인도 팝아트적으로 풀어내지 않았나 싶다.

이외에도 에코이스트가 환경친화적으로 생각해낸 사업 아이디어는 나무심기이다. 가방이 하나 팔릴 때 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정책을 세운 것이다. 가방을 만드는 재료들의 원천이 나무들이므로 결국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현재까지 에코이스트가 심은 나무만 해도 십 만 그루가 넘으며, 지금도 아이티, 인도, 우간다 등의 나라에 계속해서 나무를 심어가고 있다.

여행 중 발견한 작은 아이디어이지만 이들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공하고 사업의 영역으로 확장해낸 에코이스트의 지난 발걸음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미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재활용 디자인을 팝아트적으로 풀어낸 그들에 아이디어와 패션계와 영화계의 문을 두드려 친환경 디자인의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점에 다시 한번 칭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재활용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에코이스트.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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