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3
이제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대세이다. 단순히 자원을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보다 효율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면서 자원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업사이클링의 기본 개념이다. 그냥 저냥 재활용된 재료들을 사용해 이루어지는 리디자인의 형태를 넘어서서 재사용되었을 때 그 전보다 더욱 아름답고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업사이클링의 형태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디터 | 차고운 객원기자(caligoun@gmail.com)
사진제공 | freitag
작년 12월 말 스위스의 작은 도시 랑엔탈에서 열린 ‘2011 디자인 프라이스’에서 대상을 받은 디자인 기업은 프라이탁(freitag)이다. ‘디자인 프라이스’는 2년마다 개최되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디자인 공모전으로 11회째를 맞은 작년 공모전의 키워드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최근 산업 다방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로서 디자인 업계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분야 중 하나이다. 이 ‘지속 가능한’을 테마로 하는 디자인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은 프라이탁은 1993년부터 폐기물을 재활용해 가방으로 디자인해 온 기업이다. 1997년부터 프라이탁이 수상한 디자인 관련 어워드만 해도 10여개가 넘으며, 몇몇 모델은 뉴욕의 모마(MoMA) 뮤지엄의 컬렉션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프라이탁의 상품은 디자인 업계와 대중의 인정을 고루 받으며 단순한 재활용 디자인을 넘어선 명품이라 인정받고 있다.
프라이탁은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선두주자다. 트럭의 천막으로 사용되는 타폴린 소재를 수거하여 튼튼하면서도 뛰어난 디자인의 제품으로 만들어 낸다. 재활용 제품은 일부 마니아들에 의해 조용히 들려진다는 기존의 공식을 무너뜨리고 프라이탁은 환경에 대한 의식이 있으면서도 패션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재활용 기업의 편견을 깨고 패션 제품으로 성공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개성 있는 재료와 디자인, 철저한 공정 과정, 브랜드 마케팅 등 프라이탁의 성공 포인트를 살펴보도록 하자.
개성 있는 재료와 디자인
프라이탁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방수천의 일종으로 타폴린이라는 소재이다. 타폴린이란 “타르로 뒤덮인 것”이라는 뜻으로 타르 칠한 방수천을 일컫는다. 프라이탁의 설립자는 마커스 프라이탁(Markus Freitag)과 다니엘 프라이탁(Daniel Freitag) 형제다. 이들 형제가 거주하는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자전거가 주 이동 수단으로 이용되는데 비가 올 때 그들의 가방이 쉽게 젖어 버리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방수가 잘 되고 튼튼한 가방 소재를 찾던 중 두 형제의 눈에 들어온 소재가 트럭의 방수 천막인 타폴린이었다. 오래된 트럭의 타폴린 천을 잘라내어 메신저 백으로 제작한 것이 프라이탁의 첫걸음이 되었다.
매년 390톤 이상의 트럭 타폴린 외에도 자전거에 사용되는 이너튜브, 자동차 안전벨트와 에어백 등을 수거하여 가방의 재료로 사용한다. 스위스에서 수거되는 만큼 폐기물일지라도 그 퀄리티는 좋은 편이다. 다양한 컬러와 레이아웃의 스위스 그래픽이 프린트된 트럭 천막은 그 세월의 흔적이 더해져 뛰어난 디자인 재료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수집된 재료를 어떻게 자르고 사용하는지, 또 어떤 사용감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모든 상품은 리미티드 아이템의 특별한 단 하나의 상품이 되니 그 가치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프라이탁의 성공을 발판으로 다양한 나라의 기업들이 재활용된 타폴린 현수막을 소재로 가방 및 악세사리를 만들게 되었다.
프라이탁 제품에는 크게 두 가지 라인이 있다. 디자인적인 요소로 양분되는데 첫 번째 라인은 펀더멘탈즈(FUNDAMENTALS), 그리고 두번째 라인은 레퍼런스(REFERENCE)이다. 펀더멘탈즈 라인은 이름 그대로 기본 베이직 한 디자인 라인을 이루며 프라이탁 초창기부터 시작된 모델을 비롯, 일반적으로 프라이탁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디자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레퍼런스 제품은 2004년 부터 새로이 시작된 라인으로 패션 명품 디자인처럼 시즌별로 디자인된다. 레트로, 빈티지의 키워드를 담고 있으며 펀더멘탈즈 라인에서 보이는 랜덤한 패턴이 보이지 않고 한 가지 컬러로 디자인 되는 것이 특징이다. 레퍼런스 라인 역시 재활용 된 트럭의 타폴린을 소재로 하며 플랫하고 깨끗한 부분만을 패턴으로 제작하여 좀 더 완성도 높은 공정이 들어가는 편이다.
철저한 공정 과정
취리히 북쪽에 자리잡은 프라이탁공장은 이들의 이념을 실현해 주는 곳이다. 기업의 특성에 맞게 공장에는 손으로 세탁할 수 있는 공간(수거된 폐기물들), 커팅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패키징과 보관할 수 있는 곳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네 가지 작업은 반드시 취리히의 공장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한다. 제품의 가장 중요한 재료를 선별하고 보관, 포장하는 작업들이 프라이탁 기업의 아이덴티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프라이탁 공장에서는 꼭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철저한 상업주의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재활용 기업답게 하나하나 소재를 수거하고 꼼꼼하게 만들어 내는 과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프라이탁 제품 제작 과정의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되는 프로세스로 반드시 취리히 공장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 원칙은 제품을 위해 계속해서 실험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고객들에게 낯선 디자인이라 할지라도 실험정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마케팅
프라이탁 형제는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특기를 고스란히 프라이탁 브랜드에 쏟아 부었다. 트럭 현수막 한 장이 있더라도 어떻게 잘라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품이 될 것인데, 색깔과 요소가 잘 배합될 수 있도록 패턴을 잘라내는 그들의 능력이 제품의 뛰어난 그래픽 감각에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광고 방식도 독특하다. 특별히 신문 잡지에 광고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에서 선호 할만한 퀄리티 높은 그들의 현장 사진, 제품 사진, 스토어 사진들을 웹사이트에 전시해 놓아 그들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알려지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주는 고급스러운 사용 설명서에서는 알기 쉬운 설명과 이미지, 위트가 깔끔한 편집 디자인을 통해 수록되어 있다.
전 세계에 400개 넘는 스토어를 가지고 있는 프라이탁은 각 매장에서도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 화이트 컬러의 서랍과 같은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전세계 거의 모든 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 형태는 독특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한다. 특히 취리히에 있는 스토어는 그 특별한 외관 덕분에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2006년에 세워진 취리히 플래그쉽 스토어는 19개의 컨테이너로 이루어져 있으며 높이는 26미터에 이른다. 컨테이너들은 물론 재활용하여 깨끗이 손질한 후 사용되었다. 재활용 디자인 상품으로만 4개층에서 판매 중이며 각각의 상품이 1600여개에 이르니 그 거대한 규모에 놀랄만 하다.
프라이탁은 우리나라에도 꽤 많이 알려져 있는 재활용 디자인 브랜드이다. 현재 서울에 몇 편집숍 입점되어 있으며 이태원 mmmg 매장의 경우는 2층 전체가 프라이탁 제품으로 진열되어 있다. 재활용 디자인 업체의 선두주자 프라이탁의 제품을 직접 가서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프라이탁
http://www.freitag.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