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0
올 1월 조명, 인테리어, 생활용품 분야의 실무 디자이너 15명이 이탈리아의 디자인 조명 회사 FLOS를 찾았다. 실무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식경제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이태리 조명 디자인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본 기사는 ‘Wall Lamp Design: Low Consumption’이라는 주제 아래 일주일 간 진행된 워크숍 보고서에서 발췌했다.
기사제공 | 디자인DB(www.designdb.com)
빛의 새로운 가치를 디자인하는 FLOS
워크숍의 첫 문은 이탈리아의 대표 조명 기업 FLOS 답사로 시작되었다. FLOS는 1962년 설립 이후 50여 년 동안 수많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감성을 담은 조명으로, 독특한 외형과 최고의 품질로 사랑받아온 조명업계의 리더이다. 첫 워크숍을 위해 모인 곳은 FLOS의 반세기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아이디어 회의실로 그곳은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필립 스탁, 제스퍼 모리슨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해외 산업디자인 거장들이 모여 새로운 조명 디자인을 완성했던 곳이다. 그 뜻 깊은 자리에서 FLOS의 대표 삐에르 간디니(Piero Gandini)와 R&D 담당 프란체스코 로드리게스(Francesco Rodriguez)로부터 기업 성장 히스토리, 브랜드 이미지 구축 과정,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기업 마케팅 전략을 들을 수 있었다. 강의 내내 미소 가득한 얼굴로 FLOS를 소개하는 대표의 모습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디자이너 없는 최고의 조명 디자인 회사
FLOS는 연구소 내에 디자이너가 없다. 모든 디자인은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FLOS는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 디자인을 개발하고, 거기에 FLOS만의 기술을 더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왔다. 디자인 아웃소싱을 통하여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다. FLOS의 R&D 책임자 프란체스코 로드리게스는 우리에게 FLOS의 기술진과 외부 디자이너들이 어떤 방법으로 조명 디자인을 현실화하는가를 보여 주었다.
FLOS의 프로젝트 운영 체계 및 방법
1. 외부 디자이너의 디자인 수렴 - Prototype, Rendering Image, Sketch 중 디자이너가 원하는 방법으로 디자인을 제출
2. FLOS 내부적으로 기술적 한계 검토
3. 세부 사항 결정을 위한 Prototype 제작 및 디자이너와 협의
4. 온도에 의한 영향, 재질의 문제 등이 해결될 경우 설계 및 양산
이런 과정을 통하여 FLOS는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 자신들의 철학이 담긴 제품을 만든다. 특히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디자이너의 배경이나 현재의 위치와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그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다는 데 있다. FLOS는 디자인을 제품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기술팀과 디자이너가 서로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디자이너들이 얻은 영감과 형상을 개발자 모두가 공감하여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그들의 장인정신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본받아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빛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FLOS의 철학
매년 수백 명의 디자이너가 FLOS와 일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보내 온다. 그 수많은 아이디어 속에서 선택되기 위해서는 특별해야 한다. 단순한 아름다움을 위한 조명이 아닌 인간의 마음을 끄는 매력적인 빛이어야 하고,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결합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간을 밝히는 단순한 빛이기보다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명을 연결하는 빛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는 것, 그것이 FLOS의 기업철학이다.
프란체스코 로드리게스는 그 예로 한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개했다. 유리병에 꽃을 꽂으면 줄기의 물을 통해 전류가 흘러 유리 자체가 조명이 되고, 꽃이 시들면 빛도 사라지는 조명이었다. 자연의 원리를 창조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실제로 제품화되어 EURO LUCE에 출품될 예정이다.
이처럼 FLOS는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존중하려는 강한 신념과 제품 개발에 있어서의 장인정신, 유리와 석고, 세라믹,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의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는 도전 정신, 설치 장소에 부합되는 다양한 색상 표현, 설치 후에도 깔끔한 마감처리 기술을 적용하는 것까지 단순한 조명제품이 아닌 소비자에게 오브제와 같은 빛의 감성을 전해주고 있다. 이러한 점이 FLOS가 40~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한 이유다.
기본에 충실하고 End-User를 고려한 디자인
삐에르 간디니는 마지막으로 우리들에게 한 가지를 당부하였다. 그것은 바로 end-user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리서치를 통해 트렌드를 미리 예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명의 기본적인 기능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디자인을 배우면서 수없이 들었던 이 말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FLOS의 답사는 실제 디자인을 수렴하고 개발하는 이들과 이야기함으로써 앞으로 국내에도 디자인의 차별화를 위해 외부 디자이너와 작업 시 기준이 될 프로세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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