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15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역사에서 정보를 전하는 디자인의 요령들은 점점 단순화되고 간략화된 그래픽으로 표현되곤 한다. 요즘 인터넷과 모바일 등의 디지털미디어에서 좀 더 작고 단순하며 효과적인 그래픽으로 '아이콘'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상식적이며 대중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이미 '아이콘 그래픽'은 TV CF나 영상물에서도 하나의 유행하는 스타일처럼 쓰일 정도로 우리들에게 너무나 친숙하게 된 나머지 디자이너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모든 디자인에 아이콘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사용하게 되었다.
폰트로 제작되어 필요에 따라 쉽게 그래픽정보를 생산하는가 하면 다른 디자인 제작물에서 쉽게 아이콘과 심볼그래픽을 복제해와 무단으로 사용하기까지 디자이너들은 보다 쉽고 빠른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의 퀄리티(?)를 쉽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콘과 같은 그래픽들의 시작은 언어의 구분없이 국제적으로 사용되고 이해되는 '픽토그램(pictogram)','아이소타잎(isotype)' 같은 도식화된 그래픽 심볼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도로 교통표지판이나 공항같은 공공시설에서 볼 수 있는 간판들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픽토그램같은 도식화된 그래픽들을 아무 고민없이 사용하고 복제하고 아이콘에 응용하면서 사실 그 픽토그램의 정보디자인으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않게 되는데 그 이유는
너무 흔해서일 수도 있고, 너무 쉽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쉬울까? 그리고 그 많고 많은 픽토그램들이 전부 같을 모양일까?
여기 소개하는 몇개의 사이트들은 공공 사인물의 픽토그램들에 대해 좋은 자료와 함께 문화적인 이슈,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사이트들이다.
http://www.korea-np.co.jp/pk/106th_issue/99080401.htm
일본과 미국의 픽토그램을 보았다면 그럼 북한의 픽토그램 디자인은 어떨까?
역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공 사인디자인의 대표인 도로교통 표지판.
이 사이트는 일본에서 조총련이 운영하고 있는 북한소개 사이트이며 그 중의 일부 페이지이다.
문화, 정치적인 이슈와 여러가지 홍보용 기사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사이트 중
'Road Signs of DPRK' 페이지는 북한의 현재 사용되고 있는 도로교통표지판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픽의 수준과 표현형식이 세련되지 못함은 당연하여 특별한 것은 없지만 눈여겨 볼 것은 그 설명에 있다.
알다시피 북한은 영어와 한문 사용을 자제하고 모든 표현을 우리말로 표현한다.
그래서 교통표지판의 설명을 보고 있자면 인상깊고 독특한 낯선 설명들에 감탄과 놀라움,
묘한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Stop' 을 '섯' 으로,
'U-turn' 의 설명을 '돌아갈 수 있다'로 표현한 것을 보며 힘있는 그래픽 기호와 직설적이며 철학적인 copy가 어우러져 뭔가 강렬한 메세지를 전하는 포스터링의 하나로 해석한다면 너무 과잉 해석이 될까?
http://www.ecomo.or.jp/symbols/symbol_index2.html
이 사이트는 2001년 6월 1일 일본사인디자인협회(SDA) 총회 및 심포지움을 통해 총 125종의 '표준안내용 픽토그램'을 발표했던 리디자인된 픽토그램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사이트이다.
"표준안내용 픽토그램"은 2002년 월드컵 개최에 맞추어 1999년 4월에 교통에코로지모빌리티재단을 사무국으로 하여, 2000년 2월부터 일본사인디자인협회에서 픽토그램의 리디자인을 담당하여 125종을 개발한 것인데 이 픽토그램은 앞으로 일본공업규격화(JIS), 국제표준화(IS)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직접 디자인을 담당했던 나카가와(中川憲造:NDC Graphics대표)씨의 설명에 의하면, 이 안의 특징은 필요없는 부분이 없는 정말 단순한 형태로, 인물에는 살아있는듯한 표정을 주고 현대적이며 세련되고 독창적으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다리부분을 뾰족할 정도로 반듯하게하여 멀리서도 알아보기 쉽게 했으며, 테두리를 없애거나 배경을 두고 흰색으로 표현을 해도 인상이 변하지 않는 등 종래의 것보다는 훨씬 사용하기 편하게 했다. 화장실 픽토그램에서 여자의 표현은 지금까지의 어린이같은 실루엣에서 어른인 여자로 성장했다. 상당히 모던해졌으며 지금까지 정착해온 AIGA의 픽토그램에서도 무리없이 이어질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 픽토그램은 누구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원래 저작권이 있는 픽토그램(예:장애인 픽토그램)들은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http://www.nyc.gov/html/dot/html/signs/design.html
왼쪽부터 남녀 화장실 표시이며, 숙박시설의 표현에 있어서는 병원의 표시와의 혼돈을 피하기 위하여 램프를 곁들여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곳이라는 표현을 하였고, 휴지를 버리는 곳은 사람이 허리를 굽힘으로서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표현하였다.
일본의 경우 영국에서 쓰고 있는 픽토그램을 표준으로 사용하는 반면, 우리는 미국식 픽토그램을 채택해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픽토그램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http://mutcd.fhwa.dot.gov/ser-shs_millennium_eng.htm
뉴욕시에 관한 포탈사이트 중 '교통' 페이지의 디자인섹션. 위트있고 짓궂은 사인보드의 구매는 물론, 맞춤형 사인디자인도 가능하다. 역시 뉴욕!
http://www.standard.go.kr/standard_search/picto.asp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리나라 규격 픽토그램 정보들.
필자 약력.
한명수 (bright@fid.co.kr, www.extra-project.com)
홍익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과 졸업
현,(주)에프아이디 이사/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CO)
웹진
한.일 그래픽교류전 [ACTIVE WIRE]展 참여(2001 05)
올해의 웹디자이너(디자인정글, 2001)
올해의 웹아트디렉터(월간 웹디자인, 2001)
디자인그룹 '진달래(www.j-d-r.com)'의 멤버
주요 프로젝트 : 안그라픽스(www.ag.co.kr),삼성문화재단(www.sfoc.org),네이트(www.nate.com),
보티첼리(www.botticelli.co.kr), 일러스트레이터 이성표(www.leesungpyo.com) 나이키(www.nike.co.kr) 등
도로교통표지판 디자인 메뉴얼(Manual on Uniform Traffic Control Devices(MUTCD))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특별히 그 분야에 관련이 있지 않다면 거의 없을 듯 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건널목 표시의 사람모양이나 '주차금지' 의 그래픽, 타이포그래피에 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는 사이트가 있다.
와우!
미국 교통부(Department of Transportation)의 연방 고속도로 위원회(?) 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
사이트에 가면 [Standanrd Highway Signs - 2002 Edition, English Version] 이란 책에 대한 페이지가 있다. 여기에는 표지부터 책 내용을 모두 PDF로 볼 수 있게 해놓았는데 목차PDF를 보면 무척 상세하고 꼼꼼한 분류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처음보는 교통표지판은 물론 여러가지 사인디자인의 규칙과 시스템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니 사인픽토그램의 백과사전을 보는듯하다.
공공 사인물의 디자인 규격과 완성도가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을수록 환경디자인은 물론 정보디자인의 수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나라의 문화적인 아이콘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