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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2006년 12월, 이방인의 마음으로 ‘명동’을 접수하다.

2006-12-26


2006년도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5일 남짓.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시간의 무게(?)는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하지만,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새로 맞는 이 절묘한 ‘타이밍’에 많은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진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더없이 화려한 옷으로 갈아 입은 쇼핑거리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은 인파로 가득하다.
이국적인 타이포와 가장 한국적인 타이포가 넘쳐나는 곳, 서울에 오는 관광객은 한번쯤은 거쳐가는 곳,
바로 쇼핑의 메카 ‘명동’.
마치 해외의 유명지를 걷는 느낌으로 명동의 타이포그라피를 앵글 속에 담아 본다.

취재 | 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해외여행을 하는 현대인들의 필수품은 아마 ‘디지털 카메라’일 것이다. 자신이 그 곳에 왔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는 과거의 낙서는 이제 더 이상 의미를 주지 못한다.
내가 다녀갔던 그 공간마저도 가져가야 직성이 풀리는 현대인들.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마냥 정신 없이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그런데 ‘명동’에서 간판이며 샵이며 사람들이며 할 것 없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는 내 모습은 마치 관광차 한국에 온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비춰질 것이다.

그래, 난 이제 이방인이다.
국적은 물음표라고 해두자.

난 이제 ‘명동’을 담아 본다.
2006년 12월 어느 날.
명동은 나에게 가장 이국적인 장소가 된다.

90년대 말 IMF 이후 도시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사치스러움을 다소 벗었지만, 그래도 매년 이맘때쯤이면 쇼윈도우의 크리마스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끈다.
그리고 그 거리를 걷다 보면 크리스마스가 왔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명동의 크리스마스는 어떤 모습일까.
이방인은 한국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일 테니 모든 것들이 다 신기한 볼거리일 것이다.


각각의 샵들은 브랜드 컨셉에 맞게 다양한 크리스마스 디스플레이를 선보인다. 브랜드 로고 또한 크리스마스 장식의 가장 큰 포인트이자 시선을 끄는 타이포그라피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가장 빠지지 않는 타이포는 바로 “Christmas” !

명동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은 바로 한글과 함께 일어와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표기가 함께 된 간판일 것이다. 이방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인 만큼 그들을 유혹하는 국적 다양한 타이포의 향연은 명동을 다국적 거리로 만들어 간다.

명동은 이방인이 많이 찾는 명소이지만 그래서 이방인을 위한 언어도 존재하지만, 잊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 바로 우리 향토 음식점들.
세계인을 사로잡는 한국의 맛! 그 맛을 이방인들에게 전한다.

1898년에 완공된 한국 카톨릭을 대표하는, 최초의 본당(本堂)인 명동성당. 1977년 사적 258호로 지정, 각종 집회로 얼룩진 항거의 장소로도 숱하게 이용되어 왔지만 무엇보다 ‘낮은 곳으로 향하는’ 천주교의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는 자유의 성지이다.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뾰족탑의 고딕양식은 이방인들의 눈에 띄는 건축물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간판으로 숲을 이룬 명동. 지나칠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찬 명동은 활자의 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 속에 들어오는 수십여 개의 간판은 명동을 거니는 동안 수없이 반복된다.
이방인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수없이 쏟아지는 한글 간판이 이 곳이 ‘한국’임을 느끼게 할 것이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그 나라 언어로 쓰여진 간판을 보고 이곳이 낯선 땅임을 느끼듯이
그네들도 우리네 땅, ‘명동’에서 묘한 이질적인 느낌과 충만한 호기심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명동은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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