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5
조잡스러운 포장, 삼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장미 한 송이만큼 낭만적인 선물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다가도 무언가 축하할 일이 생기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꽃이다. 별다른 치장 없어도 마음을 주고받는데 단단히 한 몫을 하는 꽃이지만 막상 찾으려면 쉽지 않은 것이 꽃집을 찾는 일이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꽃집은 늘 꽃집이 아닌 것처럼 길가에 서 있다. 건물 입구에 경비실처럼 자그맣게 자리잡고 있기도 하고, 카페 옆에 카페처럼 앉아있기도 하고, 식당 옆에 식당처럼 서 있기도 하다. 큼지막한 간판을 내걸고 있어도 한 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 건 꽃집 특유의 둔갑술 때문이다.
내가 누구게?
예쁘장한 카페가 많은 홍대 거리에 뽀얀 얼굴로 서 있는 꽃집 하나. 꽃을 사는 사람은 비싸게 산다고 생각하는데 꽃을 파는 사람은 싸게 판다고 생각한다. 어떤 장사나 마찬가지겠지만 꽃집 주인만큼의 한탄만큼은 진짜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 팔아 밥 한끼 든든하게 못 챙기듯 꽃만 팔아서는 남부럽지 않게 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꽃집이 아닌 듯 서서 꽃 향기도 팔고, 커피 향기도 판다.
간판만 보아서는 단번에 꽃집이라는 걸 알아차리기 어려운 꽃집들. 가게 앞에 늘어놓은 초록빛 식물과 자그마한 꽃다발이 간판보다 더 간단명료하게 꽃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대개 이런 꽃집들은 ‘꽃’이라는 글자만 넣은 작은 간판을 따로 달아두어 다시 한 번 꽃집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남다른 꽃집
꽃집을 강조하면서도 한껏 멋을 부린 꽃집 간판들. 내부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쓰고, 가게 앞에 내놓는 상품도 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것들로 가득하다. 대로변이나 번화가와 가까운 골목에 자리잡은 꽃집들의 간판이 대개 사실을 내세우면서도 멋을 포기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