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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2009 로스트 메모리스 메이킹북 제작기

2002-03-07

이 '편집디자인 다시보기' 코너에서는 편집디자이너들이 작업을 하는데 있어, 기획단계와 디자인단계 그리고 인쇄단계 등을 거치는 동안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디자인하고, 어떻게 인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무적인 이야기들과 함께 이론적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 볼 계획입니다. [편집자주]

디자인대학을 졸업하였거나, 혹은 디자인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더라도 편집디자인에 매력을 느끼고 이 바닥(?)에 들어온 초보 디자이너들은 과연 편집디자인의 기초를 어떻게 다져 오고 있을까요?

처음부터 빅 프로젝트를 맡아서 여러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진행한다면야 모르겠으나, 보통의 경우는 선배들의 뒷치닥거리를 해주면서 어깨 너머로나마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배워 갈 것 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고전적인 습득과정조차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웹 디자이너나 모션 그래픽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감히 말씀을 드린다면 편집디자인을 공부한다는 것은 전반적인 그래픽디자인 내지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의 기초를 공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작업을 훌륭하게 완수할 수는 있지만 좀 더 깊이 있는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감각만으로는 부족함이 있기 마련입니다.

편집디자인을 하려면 많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편집자, 카피라이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인쇄업자,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디자이너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이 많은 과정을 거쳐야 비로써 결과물이 나오니 항상 컴퓨터에 앉아서 작업할 시간도 빠듯하지요. 그렇지만 이런 과정이 디자이너에겐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결과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겠습니다만 앞으로 잡지, 브로쉬어, 단행본, 리플렛, 그 외 각종 홍보물을 예제로 매달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이번에는 '2009 로스트 메모리스'라는 영화의 제작과정을 그린 메이킹북을 예제로 단행본 디자인의 제작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영화제작과정을 담은 필름을 메이킹 필름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책으로 담아낸다면 메이킹북 이지요. 간혹 우리는 헐리웃 영화들을 메이킹북으로 접할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SF물이나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작품들이 그 대상들이 되지요. 타이타닉이나, 크리스마스의 악몽, 스타워즈 등등.

이번 '2009 로스트 메모리스'의 메이킹북 제작을 맡았던 아트디렉터와의 가상 인터뷰로 메이킹북의 실제 제작과정과 그 안에 숨겨졌던 뒷 얘기들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 주홍근 : 일의 맨 처음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 아트디렉터 : 기획사에서 '메이킹북을 만들어야 겠다'라고 생각한 후 디자인 업체들을 물색했겠지요. 그게 2년 전 이야깁니다. 시나리오가 나오고 배우들 케스팅이 이미 끝나 가는 시기에 저에게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 주홍근 : 처음 일을 맡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 아트디렉터 : 디자인견적과 인쇄견적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책의 방향 설정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메이킹북을 만드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라서 다소 기대를 했습니다. 물론 영화 홍보책자는 있었지만 메이킹북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책자 였습니다. 머리 속에서 외국 메이킹북들이 지나가더군요. 공통적인 것은 방대한 사진자료들을 생각나게 했다는 겁니다.

+ 주홍근 : 외국 메이킹북들을 보면 정말로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의 스케치를 한 페이지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챙긴 것이 눈에 보이던데, 그런 것들을 제작사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었나요?

- 아트디렉터 : 의욕만 있었습니다. 외국처럼 만들려면 아예 메이킹과 관련된 감독도 따로 있어야 되고 사진작가도 따로 구해서 촬영하는 곳은 어디든지 감독과 항상 붙어 다녀야 되는데 그렇게 하기엔 예산이 없었답니다. 책을 잘 만들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아트디렉터에겐 초반작업이지요.

+ 주홍근 : 그렇지요. 사람들은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진 또는 있는 것 가지고 디자인하는 경우가 흔한 일이지만 책을 만든다는 것은 이미 그 전에 기획단계에서부터 환경을 만들어야 제대로 만들 수 있겠죠. 좋은 디자인은 이미 디자인하기 전단계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유념해야 되는 거군요. 그것이 디렉터가 해야 할 일 중에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메이킹북을 위한 다른 배려는 없었던건가요?

- 아트디렉터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를 전담으로 붙여 달라는 요구는 결국 적용되지 못하고 홍보실 포토그라퍼가 평소보다 많은 사진을 찍는 걸로 진행이 됐습니다. 예산을 처음부터 만들고 시작한 게 아니라 있는 예산에서 쪼개서 만들 계획이라 힘들었던 겁니다.
아직 그런 마인드까지는 못 간 거지요. 원고를 작성할 작가는 계속 붙이겠다는 약속은 받았습니다.

+ 주홍근 : 그 후 진행은 어떠했습니까?

- 아트디렉터 :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본 후 1년이 지나고 나서 일을 시작하자고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가 왔을 때는 모든 촬영이 끝나고 후반작업을 진행할 때 즈음이었습니다. 촬영장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지만 대부분 촬영을 중국에서 했는지라 가볼 수는 없었습니다.
메이킹 사진도 약 600컷이 넘는 분량으로 인화지가 왔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그저 평범한 스트레이트 사진들만 있었습니다. 암담했습니다. 게다가 스토리상 중요한 부분의 사진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은 나와야 했습니다. 결국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영화의 와이드한 장면과 동적인 장면을 디지털로 컨버전해서 인쇄용 데이터로 보내줄 것.
둘째, 흩어진 콘티를 다시 정리해서 모아줄 것.
셋째, 미술팀과 미니어처팀이 보유하고 있는 이미지들을 모아줄 것.
넷째, 주인공만 따로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섭외해 줄 것.

첫번째 제안은 책의 초반에 나올 화보부분을 알차게 만들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 제안과 세 번째 제안은 본문에서 주로 잡지에서 많이 쓰이는 박스기사 형식으로 원고를 구분 시켰기 때문에 그 쪽에 들어갈 작은 읽을 거리를 정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네 번째 제안은 외국 메이킹북처럼 만들 수 없어서 장동건이라는 스타를 이용해 일정 부분을 정동건의 일기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기위해서 였습니다.

작가가 써온 글은 너무도 딱딱하게 풀어져서 이대로 만들다간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될 거 같았습니다.

+ 주홍근 : 그렇군요. 초반에 사람을 만나서 원하는 바 대로 가게끔 만드는 것은 역시 힘든 일이군요.

- 아트디렉터 : 그때 그런 것들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디자이너가 전체 작업을 해도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면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 주홍근 : 예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사진 01> 사진은 원고가 원고가 채 정리되기전에 잡은 시안들이다. 큰 본문 텍스트와 박스형 기사들 그리고 다양한 자료 사진들에 대한 캡션들을 포함시켜 작업을 했지만 결국 그렇게 텍스트를 분류할 만한 여건이 못됐다.

<사진 02> 결국 그런 문제를 해결해서 나온 시안들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좀 더 좋은 제작물을 만들 수 있을 텐데'라는 고민을 합니다만 당장에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날 확률보다는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들어 가는 것이 보다 더 빠르고 자신에게 더 축적된 디자인 노하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길이지만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이 힘든 길을 꺼리다 보니 컴퓨터에 더 집착하고 사람대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겨납니다.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예술작품이 아니지요.

일단 초반 기획작업이 끝나면 디자인시안을 잡아갑니다. 여러 시안 중에서 현실 가능한 안으로 결정이 나며(가끔은 현실 불가능한 안을 클라이언트가 요구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지요) 이것들은 이미 디렉터의 머리 속에서 그림 그려진 방향으로 진행이 됩니다. 포멧이 결정되고 그리드가 정해지면 그 다음은 디자이너가 그 정의 내려진 테두리 안에서 레이아웃을 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레이아웃 스타일이 나올 수 있지만 결국은 같은 포멧과 그리드 안에서의 변화이므로 큰 축은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 디자이너의 역량에 따라 변수가 많이 생기는 부분입니다. 시안은 일반적으로 펼친면을 기본으로 실제 사이즈보다 작은 사이즈로 출력을 하여 벽면에 전체 페이지를 대수별로 벽에다 붙여서 전체적인 느낌을 봅니다.

이것은 디테일을 보기 전에 전체적인 흐름에 문제가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발란스를 맞춰야 될지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모니터나 페이지 페이지를 한번씩 출력해서 보면 아무리 숙련된 디자이너라고 해도 놓치는 부분이 있게 마련입니다.

<사진 03> 시안은 일반적으로 펼친면을 기본으로 실제 사이즈보다 작은 사이즈로 출력을 하여 벽면에 전체 페이지를 대수별로 벽에다 붙여서 전체적인 느낌을 볼 수 있다.

<사진 04> 사진을 리터칭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많은 사진들이 있었지만 적합한 사진들 중에 쓸만한 것들을 또 추려서 그것들을 영화 필름에서 떠온 데이타와 색감을 맞추려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작업시간의 반 가까운 시간이 소비됐다.

<사진 05> 스타일 목록을 최소화해서 만들어서 작업을 했다. 페이지가 300페이지를 넘다보니 쿼크화일도 5개로 쪼개서 작업을 했다. 각 화일마다 스타일 목록이 다르진 않지만 각 장마다는 조금씩 다른 스타일 목록을 만들어서 작업을 했다.

<사진 06> 기준선 격자는 기본이다.

<사진 07> 인쇄마진 전후좌우 3미리를 주는 것도 기본이다.

<사진 08> 몇번의 수정을 거친 배열표가 나왔다. 배열표는 시안이 통과되고 구체적 내용이 정리되면 나오지만 몇번의 수정과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나 진행상황, 대수확인 등을 한번에 체크할 수가 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이렇게 하고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되는 것을 알고 있어도 시간상, 재정상 하지 못하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석으로 책을 만들려면 필요한 절차임에는 확실합니다. 우선 기존에 발행되고 있던 정간물이나, 시리즈물이 아니라면 포맷과 텍스트 영역이 정해지고 어떤 그리드 시스템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고 제본업자에게(혹은 인쇄업자에게) 계획된 페이지와 종이 그리고 제본방법으로 샘플을 넘겨받습니다.
이 샘플로 책의 무게, 크기, 종이의 감촉 등을 시험해 보고 필요하다면 수정할 기회를 갖습니다. 지금 이런 작업이 어렵더라도 항상 이렇게 작업할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임하면 좀 더 애착이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의 판형은 210*270입니다. 이 책의 판형은 어떻게 정한 것일까요?
판형은 책의 목적, 편이성, 예상 독자층 등을 고려해서 정해야 합니다.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내용의 책을 도서관에서 펼쳐놓고 읽기 좋은 크기로 만든다거나 그리 좋지않은 조명아래서 눈이 아플 정도로 작게 만든다거나 하면 안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판형도 중요하지만 페이지에 들어가는 텍스트의 영역과 나머지 공간들에 대한 비례는 더더욱 중요합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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