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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진보적인 교양! 기발한 편집! 고래가 그랬어

2003-12-17


월간지라 함은 특정한 제호 아래 정기적으로 호를 거듭하며 간행되는 책자 형태의 출판물.
각종 기사를 일정한 편집 방침에 따라 수집·구성한 것이 원형이며, 보통 삽화·사진, 만화 등을 첨가하는 것으로, 정기 간행물이라고도 한다.

현재 발행되고 있는 월간지들은 발행 주기별, 내용별, 판형별, 연령·성별과 같은 기준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어지고 있으며, 내용에 따라 여성지, 아동지, 학생지, 수험·학습지, 종합지, 대중 오락지, 문예지, 평론지, 학술 전문지, 회보, 기관지, 홍보지(PR 지), 동인지, 타운 정보지 등 다양하게 나위어진다.
이 중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월간지는 아이들에게 정신의 양식을 공급해주는 제2의 교과서로서 아동, 부모, 교사가 함께 봄으로써 교육적 기능과 오락적 기능이 공존한다.

어린이 월간지는 서유럽 문물에 접촉하면서 등장한 한국 잡지의 정치사적 기복에 따라 변모·발전을 함께 해왔다. 개화기 시대(1892 - 1910) 에는 개화·계몽을 위한 잡지가 활성화되어 민족주의적 정치 운동과 함께 당시의 잡지가 표방했던 큰 조류의 하나였다. 1906 년 11월에는 최초의 아동 잡지 《소년 한반도 (少年韓半島)》가 창간되었다. 이어 1908 년 11월에 창간된 《소년 (少年)》은 가장 근대적인 잡지 형태를 갖춘 것으로 잡지 문화 형성과 신문학 형성의 계기가 되었다.
1923 년 3월 20일 소파 방정환이 창간한 《어린이》는 아동 문학의 출판 문화 발흥과 소년 운동의 육성에 기초를 둔 아동 문학의 기반이 되었다. 이것은 천도교 소년회에서 월 2회 내기로 하고 천도교 소년회 김옥언 발행, 방정환이 주간으로 하고 그의 친지들과 함께 도쿄에서 편집해서 서울로 보내 개벽사라는 출판사가 발간케 했다. 《어린이》편집인들은 좀더 교육적인 입장에서 잡지를 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어린이들의 연령의 육체적인 발달과 지성과 감정의 발달 관계를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동요나 동화의 내용과 작곡으로 어린이의 연령에 따라 지적 발육 단계에 부합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발전을 거듭하다가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제는 계속적인 문화 정치를 표방하였으나 민족 문화의 말살을 획책, 폐간되었다.
한편, 1926년에 《아이 생활》이 창간되어 1944 년까지 20년을 발행해오다 1952 년 1월 《새 벗》으로 제호를 바꾸어 재창간되었다. 광복 이후 아동 잡지는 《소 학생》(1946), 《진달래》(1947), 《새 동무》(1947), 《어린이》(속간, 1948), 《어린이 나라》(1949)가 창간되어 다양한 형식과 기능성이 시도되었다. 1960 년대는 제 3 공화국 수립과 함께 창간과 폐간이 잇달았던 막연한 발행 상태에서 벗어나 어린이 잡지의 전성기라 할 만큼 수 많은 잡지가 줄지어 창간되었으며, 1975 년 1 월 재단법인 육영 재단에서 5 - 7 세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44 페이지의 본책을 완전 컬러로 발행했는데 별책 부록으로 4×6 배판 36 페이지의 기초 학습지를 포함하여 그림과 함께 동화 위주의 그림책을 만들어 가정에서의 유아 교육을 돕기 위해 《꿈나라》를 창간했다. 그러나, 1987년에는 《어깨 동무》와 《소년 경향》이 '88 년에는 《새 소년》이 폐간되고, 《소년 중앙》은 만화로 모든 페이지를 메우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2003년 현재 어린이를 위한 월간지는 오락 위주의 만화 잡지, 또는 학습지로만 채워지고 있다. 이런 시장 현황 속에서 재미난 월간지가 등장했다. 야간비행에서 나온 ‘고래가 그랬어’다.
2003년 10월에 창간되어, 12월 현재 3호를 맞이하고 있는 ‘고래가 그랬어’는 정확히 표현하면 어린이 교양 월간지다. 자칫 지루하고, 거부되기 쉽고, 어려워질 수 있는 ‘교양’이라는 주제로 어린이가 쉽게 받아들이고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주고자 만화의 형식을 빌리고 있으며, 다양한 눈높이 일러스트 및 전달 방법을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어린이들은 또래 친구가 그들이 몰랐던 얘기를 하면 확인하듯, 따지듯이 “누가 그래?” 라고 묻는다. “아빠가 그랬어!”, “엄마가 그랬어!”라고 말하듯..
인권, 미디어에 대한 비판, 전태일 등 진보적인 교양을 알려주고, “누가 그래?”라고 물으면 “고래가 그랬어”라고 답하면 되는 어린이 교양 월간지의 편집디자인을 살펴보았다.


취재 | 이정현기자 (tstbi@yoondesign.co.kr)




‘고래가 그랬어’는 판형은 188/257의 200페이지 분량으로 ‘보고, 듣고, 만들고, 말하고, 그리다’의 소분류에 따라 만화컬럼과 기사로 구성되어있다.
창간호의 표지디자인은 월간지의 전체 요약이며,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답게 제호가 주목을 끌고 있으며, 만화형식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잡지 내에 있는 만화들이 격자형식으로 들어있다. 2호와 3호 표지디자인은 ‘고래가 그랬어’가 담고 있는 컨텐츠의 성격과 취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 수 있도록 강한 색상과 표지를 가득채우는 극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지질은 창간호에서는 재생지를 사용했다. 그러나, 색상이 잘 나오지 않는 점을 보완하여 2호부터는 100그램 모조지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고래가 그랬어’의 독특한 점은 전용 캐릭터이다. 음양브라더스라 하여 2호부터 등장한 캐릭터는 소분류에 맞추어 아이콘들이 변형되어 어린이 월간지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많은 컬럼을 가지고 있으므로, 컬럼과 컬럼사이의 차이를 주면서 전체적으로 출판물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대부분의 정기간행물의 라인업은 그리드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고래가 그랬어’의 라인업은 만화라는 독특한 장르이기 때문에 각 만화형식이 달라서 그리드의 요구사항도 다르다.
따라서, 이 만화와 만화 사이를 연결하는 페이지의 디자인 특정 가이드는 없다. 대신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이 네비게이션의 포인트는 음양브라더스와 아이콘이다. 음양브라더스와 함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다른 아이콘들이 보고, 듣고 등의 섹션들을 구성하고 있고, 제목의 페이지와 함께 구성되고 있다.



매호 그 출판물이 담고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목차.
‘고래가 그랬어’의 목차페이지는 기존의 잡지에서 하고 있는 표지, 차례, 크레딧과 같은 형식적인 딱딱함과는 분절하고, 어린이만화잡지라는 새로운 형식처럼 매호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2호의 목차페이지는 인포메이션디자인이라는 역할에 충실하였다.고래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아트디렉터인 박훈규씨가 일일이 핸드페인팅으로 그려넣었고, 그 속에 등장하는 음양브라더스와 다른 아이콘 친구들을 각 소분류의 상단에 자리하였다.
3호부터는 더욱 현실적인 실험을 하게 되었는데, 강철소년 크람바를 그린 김재희씨와 직접 디렉션을 해서 임의로 그려진 표지와 배경그림을 그대로 컨텐츠 페이지로 이어지게 만드는 일종의 애니메이션적인 시도였다. 목차페이지 전에 인트로페이지도 제작되었는데, 이는 만화를 보기 위해 경건한 마음을 갖기 시작하는 일종의 설레임과 마음의 준비를 선사하고자 한 의도다.
4호부터도 표지의 작업에 따라서 인트로 페이지에 음양브라더스친구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고래가 그랬어의 1호 사이드는 4명의 아이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미지가 하나씩 완성되어가는 재미가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페이지내로 0.5cm정도 인쇄가 되어야하기에 때문에 컨텐츠나 만화에 영향을 주어 2호부터는 제작되지 않고 있다.


어린이들이 직접 무엇인가를 해보거나, 지니고 있으면서 보기 쉬운 내용을 담은 별책부록은 본지와는 다르게 구성해볼 수 있는 좋은 부분이다.
접지형식의 간단한 책자를 비롯하여, 형식, 사용되는 종이, 구성요소 등 전달하는 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다. 식물에 대한 학습도감 형식의 별책부록은 식물의 디테일한 일러스트를 살리면서 감성적인 요소를 더해주는 형식이며, 보드게임을 할 수 있도록 제작한 별책부록은 보드게임을 위해 코팅용지에 재미난 일러스트를 적용했다. UN어린이권리조약을 인쇄하여 벽에 붙여놓고 볼 수 있도록 한 별책부록은 텍스트 위주의 조약문이 지루하지 않도록 강한 컬러와 캐릭터를 활용하였다.

정글: ‘고래가 그랬어’라는 제목은?
별 뜻 없다.
제목에 자꾸 의미를 두는 건 어른들의 방식이다.
책의 내용이 모두 제목에 함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 굳이 의미를 따진다면 '고래'가 주는 생태적이고 신비한 느낌과 '그랬어'가 주는 민주적인 소통의 느낌에 있다.
그렇지만 그 역시 어른들의 것이다. 아이들은 제목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고래가 그랬어… 이게 뭐지?” 할 뿐이다.

정글: 만화의 형식을 빌리게 된 이유는?
‘고래가 그랬어’를 기획한 김규항 발행인이 이 잡지를 구상할 때 처음 맞닥뜨린 문제가 바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가.’였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만화라는 그릇’을 사용하게 된 것이지다. 하지만 그런 의도에서였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만화에서 미적 자극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최호철, 윤정주, 유승하, 신혜원 같은 작가들은 단지 만화가가 아니라 빼어난 일러스트레이터들이다. 만화적 재능은 있지만 그림이 안 좋은 작가는 처음부터 배제했다.

정글: ’고래가 그랬어’ 기획 부분의 초점은 무엇인가?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가?
천박한 상업주의에 물들고 있는 아이들, 환경이나 생태에 대한 것까지도 대학입시를 위해 배우고 입시에서 대부분의 인생이 결정되는 현실, 부모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위기감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다른 삶의 모습과 다른 생각도 있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다. 그래서 나온 것이 환경, 인권, 미디어, 역사는 물론 여성, 만화, 음식 등에 관한 방대한 교양이다.

정글: ‘고래가 그랬어’가 앞으로 지향해가는 방향은?
저희의 구호가 ‘떳떳하게 그리고 함께’다.
우리 아이들이 자존을 가진 떳떳한 사람으로 성장하여 서로서로 연대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가장 재미있고 편안하게 전달하는 책이 되고자 한다.

정글: ‘고래가 그랬어’ 아트디렉션을 맡게 되었을 때, 어떠 했는가?
나의 폭력적인 디자인이 어린이들을 망칠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사실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곧 망쳐도 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정글: 어린이를 타겟으로 하는 다른 동종 월간지처럼 예쁘게 깔끔하게 보다 거칠고, 강렬한 면이 많다.
하하하! 재미있는 질문이다. 그건 기자님의 편견일 수 있다.
고래를 디자인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세상에 정해진 건 없다.
어린이들의 평가가 가장 정확하다.

정글: 강렬한 색상을 사용 중인데.. 다음호는 무슨 색인가? 혹, 녹색?
시퍼런색이다. 한겨울을 퍼렇게 얼려버릴 표지다.

정글: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가고픈가?
어린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어린이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시키고 싶다. 어린이 디자이너의 출연이 기대된다. 어른들의 디자인은 너무 재미가 없다.



권위주의 시절에서 빠져나온 우리 사회는 여러 면에서 민주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엔 모든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몹쓸 상업주의 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우리 삶과 정신 속을 파고들고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아무 죄도 없이 그런 세상에서 찌들어가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일,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을 배우거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찌감치 무한경쟁의 바다에 내던져집니다. 아이들은 제 동무와 이웃을 경쟁자라 파악하고 돈이면 뭐든 다 된다고 믿는 인간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어쩔 것인가? ‘고래가 그랬어’는 그런 고민을 담아 만듭니다.

’새소년’이나 ‘소년중앙’같은 어린이 월간지들이 폐간한 지 20여년이 되어갑니다. 그것은 대개 ‘종이잡지의 한계’ 때문이라 해석됩니다. 그러나 그 잡지들이 그렇게 된 건 ‘종이잡지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종이잡지의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 잡지들은 오락이나 흥미 위주의 뉴스 같은 새로운 미디어들에 더 잘 어울리는 내용들을 어설프게 흉내 내다가 자멸했습니다. 다른 미디어들에 비교할 때 종이잡지의 정체성은 무엇보다 ‘교양’입니다. ‘고래가 그랬어’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어린이 교양 월간지’입니다.

대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유익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아이들은 재미없어 하곤 합니다. 반면에 아이들이 흥미를 갖는 것들은 어른들이 해롭다고 여기거나 마땅치 않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더라도 아이들이 재미없어 보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없는 일일 겁니다. 그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고래가 그랬어’는 ‘만화라는 그릇’을 사용합니다. ‘고래가 그랬어’는 얼핏 만화잡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고래가 그랬어’는 만화잡지가 아니라 ‘만화라는 그릇’을 사용하는 교양잡지입니다.

>> 야간비행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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