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16
비정규 아티스트? 직업 한번 독특하다. 게다가 홀로그램도 아니고 홀로그림이라니! 기발한 언어 유희로 시선을 확 끄는 신간이 있다. 바로 인기 블로거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밥장의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이다.
그림과 글이 마치 궁합이 딱 맞는 부부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설레임과 문학적 상상력을 갖게 하는 이 책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재미와 위트로 풀어낸다. 색정적인 밥장의 그림은 유쾌하고 감동적이며 날카로운 그림 서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꿰뚫는다.
10여 년간 평범한 ‘넥타이 부대’로 살았던 밥장, 그런 그가 전반전을 끝내고 이제 막 후반전에 돌입했다. 평범한 셀러리맨에서 ‘아티스트로’의 전환은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이라는 도발적인 책 한 권과 함께 첫 출발을 내딛는다.
‘반복’된 일상으로 인한 상상력의 부재, 혹은 지루함을 탈피하고 싶다면,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과 함께하는, 발칙한 상상 여행에 동행해 보자.
취재 | 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아티스트’로의 후반전을 시작한 밥장(본명 장석원, 70년생), 그의 ‘전반전’은 과연 어떠했나 잠시 짚고 넘어가자. 밥장이 아닌 장석원으로 살아가던 지난 전반전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 작고, 축구 못하면서, 선생님 칭찬받기만 좋아하는 초등학생은 티 안나게 왕따였다가
<퀴즈로 배웁시다>
란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해 1등을 하면서 ‘영웅’이 된다. ‘내 마음 속 천체 망원경’ 이라고 그가 묘사해 놓은 것처럼 1등을 하고 받은 천체망원경은 그 시절을 기억해주는 영웅의 심벌이다.
어린 시절부터 일등을 놓치지 않았던 밥장은 우수한 성적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 대기업인 SK텔레콤에 1등으로 입사하는 등 줄곧 엘리트 코스를 10년 동안 아주 무난하게 유지한다. 그런 그가 이혼이라는 개인적인 아픔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는 감정이 바닥을 치는 경험과 함께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과정을 겪은 후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바로 ‘그림’이었다.
밥장의 후반전은 바로 ‘비정규 아티스트’가 되어 홀로 그림을 그리면서부터다.『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 이것으로 밥장의 후반전은 시작되었다.
퀴즈로>
색정적 감각. 원색의 향연
홀로그램? 홀로그림!
타이포와 디자인의 만남, 춤추는 타이포
‘인생의 후반전, 시작’ 이라는 책의 서문을 보면, 서른 여섯이 된 밥장은 마치 오후 2시 30분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3시가 되면 저녁 약속 외에는 새로운 계획을 잡기 어렵다는 것. 2시 30분이 그나마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 같다고.
그런 그가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에서 징그러울 정도로 솔직함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져 하루에 한 장씩 꼬박꼬박 그림을 그리고, 5년 동안 함께 살아온 아내와 헤어지고… 도박을 하셨던 아버지, 인생의 백열등이었던 어머니와 같은 가족사를 끄집어내고, 게다가 “섹스는 즐겁다”고 자신있게 외친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밥장. 그에게 왜 책을 읽느냐고 물어본다.
‘마음의 양식이니까’ 라는 틀에 박힌 답이 돌아오리라고 기대했다면 큰 오산이다.
그의 답변은 독서의 정의부터 바꿔 놓는다.
책을 읽는다는 건 철저히 외부와 고립된 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일이며,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한다.
책을 단 한 시간을 읽더라도 그만큼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오로지 활자와의 대화만이 존재하는 시간이다.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이 더 돋보이는 것은 그림과 날카로운 서평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그림 작업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역량을 맘껏 발휘한 밥장의 문학적 상상력은 날카로운 펜화로 승화된다. 책 읽기를 무지 좋아하는 밥장은 책을 읽고 노트에 추려 적어 놓거나 눈에 띄는 구절을 떠올리며 그림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사랑, 인간 관계도 그림으로 치유될 수 있다면? 이러한 유쾌한 상상에서 시작된 밥장의 ‘치유 일러스트’는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통해 선보인다.
원색을 좋아하는 밥장은 서른 여섯의 나이에도 과감히 스파이더맨 스판 티셔츠를 걸치고 야구 모자에 왕 헤드폰을 끼고 교보문고 옆 메밀 전문점에서 메밀묵밥을 먹는단다.
자유로운 내성을 지닌 밥장은 그림을 통해 ‘눈치는 이제 그만 테라피’를 선보인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재미와 위트로 풀어낸 밥장식 테라피로 메마른 감성에 ‘영감’을 떠올려 보자.
인터넷 블로그(http://blog.naver.com/jbob70)를 통해 많은 독자를 확보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밥장. 그러나 얼굴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그를 만나 보았다.
Jungle :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데?
처음에는 ‘그림서평’으로만 원고를 만들었다. 그러다 점차 아티스트에 포인트를 맞추기 위해 그림을 강화하였고, 그림서평은 하나의 chapter로 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밥장을 표현할 수 있는 책이 나올 수 있었다.
Jungle : 대기업에 10년 동안 재직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생활에도 익숙했었다는 것 같은데…
물론 그때도 열심히 했었고, 인정도 받는 전형적인 셀러리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살면 재미가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반복되는 삶에 회의를 느꼈다.
Jungle : 책을 출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은?
모든 작가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이듯이, 내가 아티스트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해준 파트너가 바로 리더스컴의 주기윤 대표다.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말 그대로 ‘홀로 그림’ ,혼자서 그림이나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 더욱더 확신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라는 것.
이로 인해 내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된 셈이다.
Jungle : 그림을 그릴 때 주로 사용하는 툴과 작업스타일은?
특별한 툴 없이 펜으로 작업한다.
손맛을 살리기 위해 펜으로만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랄까.
컬러도 물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칠한다.
하루에 최소 8시간, 많게는 12시간 이상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 보면 가끔 손에 멍이 들기도 한다.
Jungle :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테라피… 이것을 보는 이들이 어떤 것을 가졌으면 바라는가?
‘설레임’과 ‘상상력’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에게 흔하지만 귀한 감정, 잃고 있던 감정이 바로 ‘설레임’이다.
직장인이 가장 힘든 것은 아침에 일어나면 설레임이 없다는 것.
나를 흥분시키고 설레게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자신을 설레게 하는 요소를 상상해 보았으면 한다.
Jungle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출판과 동시에 열게 되는 단독 전시회가 6월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7-80여 개의 작품을 테마별로 묶어서 원화로 전시할 계획이다.
색정 소년의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일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