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4
전통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것은 지금까지 계속 되어오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전통의 맛을 살린 다양한 작품들이 여전히 사랑 받고 있는 것도 사실.
기존의 피상적이거나 상투적인 접근에 그쳤던 전통의 분야가 있다면, 그것을 독창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하거나 표현한 작품이 주목을 받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전통악기를 디자인으로 접근, 새롭게 표현한다면?
이 또한 창조적인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한국의 전통악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대부분 알고 있는 한국의 전통악기라고 한다면 해금, 가야금, 장구, 대금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악기들의 음을 제대로 들어보거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대적인 음악에 심취한 젊은 세대들은 더군다나 전통악기가 내는 음은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 라고 늘 상 외치지만 사실 지금 찾아보기도 힘들기 때문에 그 관심이 약할 수밖에 없는 전통악기.
그런데 전통악기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보는데도 듣는 것처럼” 느껴지는 책, 악기의 소리나 민요를 타이포그라피나 간단한 도형으로 디자인하여 시각적, 청각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독창적인 아트북을 소개한다.
취재 | 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한국의 전통악기>
아트북은 계원조형예술대학 출판디자인학과 졸업생인 양혜진, 조하나의 졸업작품으로 ‘04학번 출판디자인과 졸업작품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도 출품하여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한국인에게도 생경한
<한국의 전통악기>
를 외국인들이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할 정도로 재미있게 구성한 이 작품은 한국의 전통 악기를 소개하고, 그 소리로 보여주는 한국인의 정서와 마음을 이미지와 타이포그라피로 나타내었다.
먹을 이용하여 각 악기의 이미지나 소리의 느낌을 다양한 방법의 수묵화를 통해 표현하였고, 전통적인 분위기에만 치중하지 않고 타이포그라피를 통해 현대적인 디자인과도 접목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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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악기는 세상에 존재하는 8가지 재료(나무, 박, 가죽, 돌, 흙, 대, 실, 쇠)로 만든 악기로 전체 어울림이 삼라만상의 모든 소리를 구현한다. 전체 하모니를 이루면서 은근하면서도 내면적인 질서가 느껴지는 음악을 표현한 것이다. 한바탕 신나게 풍류를 즐기는 풍류음악, 가슴 깊은 곳까지 처절하게 슬픔을 담은 음악, 자연 그대로의 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음악, 이 모든 음악이 주는 여흥과 음조, 운율은 한국인의 철학까지 담겨져 있는 것이다.
한국 음악의 전통은 고대부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미 고대 시대부터 우리 민족은 유난히 음악을 좋아하고 춤을 좋아해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통악기를 사용해왔던 것이다. 그 전통악기는 또한 우리의 모든 전통문화와 함께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만들어지고 그대로 전통 음악에 반영되었다.
먼저 한국의 전통 음악은 대개 느릿한 박자로 시작하여 잠시도 쉬지 않고 점점 속도를 가속해 가며 음악의 절정을 만들어 끝을 맺는다. 이런 음악 양식은 우리만의 지구성이요 강인성이며 계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 민족 특유의 성품인 ‘은근과 끈기’의 외유내강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은근한 멋과 고집스러운 강인함으로 가장 상징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예술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총 13개의 한국의 전통악기를 차례대로 보여주면서 각 악기가 내는 소리를 먹을 이용하여 각 악기의 이미지나 소리의 느낌을 다양한 방법의 수묵화를 통해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악기 소리를 직접 들어가며 들리는 청각적 음을 타이포그라피로 표현함으로써 현대적 디자인과 멋스러운 어울림을 보여주고 있다.
한 악기 당 악기의 이름을 보여주는 소개 페이지를 포함하여 총 4페이지로 구성하여 악기이미지와 타이포그라피를 적절히 구성하여 나타내고, 다른 페이지에는 악학궤범이미지 또는 전통 악보 이미지를 악기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더불어 보여주고 있다.
그간 전통악기를 소개하는 책은 많이 있었지만 이 책은 악기마다 나는 소리를 타이포로 디자인하여 소리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악기를 보는데도 듣는 것 같이 완성하기 위해 악기에 관련된 민요나 노래, 시조 등을 악학궤범, 한국악기(열화당) 등의 자료를 참조하여 적절히 인용하여 표현하였으며, 한국의 전통악기에 대한 사진은 국립국악원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였고 수묵화는 직접 제작하였다.
<한국의 전통악기>
아트북을 제작한 양혜진, 조하나의 지도교수였던 계원조형예술대학 출판디자인과 홍혜연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한국의 악기와 그 음은 한국인의 사상과 철학에서 나온 것으로, 자연적 재료에서 나온 음색의 빛깔은 삼라만상의 자연의 소리를 의미한다. 이 소리는 한국인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러한 우리의 음악성을 빈 공간적 여백에 청각적 타이포그라피로 표현한 아우라가 돋보이는 예술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공간적 여백의 미를 살리기 위해 주요 컨셉은 수묵화로 하였고, 먹물의 번짐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종이를 선정, 자연염색으로 만든 한지를 사용하였다.
붓을 이용해 순수한 수묵화의 느낌과 번지거나 캘리그라피적인 느낌을 표현하였고, 칫솔에 먹을 묻혀 손으로 튀기는 방법을 통해 자연스러운 퍼짐을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거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먹을 묻힌 철수세미를 종이에 문지르고 긁어 표현했으며, 구멍이 크고 작게 잘 나있는 스폰지를 이용해 먹을 묻혀 종이에 찍어내는 등 각 악기가 지닌 이미지나 소리의 느낌을 먹을 통한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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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소리를 표현하는
<한국의 전통악기>
아트북을 제작한 양혜진, 조하나는 작품의 주제를 정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바로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우리만의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여러 자료를 수집하다가 전통 악기마다 가지고 있는 음 빛깔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단순히 전통 악기만을 소개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악기에 담겨 있는 한국인의 정서와 멋을 바탕으로, 책을 보는데 악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나아가 전통악기를 통해 한국의 소리를 알리고 싶었고 지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출품함으로써 그 소망을 실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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