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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하이레놀을 상큼한 오렌지로 물들이다

2006-12-19


물의 귀족 에비앙이 만약 단순한 물로만 머물렀다면?
네오피시가 예쁜 상자에 포장되어 식탁에 건네지는 오늘날과 달리 시장 통 고등어로 만약 검고 칙칙한 비닐봉지에만 남기게 되었다면?
제품이 제품 그대로 일 때와 브랜드로서 가치를 부여 받았을 때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브랜딩은 유형의 그것을 더욱 유형화 시키고 무형의 그것을 유형으로 아니 가치를 불어넣어 만들어주는 것!
하이레놀이 만약 브랜드로서 강조되지 않고 단지 코오롱유화에서 만들어지는 신뢰 있고 가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단순한 비즈니스언어로만 풀어냈었다면 어땠을까?

최근 쏘크리에이티브(대표: 소선하, www.socreative.co.kr)에서 제작한 ‘코오롱유화 하이레놀 카탈로그’는 화학제품도 어엿하게 브랜딩할 수 있다는 가치를 만들어낸, 의미있는 작업이다.
하이레놀에 대한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그 첫 번째 출발로 해외전시를 위해 선보인 제품소개 카탈로그, 그 제작에 참여한 쏘크리에이티브의 소선하 대표이사와 김나연 아트디렉터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취재 | 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보이지 않는 생활 속 핵심 제품으로, 원료로 수출되어 반도체 칩의 주요 부품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아 하이레놀은 산업재중에서도 가장 미래지향적인 제품인 것만은 확실하다.
뿐만 아니라 타이어 재료 및 가구, 생활용품 등의 부자재로 생활 속 곳곳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제품일뿐더러, 우리가 타는 호화 유람선이나 BMW의 중요한 방음자재, 필터, 가구의 접착제품, 자동차 트렁크 소재, 브레이크 부품까지… 손 닿는 곳마다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용품과 기기들이 하나같이 코오롱 하이레놀로 완성되고 태어난다고 생각하니 카탈로그 작업이었지만 그 자체가 참으로 소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잘 브랜드화된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시장의 경쟁 브랜드와 제품뿐 아니라 시각적인 이미지까지 당당히 그 어깨를 겨루게 된 것이다.
쏘크리에이티브의 미션은 ‘하이레놀의 비주얼 아이덴티티(VI) 구축’이었다.
로고를 새롭게 하고, 고유의 브랜드 컬러를 구축하고 제품을 담는 카탈로그를 만들어내기까지…
쏘크리에이티브가 그 흥미로운 작업에 참여하였다.

코오롱유화의 5가지 제품군, 7가지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새로운 정체성 찾기에 나선 하이레놀 로고타입이었다.
아이덴티티는 코오롱유화의 박태규 대리가 개발하였는데 하이레놀 서체는 아무래도 타겟의 속성을 고려한 컨셉으로 보다 더 솔리드한 느낌을 주는 산세리프 류의 서체로 개발되었다.

컬러는 산업재에서 흔히 쓰지 않는 오렌지컬러를 과감히 도입하였는데, 이는 제품 중에 오렌지 빛 컬러가 있고 비슷비슷한 유형의 타사 제품들과 차별화하고 코오롱유화만의 로열티를 보유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카탈로그의 그래픽 모티브의 라운드 심볼은 코오롱유화에서부터 쏘크리에티브가 제안했던 라운딩 모티브에서 착안하여 그대로 가지고 왔다.
모 브랜드에서부터 개별브랜드까지 일사분란 하게 시각적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것이 브랜드 전략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PAPER
국산지 중에 앙상블이라는 용지를 처음으로 사용해보았다. 앙상블은 소개 된지 얼마 안되어 검증되지 않았다는 실험성을 배제할 수 없었으나 교정지 테스트를 통해 이미 그 실력을 테스트해본 후 기꺼이 사용하게 되었는데 의외로 인쇄발(?)이 상당히 좋았다. 원하는 감도를 수입지 이상의 발색력과 차분함으로 풍성하게 표현해 주었다.

LAYOUT
레이아웃은 좀 파격적인 제안이었으나 광고주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고. 인덱스기능 역시 제품 타이틀과 카피문안, 비주얼을 삐죽한 선의 그래픽처리와 연결로 재미를 주었고, 문안 역시 헤드라인, 리드카피 정도에 과감히 하이레놀 오렌지를 적극 수용하였다. 이와 같은 몇 가지 요소로 일반적인 제품 카탈로그가 가질 수 있는 단조로움을 잘 극복하는 한편 하이레놀만의 고유의 개성 있는 옷으로 매 페이지 매 단락을 멋지게 적용해 나아갈 수 있었다.

PHOTO
일부는 촬영이고 일부는 이미지소스 렌탈이었다. 사실 이미지로 승부하는 제품 카탈로그에 제품 이미지가 드러날 수 없다는 게 큰 아쉬움이자 한계상황이었다. 실제 제품 이미지보다, 제품이 사용되어진 최종 결과물로 표현하고 비주얼은 최대한 시원시원하게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방향으로 감각적으로 강조하였다.
이 때문에 제품을 잘 이해해야만 제품사진을 초이스 할 수 있었기에 쏘크리에이티브는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이미 하이레놀의 제품 특성과 사용처에 관한 세세한 교육을 받고 스타트 할 수 있었다.

짧은 제작기간, 이미지의 한계, 소재의 제약 등은 더 이상 디자인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요소는 아니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클라이언트가 갖고자 하는 답을 찾아내고 보기에도 흡족한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를 만들어내야 하는 의무와 사명을 가진 뜻 깊은 작업이 바로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분야가 다소 어렵고, 여전히 굴뚝의 이미지를 연상하고 싶은 품목일수록 감각을 입혀보라. 그 디자인의 빛은 훨씬 더 환해지고 감각효과는 증폭된다.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없는, 하지만 우리 생활 속에 공기처럼 늘 숨쉬고 있는 보이지 않는 보석들, 하이레놀 카탈로그를 작업하며 우리는 또 하나의 진리를 배운다.
바로 “궁합!” 이다.
광고주와, 브랜드와 제작업체간의 호흡이 척척 맞았던 하이레놀 프로젝트는 그 어느 일보다도 작업 과정이 즐거웠다.
코오롱유화 TFT 팀 모두 젊고 싱싱한 행동력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제품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 초기에 지방현장과 연구소에서 올라와서 오리엔테이션을 해주던 것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 덕분에 보다 더 감각적이고 밀도 높은 하이레놀 카탈로그를 탄생시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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