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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불친절한 디자인 감성 이미지 스냅북

2007-03-13


대한민국의 27살 여자 디자이너의 삶.
한번쯤은 동경하고 궁금해 하는 디자이너란 삶을 사소하게 담은 책이 있다. '디자이너는 참 멋있는 직업일 거예요.' 라고 말하는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에게 디자이너는 '겉은 화려하지요.' 라고 말하며 그 이면에 숨겨진 고통과 화려하기 위해 발악해야 하는 주머니 사정을 토로한다. 하지만 결론은 '멋진 직업이지요.' 로 끝난다.
이 책도 역시 한 디자이너의 일상, 생각, 일 등을 소소하게 담아냈지만 어쩔 수 없는 디자인 마인드는 또다시 디자이너의 환타지를 인정하고 만다. 일반적인 책도 사진북도 아닌 이미지 스냅북이란 분류부터 친절하지 않은 표지, 더욱 친절하지 못한 크기의 작은 글씨들, 과감한 여백들은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도저히 편하게 봐줄 수 없다.
삶을 담았다고 하지만 자서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디자이너를 위한 이론집도 아니다. 그저 대한민국 27살 여자 디자이너 정연진이 프레임에 담은 자신만의 감성을 소통이란 단어 하나 만으로 세상에 들이댄 책이다. 어찌 보면 너무 개인적이고 이기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런 시도를 해준 저자와 딱딱한 땅에 가지만 살짝 꽂은 듯 위태로운 디자인 국가 대한민국에서 이런 비주류의 책을 출판한 출판사가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이 책의 저자 정연진은 전문 사진작가도 전문 카피라이터도 아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랑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담고 그들에 대한 감성을 풀었을 뿐이다. 그래서 더 담백하고 비주류의 신선함도 느껴진다. 그리고 디자이너인 그녀는 철저히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그녀에게 흡수되는 모든 사물과 교감한다. 이러한 감성으로 이성을 자극하라며 지극히 그녀다운 모습으로 그녀의 책은 시작한다.


이 책은 당신에게 어떠한 친절도 베풀지 않는다. 더불어 불친절에도 불구하고 꼭 읽어주기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가독성을 고려하지 않은 크기의 글자들과 배열, 장식적인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페이지 넘버, 세 번에 걸쳐 삽입된 4장의 컬러내지(물론 아무런 프린트도 존재하지 않는), 여백을 과감하게 내버려 두는 등 책이 가지고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란 이 ‘감성으로 이성을 자극하라’에서는 존재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유니크한 느낌,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 그게 바로 저자의 마인드 유니크 디자인 마인드다.

스물일곱인 저자는 자신의 감성을 일곱으로 나누고 그 일곱을 자신의 인생의 행운이라 불렀다. 오로지 자신의 주변에서 모은 감성은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너무나 개인적인 사진들이 약간은 화가 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닮은 감성 다른 감성을 발견하고 이야기하며 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Jungle : 멀티 디자이너는 어떤 의미인가?
정연진 : 지금은 우선 프리랜서로 그래픽이나 편집 쪽도 관심 있어서 조금씩 하고 있고 주로 하는 일은 실내디자인이다.
멀티 디자이너란 말은 내 스스로 그렇게 되고자 붙인 말이다. 예전부터 디자인이 분야별로 다양하고 다들 맡은 부분에서 디자인을 하지만 인테리어를 하면서도 공간에 들어가는 가구라던가 패브릭 등을 디자인 한다던가 심지어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기 위해 작성하는 ppt라던가 모든 작업이 디자인이다. 결국 하나의 디자인이지만 전반적으로 다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능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나 또한 그러기 위해 노력 중이고.

Jungle : 출판 제의는 어떻게 받게 되었나?
정연진 : 온라인 블로그를 출판사 쪽에서 보고 연락을 해왔다.

Jungle : 편집이 과감하다. 편집 디자인은 어떻게 진행을 했나?
정연진 : 원래 욕심은 더 과감하고 멋지게 하고 싶었다. 외국잡지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자극이 있는 편집을 하고 싶어서 아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옴니버스 식으로 작업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진행도 생각했었지만 여러 여건상 어려움이 있어 진행되지 못했다.
그대신 진행을 맡은 편집 디자이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했으며 기획부분에서도 사진과 글에 대한 챕터 구성도 직접 기획하였다.


Jungle : 여백의 사용이 과감하고 글자크기도 많이 작다. 어떤 의도로 작업을 한 것인가?
정연진 : 여백은 메모도 하고 낙서도 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는 타이포가 크게 들어가느냐 작게 들어가느냐에 고민했는데, 타이포나 글보다는 사진이나 그 느낌을 더 주고 싶어서 이런 구성을 하게 되었고 지금 쓰인 타이포가 가독을 하기엔 불편한 크기지만 타겟층이 좁아지더라도 약간의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다. 가독을 위해 만들기 보다는 디자인적인 시도에 중점을 두었다.
개인적으로 셀프 매거진이나 최근에 본 데미안 허스트 작품집이라던가 외국의 패션잡지에 들어가는 타이포와 사진의 편집을 좋아한다. 너무 꽉꽉 채우기 보다는 볼 때 신선하고 도서의 느낌이 아닌 비주얼 중심의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Jungle : 7개의 챕터가 있는데, 챕터별 설명을 부탁한다.
정연진 :
1_ 셀프 사진
2_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한 긴 텍스트가 있는 ;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3_ 디자이너로서 디자이너에게, 혹은 일반사람들에게 하는 말
4_ 러브 프로젝트 ; 러브 피켓을 들고 찍은 것들
5_ 일상에서 만난 사물에 대해
6_ 친구들을 만나서 웃고 즐기고 했던 순간들
7_ 주변 인물들을 한 명마다 9컷 폴라로이드 사진을 한 페이지로 구성해 보았다.


Jungle : 세 번째 챕터에서 말한 디자이너로서 하는 말은 어떤 이야기들인가?
정연진 : 일반인들이 가진 디자이너에 대한 환상이 있는다. 돈도 많이 벌고 멋진 직업이라 생각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디자이너에 대한 위치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로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만 보아도 갑과 을이 강하다.
디자이너에 대한 환상을 갖기 보다는 그 사람들이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얼마나 밤새 고생을 하며 사는가에 대해 알아 달라는 말도 있고,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생각에 대해서는 너무 한 우물만 파지 말아라, 모든 것을 알아야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것은 물론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고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반적인 감각을 키우기 보다는 더 깊고 넓은 내공을 키워야 한다. 작년의 목표가 ‘내공을 쌓자’ 였는데, 너무 어려워서 ‘내공이라도 알자’로 바꿨다.
또한, 우리나라는 디자인을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고 지금 당장은 디자이너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고하고 활동을 하는 것은 다음세대를 위한 발판을 닦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Jungle : 당신의 책을 어떻게 봐주길 바라나?
정연진 : 다른 책들과는 기획자체가 다르다. 우선 정확한 타겟층이 없다. 지금까지 바라봤던 개인적인 시선들을 공감을 하고 싶었다. 온라인에서 국한 되기 보다는 사람들과 더 넓게 공감하고 싶었고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상으로 나 스스로도 더 넓히고 싶었다.
이 세상에 디자이너가 할 것이 너무 많은데, 그런 넓혀가는 발걸음의 하나로 보고 싶다.

사실은 책 나오고 좀 부끄러웠다. 섣불리 낸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것도 경험이라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책에 대해서 안 좋은 소리도 들어온다. 블로그를 그대로 옮겨놓은 거냐 라는 등…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 기획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한 시도를 했다고 말씀 해주시는 분도 있다.
이런 시도를 처음 했다는 것으로 그 의미를 두고 싶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봐줬으면 한다.

Jungle : 앞으로 내고 싶은 책이 있나?
정연진 : 디자인 시선이 담긴 여행책을 내고 싶다. 뉴욕 등 여행을 다닐 때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공간이라던가 디자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 등에 대한 정보를 모아놓은 여행책이 없어서 자료 모으느라 고생을 했다. 디자인적 이슈가 담긴 여행책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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