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3
‘산소 같은 여자’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태평양의 ‘마몽드’가 런칭 10주년만에 브랜드 컨셉 리뉴얼을 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여성의 이미지에 반하여 지나치게 사무적인 여성이 추앙되었으나, 이제는 여성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자기 일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보다 더 적합하다.
이러한 여자의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꽃’만큼 직접적이면서도 우회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마몽드의 새로운 슬로건은 ‘꽃을 닮은 여자’이다.
새로 이사를 가면, 이사소식을 알리는 인사를 드려야 하듯이, 브랜드의 컨셉이 바뀌었으니 이를 알리는 일은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다.
흔히, 생각되는 리뉴얼 기념 행사로는 리뉴얼된 컨셉을 설명하는 텍스트와 로고가 새겨진 판촉물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신상품 샘플을 선물용으로 주는 것이다.
그러나, 마몽드 브랜드 컨셉 리뉴얼 기념 행사는 기존의 행사와는 사뭇 다르다.
그 흔한 로고도 없고, 슬로건도 없다. 컨셉을 설명하는 장황한 텍스트들도 없다.
다만, 꽃에 대한 다양한 상념만 있을 뿐이다.
브로셔를 제작한 것이 아니다. 리뉴얼과 함께 메이크업런칭을 기념한, 작품집을 제작하였다.
출판개념이 아닌 작품으로 80권 한정으로 제작한 '순수작품'이다.
브랜드 이름은 없지만,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이미지인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세련된 의도가 숨어있다.
'메이크업 런칭 기념 프레스 증정 작품'인 아트북 '너에게 花를 내다' 제작한 작가 백은하의 손냄새 가득한 제작스토리를 들어보았다.
╋ 이정현 기자/tstbi@yoondesign.co.kr
국내외 Press용으로 제품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프로모션 아트북인 ‘너에게 花를 내다’는 작가의 원본작업, 인쇄과정, 작가의 마감질의 3단계를 거치게 된다.
작가의 원본작업에서는 손글씨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오려붙이고, 실로 꿰매어 만든 한권의 가제본 책이 완성된다. 이를 토대로 80권을 똑같이 복제하는 인쇄과정을 거치게 되고, 마지막으로 똑같은 80권의 책에 각각의 생명을 넣어주는 작업으로 모서리마감, 책표지마감 등 작가의 마감질을 통해 하나의 아트북이 완성된다.
기계공장에서 찍어낸 것보다는 하나하나를 작품으로 정리하고자 한 작가의 수작업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수작업 첫번째. 직접 쓴 글, 그림, 글씨
책이라는 것은 대량작업을 할 수 있는 매체이므로, 80개 라는 일정한 개수를 제작해야하는 수단으로는 적절했고, ‘꽃에 대한 뭔가’를 담기에는 글과 그림으로써 충분했다. 맨드라미와 코끼리, 뱀과 튜울립처럼 꽃과 동물을 맞추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이 글은 백은하씨가 지은 이야기이고, 그림과 사진도, 글씨도 모두 백은하씨의 자신의 것이다.
책이라는 정형화되고 정리된 새책의 분위기 아닌 자연스러움이 수작업 첫번째이다.
수작업 두번째. 속다듬기
책 안에는 두군데에서 수작업을 볼 수 있다.
첫번째는 표지를 넘기자 마자 보이는 갈피사이이다. 제본과정에서 생기는 본드자국을 보이지 않도록 처리한 것이다. 면직물을 대고 하나하나 다림질로 마무리지었다. 이러한 아날로그적인 수고로움이 아트북의 손내음과 고유함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두번째는 책장사이에서 꽃사진이 담긴 주머니를 달아둔 것이다.
‘너를 내안에 가두고 싶어서’라는 글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페이지이다.
수작업 세번째. 책등 만들기
간이 제본되어 온 80개의 아트북에 각기 다른 개성을 부여하는 작업 중 제일 눈에 띄는 작업이 책등이다. 마몽드의 컨셉칼라인 분홍색을 기반으로, 2가지 형태가 제작되었다.
한가지는 분홍색원단을 대고 박음질한 형태이고, 또 다른 것은 치자물과 분홍색물감으로 칠한 형태이다. 분홍색물감에 치자물을 혼합하니 치자의 맑은 노랑을 담은 분홍이다.
칼라컨셉을 유지함으로해서 마몽드의 이미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수작업 네번째. 책표지
최종 책표지는 투명 아크릴로 되어있다. U자형으로 구부러진 투명 아크릴에 북을 넣고, 마른 꽃을 끼운 후 닥나무껍질로 만든 끈으로 동여맴으로써 완성된다.
이젠 책이 아닌 하나의 오브제이다.
‘너에게 花를 내다’는 '마몽드 메이크업 런칭을 기념한,국내외 press 증정용으로 제작된 작품(아트북)이라는 독특한 기획의도에서 제작된 것이라, 마몽드의 직원이 직접 기자에게 전하는 이벤트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책이라는 것을 넘어 별도의 포장이라는 작업없이 그 자체가 포장이 되어버린 마무리 작업이다.
Tip1. 마몽드 이미지 담아주기
‘너에게 花를 내다’는 아트북으로 작가의 작품으로서 제작된 것이기는 하나 아주 기본적인 목적은 ‘마몽드’라는 브랜드의 새로운 컨셉 ‘꽃을 닮은 여자’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브랜드 컨셉칼라를 활용하기는 했으나, 책 어디를 보아도 ‘마몽드’ 브랜드명은 커녕 화장에 관한 말도 없다.
마몽드가 화장품이라는 것, 그리고 새로운 슬로건 ‘꽃을 닮은 여자’를 한 번에 표현한 페이지가 있다.
아주 간결하고도 명료한 표현, 바로 ‘네 얼굴 위에 꽃을 보았다’이다.
Tip2. 너에게 花를 내다
‘너에게 花를 내다’는 중의적이다.
처음에 들을 때는 ‘화를 내다’에서 ‘화’를 꽃’화’자로 바꾼 위트가 느껴진다.
허나, 마지막 장을 볼 때 그 의미를 확연히 알 수 있게 된다.
‘내다’라는 단어는 ‘내놓다’의 준말로, ‘너에게 꽃을 내어놓다’라는 너무도 평범한 상황이며 동시에 마몽드가 하고 싶은 말이기 때문이다.
Tip 3. 마몽드와 작가 백은하
'꽃도둑'이란 별명을 가진 작가 백은하.
꽃을 말리고 그 위에 드로잉을 더해 더해, 인물들을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지난 겨울과 봄, 짠하게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작가는 이번엔 또 다른 시도로 당신과 공감대를 가지려 한다.
꽃을 주제로 사진과 그림과 글을 하나로 엮어, 오늘 아침 당신에게 손바닥만한 책을 내게 되었다.
"마몽드의 새로운 테마는 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단 한마디만 작가에게 전하였다.
작가는 꽃 속으로 깊이 들어가 우리가 지나친 삶의 향기로움을 끄집어내, 단순한 꽃의 아름다움을 넘어 세상과 당신 속에 숨어있는 향기까지를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작가와 아름다운 행보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고마움을 전한다.
...마몽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