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23
일반적으로 디자이너의 일은 광고주와의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광고주는 예산, 기업의 비전, 계획 등 전체적인 비즈니스의 한 부분으로 프로젝트를 평가한다. 그렇기에 ‘디자이너에게 가장 큰 행운은 좋은 광고주를 만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디자이너와 광고주는 갈등하기 쉽고 디자이너 역시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능력이나 취향을 완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광고하는 셀프 프로모션은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고 돈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의연한 예술가의 모습이라 여기며 자화자찬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동양적 사고로 인해 우리에게는 그 동안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자기자신이 자신의 광고주가 되어 자기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셀프 프로모션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자신의 개성표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서양에서는 무척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물론 지나친 자기광고는 오만함으로 여겨져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지만 치열한 크리에이티브 경쟁 속에서 적절한 유머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셀프 프로모션은 받는 사람에게 강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한다. 이러한 셀프 프로모션을 통해 디자이너들은 대상고객이 자신을 알지 못하면 자신을 알리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고객과 계속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활용한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셀프 프로모션을 하는 가장 좋은 기회로 크리스마스를 꼽는다. 크리스마스는 축제의 성격이 강한 이벤트로 디자이너는 축제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광고주나 스탭들에게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전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서 디자인 회사를 홍보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패키지는 현재의 광고주에게 의미있는 선물로서 흥미로워야 하며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상업문화의 중심지 뉴욕에는 5000개 이상의 광고와 디자인 대행사가 있고 매년 기발한 컨셉과 현란한 이미지로 한껏 뽐내는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으로 새해를 기원한다. 무수한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들라면 주저 없이 1989년 미국 M&CO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Benetton의 Color 잡지의 편집장으로 유명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의 Tibor Kalman이 세운 미국 M&CO의 1989년 크리스마스 선물은 낡은 책 한 권과 무심히 넘긴 책 속에 담겨져 있는 26달러와 자선단체의 주소가 담긴 봉투! 그리고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유머와 페이소스가 조화된 받는 기쁨(joy of getting)이상의 주는 기쁨(joy of giving)의 철학은 1999년 50세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Tibor Kalman과 그와 함께 디자인 역사 속으로 사라진 M&CO을 영원히 잊지 못하게 할 것이다.
M&CO는 1979년, 1981년에는 회사의 이니셜로 만든 쵸코릿 상자와 쿠키상자의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을 통해 M&Co의 친밀한 이미지를 형성하였고(그림1, 2), 1983년에는 컴퓨터 이전 세대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고뇌의 상징인 꾸겨서 버린 종이뭉치 사이에 Cheers!라는 크리스마스 인사와 꾸겨진 종이 형태의 플라스틱 문진(종이의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해 종이 위에 놓는 물품)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냈으며(그림3), 1988년에는 크리스마스부터 1월6일까지 12일 동안 (The 12 days of Christmas) 태양신을 숭배하며 벌였던 로마시대의 축제를 모티브로 뒤죽박죽 숫자를 섞어 놓은 askew시계에 ‘Waste not a Moment'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그림 4) “추운 날씨에 이 음식들을 받기 위해 2시간 동안 줄을 서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홈리스 수용소에서 배급해 주는 음식과 함께 20달러를 함께 넣고 “그 돈으로 당신을 위해 레스토랑에서 햄버거를 먹을지, 혹은 18명의 홈리스에게 한끼를 해결해 줄지 결정하십시오”는 메시지를 담아 그 돈을 다시 홈리스 연합회에 기부하도록 한 1990년 M&Co의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패키지는 1980년대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는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그림 5)
디자인 회사로서의 개성과 철학을 광고주에게 강하게 전달하는 교묘한 마케팅 수단으로서 혹은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나누는 매체로서 M&Co의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은 20년 세월을 넘는 역사를 가진 것에 비해 우리나라 대부분 디자인 회사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직까지도 갈비에 명함을 꽂아 보내는 상황이어서 안타깝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디자인 회사의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Miriello Grafico
힘들었던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새롭게 맞이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디자인 모티브로 비누를 선택하였다. 비누가 갖고 있는 저가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수제품(handmade)비누를 구입하고 무명소재의 모슬린 천에 serial number 넣어 한정생산(limited edition)제품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였다. 크라프트 종이로 싸고 라벨에는 디자인 상호와 함께 ‘Fresh Start for the New Year'라는 새해의 인사를 담았다.
2) Heads. Inc.
Heads. Inc.는 3D전문 디자인회사의 특성에 맞게 모형제작용 목재에 레이저를 이용하여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나무소재는 풍부하고 자연적 친근함을 전달하며 초를 넣으면 은은한 나무향기가 퍼지는 장점이 있으나 나무판이 램프역할을 할 수 있도록 360도 구부러질 수 있는 탄력성과 레이저에 부서지지 않는 견고성이 있는 재질에 대한 연구가 요구되었다.
눈결정체 모양과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레이저로 각인하였고 Velumpaper에 사용설명서를 담아 Tea-Candle과 함께 전달하였다.
3) Sayles Graphic Design
Sayles Graphic Design은 크리스마스의 대표적인 캐롤 'The 12 days of Christmas'에 담긴 12가지 선물의 모티브(첫째 날은 배나무에 있는 바위자고새, 둘째 날은 2마리 비둘기, 셋째 날은 3마리 프랑스 닭...)를 John Sayles의 일러스트로 각각 12개의 시계 Face에 넣어 도자기 재질의 시계에 담아 공예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4) Open Agency
5) Compass Design
Compass Design 회사는 회사의 이름인 나침판(Compass)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을 제작하였다. Camp Chocolate라는 브랜드를 담은 초콜릿 패키지와 캠프와 관련된 랜턴, 카누, 나침판 등의 이미지를 초콜릿 몰딩으로 제작하여 Compass Design의 로고가 담긴 모자와 함께 담았는데 “캠프 갈 때는 나침판(Compass)를 반드시 챙겨라!”는 메시지를 넣어 회사의 이름을 쉽고 강하게 기억하도록 하였다.
6) Fallon McElliott 광고회사
고급스러운 나무박스에 인두로 각인된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은 광고회사답게 강한 컨셉과 정제된 카피가 돋보인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광고주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프랑스산 샴페인(Bubbly)을 보냅니다.” 라고 써 있는 박스를 열면
“Drive Carefully this holiday season"(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음주운전 하지 말고 조심해라) 라는 메시지가 프랑스의 탄산음료인 Perrier 한병과 함께 들어 있다.
7) After Hours Creative
페퍼민트로 만든 돼지사탕을 가족끼리 둘러앉아 깨뜨리면 새해에 복을 기원할 수 있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망치와 함께 사탕으로 만든 돼지를 재생지로 포장하였다. 카드에는 돼지부위를 그려놓고 안심은 부(wealth)를, 등심은 패션감각을, 목살에는 건강을, 뒷다리에는 유모어를, 앞다리에는 행운을...담아 새해의 희망을 유모어와 함께 전달하였는데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흥미로운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이다.
8) Eye II Eye
9) Motive Design
불우한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프로모션 패키지. Motive Design은 뚜껑을 열면 인형이 튀어나오는 깜짝 상자라는 의미의 ‘Jack in the box'라고 쓰여진 빈 박스를 제작하여 광고주와 기부자에게 보냈는데 박스에는 ’선물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오렌지색 박스에는 여자아이 장난감을, 연두색 박스에는 남자아이 장난감을 담아 12월 19일까지 아리조나주의 Vincent de Paul 자선단체로 보내라‘는 글을 넣어 나누는 크리스마스(joy of giving)의 정신을 전달하였다.
10) Graphic Partners